트럼프, 측근들 대거 사면하고 백악관 떠나며 "돌아오겠다. 곧 보자"

퇴임 직전 최측근 스티븐 배넌 등 대규모 사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전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났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지만, 트럼프는 이날 152년 만에 전통을 깨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오전 8시께 백악관을 떠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셀프 환송식'을 갖고 퇴임 후 거주할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했다.

21발의 예포, 대통령 전용기 탑승 등 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 예우를 맘껏 누린 트럼프의 '셀프 환송식'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도 이날 오전 바이든과 함께 하는 미사에 참석하느라 불참했다.

트럼프는 이날 고별 연설에서 "새 정부의 행운과 성공을 기원"했지만 끝까지 '조 바이든'을 호명하지 않았다. 전날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도 바이든을 호명하지 않았다.

그는 "새 행정부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 이유로 "그들은 굉장한 것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업적을 자랑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해 "내 인생 최대의 영광이었다"며 지지자들에게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트럼프는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펜스 부통령과 자신에게 협조적이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곧 다시 보자"고 강조했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트럼프는 퇴임 후 자신의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플로리다를 근거지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2022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6일 일어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상원으로 송부된 탄핵안에 대한 재판이 열릴 예정인데, 민주당은 상원의 탄핵재판 이후 별도로 트럼프의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강제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는 현재로선 현실이 될 수도 있다.

▲ 임기를 마치고 플로리다로 향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 배넌 등 73명 사면...'셀프 사면'은 제외

한편,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 날 새벽에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73명을 사면하고 70명을 감형했다. 다만 우려되던 본인과 가족에 대한 '셀프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번째 탄핵 이후 악화된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배넌은 애초 사면 명단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퇴임 전날 트럼프와 배넌이 직접 전화 통화를 한 뒤 전격 대상에 포함됐다. '대안 우파'의 이데올로그 중 한 명인 배넌은 실질적으로 '대통령 트럼프'를 만든 최측근 참모다. 그는 트럼프의 대표 공약인 멕시코의 국경 장벽 건설 모금액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됐었다.

배넌을 사면한 것도 퇴임 후 정치 재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는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 뿐 아니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자신의 당선에 기여했던 측근들을 모두 사면했다.

배넌 이외에도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엘리엇 브로이디,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된 래퍼 릴 웨인 등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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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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