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유리천장 깨기'...최초의 여성,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고위직들

취임식 주제 '하나 된 미국'...역대 최악의 정치-보건-경제 상황에서 출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낮 12시(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바이든 당선인(이하 직함 생략)의 취임식 주제는 '하나 된 미국'으로 알려졌다. 물러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근거도 없이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의회 폭동 사태까지 일어난 직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전임 대통령이 참석하는 전통을 152년 만에 깨고 바이든의 취임식에 불참한다. 때문에 전임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후임을 맞아 편지를 주고 같이 사진을 찍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상징하는 행사도 사라졌다. 트럼프는 19일 오후에 고별 메시지를 영상으로 찍어 올렸는데, 끝까지 '조 바이든'을 직접 호명하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인 바이든은 20일 오전에 워싱턴DC 세인트매슈 성당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미사를 갖는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이 초대됐다.

또 바이든은 취임식 전날인 19일 오후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섰다. 미시간에서 온 간호사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등 코로나19로 희생된 미국인과 그 가족들, 지금도 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 등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였다. 발생 초기부터 퇴임할 때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축소' 대응을 해온 트럼프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바이든은 트럼프 지지자 등 극우 무장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포함한 최악의 정치 분열,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제 불안 등 어느 대통령보다 풀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출발선 상에 섰다.

▲ 취임식 전날 코로나19 희생자 추모행사를 가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여성 부통령-여성 재무장관-원주민 출신 내무장관-동성애자 교통장관-트랜스젠더 보건부 차관보

바이든은 이날 레이철 러바인 펜실베이니아주 보건장관을 연방 보건부 차관보로 지명했다. 러바인은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다. 차관보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고위직인데, 연방정부의 고위직에 트랜스젠더가 지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은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던 행정부 고위직에 '최초의 00'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이들을 많이 지명했다. 무엇보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탄생했고, 부통령 당선인 해리스는 최초의 흑인이자 아시안계 부통령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해리스는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연설에서 "내가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되지만 결코 마지막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재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도 인준 시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된다.

교통장관 후보로 지명된 피트 부티지지는 미 역사상 첫 동성애자 장관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후보로 나섰던 그는 상원에서 인준을 받으면 바이든 정부 최연소 장관(38세)이기도 하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후보자는 인준 시 첫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

뎁 할랜드 내무장관 후보자는 첫 원주민 출신 장관 후보다.

바이든 정부의 장관.장관급 후보 26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출범 당시 장관 15명 중 여성이 단 2명에 그쳤던 트럼프 정부와 크게 비교된다. 흑인, 아시안계, 히스패닉, 원주민 등 인종적으로도 다양하다. 트럼프 정부에서 비백인은 2명에 불과했다.

출퇴근하는 영부인-첫 세컨드 젠틀맨-상하원 의장도 여성

임명직은 아니지만 질 바이든 영부인도 '최초' 타이틀을 갖게 된다.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인 질 바이든은 계속 본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최초의 유급 일자리를 가진 영부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성이 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남편인 덕 엠호프는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란 호칭을 얻게 됐다.

상원과 하원의 의장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상원 의장은 부통령이 겸직하므로 해리스가 맡게 되고, 하원의장은 낸시 펠로시(민주당) 의장이 4번째 연임하고 있다.

바이든도 기록을 깨게 된다. 현재 78세인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취임시 '최고령 대통령'이다. 바이든 이전에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은 트럼프(당시 70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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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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