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文대통령...셀럽 움직임에 널뛰는 '코로나 시대' 주식 시장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한국판 뉴딜과 주식시장 ① 한국판 뉴딜과 주가 변동은 무슨 관계?

"시그널을 사용하세요." 요즘 가장 핫(hot)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열흘 전쯤 갑자기 이런 트윗을 올렸다. 도대체 '시그널'이 뭐길래? 비영리단체 한 곳이 개발·운영하는 인터넷 메신저의 일종이다. 모바일과 PC 환경 모두에서 작동되며 오픈 소스 방식으로 개인정보 보호 등 안전한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시그널을 사용하세요" 트윗. 트위터 갈무리.

셀럽 한마디에 널을 뛰는 주식시장

요즘 테슬라만큼이나 핫한 곳은 주식시장인데, 갑자기 '시그널 어드밴스(Signal Advance)'라는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0.5달러 주위를 맴돌던 이 기업 주가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있었던 1월 7일 이후 나흘만인 1월 11일까지 무려 80배 가까이 치솟아 38.7달러에 이르렀다.

▲ '시그널 어드밴스(Signal Advance)'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그널'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곳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었을 리가 없는 곳이다. 즉 '시그널 어드밴스'는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메신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기업이다. 그런데 미국의 개미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곳이라면 무조건 기회를 잡아야 해"라는 생각으로 너도 나도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한 거다.

이건 단순히 일론 머스크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알파벳 10글자도 안 되는 한 줄의 트윗으로 주식시장을 흔들다니 말이다. 영혼까지 끌어다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개미 주주들의 존재가 결정적이다. 셀럽의 말 한 마디에도 엄청난 등락 폭을 보여주는 주식시장, 코로나19 시대가 낳은 또 다른 세계적 현상이다.

일론 머스크 현상이 아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규 투자에 나선 국민들을 '동학 개미'라며 추켜세우지 않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을 오해해서 벌어진 해프닝인 반면, 한국에서는 대통령과 정부의 진두지휘 하에 일이 아주 스펙타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지금부터 주가 변동과 대통령 일정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일부터 떠올려보자. 지난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원주역을 방문해 저탄소 친환경 고속열차 KTX-이음 시승식 행사에 참석했다.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현대로템과 중소기업의 연구자, 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우리의 핵심 기술로 'KTX-이음'을 만들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대통령과 청와대 및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만 있었던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도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현대로템의 지난 1년간 주가 변동표를 살펴보기로 하자. 문재인 대통령 일정이 있었던 1월 4일, 현대로템 주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 현대로템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일론 머스크 트윗처럼 갑자기 80배 가까이 치솟지는 않았지만, 기존 1만 6000원 전후를 드나들던 곡선은 1월 4일 하루 뒤인 5일에 50% 치솟아 2만 4000원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3월 중순에 8730원까지 떨어졌던 최저치와 비교해보면 3배 가까이 되는 가격대다.

대통령 일정과 주가는 무슨 관계?

이번에는 두산중공업의 지난 1년간 주가변동표를 뽑아보았다. 상반기 내내 2~3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7월 중순에 2배 이상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타더니 11월 말에는 무려 1만 7700원까지 올랐다. 코로나19로 3월 중순 2200원의 최저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8배가 뛴 것이다.

▲ 두산중공업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지금부터는 현대로템 사례를 분석하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시도해보기로 한다.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뛰던 시점과 문재인 대통령 일정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건 단순한 포털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다.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인 7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부안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의 풍력시험동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두산중공업 개발자로부터 3MW급 풍력 블레이드에 대한 설명을 차례로 듣고 블레이드의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

"두산중공업에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 한국이 해상풍력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한 게 10년도 더 된 일인데 그간 여러 대기업이 사업단을 꾸렸다가 포기하고 철수했는데 두산중공업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 발전해 오늘 이 수준에 이르게 된 것"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도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특별한 감사' 인사까지 했다. 바로 그 직후부터 두산중공업 주가는 상종가를 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2달 뒤인 9월 17일에는 아예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주가가 최대치를 찍은 11월 30일은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가스터빈산업 글로벌 4강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날이며, 다음날인 12월 1일에는 창원시가 '창원형 뉴딜'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중공업 사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 받는 기업들

지금부터 꼭 두 달 전, 그러니까 지난해 11월 18일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전략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개의 특정 기업에 또다시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늘 삼성바이오는 1조 7000억원을 투자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기공식을 갖고 셀트리온은 5000억 원을 투자하는 다품종 생산공장과 연구센터 기공식을 갖는다. … 두 회사의 통 큰 결정에 인천시민과 함께 감사드린다."

▲셀트리온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자, 그럼 이제 익숙한 패턴이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두 기업의 주가 변동표를 살펴보자. 먼저 셀트리온부터 살펴보면 10월 말에 20만 원 중반대로 떨어진 주식 가격이 11월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대통령 언급이 있었던 11월 18일부터는 가속이 붙더니 12월 7일에는 40만 원 근처까지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에도 10월 말에 60만 원대로 떨어졌으나 11월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마찬가지로 대통령 언급이 있었던 11월 18일부터 가속이 붙더니 12월 8일에 88만 3000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흐름이 셀트리온과 거의 비슷하다.

합리적 의심들

"대통령이 갔다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이건 음모론 아니야?" "실적이 괜찮고 견실하니까 언급한 거겠지. 그래서 주가도 오른 건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어." "셀트리온과 삼바의 경우엔 평상시 주가보다 많이 오른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언급하거나 방문했다고 해서 특정 기업의 주가가 무조건 올라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공통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표적인 '바이오헬스' 기업들로 이미 오래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이니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니 하며 부각이 되던 부문임에 틀림없다.

▲ SK바이오팜 주가.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하지만 같은 부문에 있는 SK바이오팜의 주가(위)는 셀트리온·삼바 주가가 상승하던 11~12월에 매우 잠잠하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어온 산업이니 당연히 주가가 오른 게 아니라, 대통령이 방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 바로 그 시기에 오른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또 어떤가? 원전과 석탄화력 등 탈원전 기조와는 어울리지 않아 현 정부 출범 후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던 기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에 1조 원 긴급 지원과 외화 채권 상환용 6000억 원, 운영자금 등 8000억 원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1조 2000억 원 추가 지원 등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무려 3조 6000억 원의 지원을 받았다. 그런 기업에 대통령이 감사 인사와 방문까지 하며 독려를 해대니 주가가 안 뛰고 배기겠나.

'한국판 뉴딜'의 실체를 찾아서

연초부터 문재인 정부는 온 힘을 쏟아부으며 '한국판 뉴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과 산업은행장 기자회견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뉴딜 펀드'로 갈아탄다는 얘기까지 청와대가 홍보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두 한국판 뉴딜과 연관된 기업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한국판 뉴딜'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이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판 뉴딜은 '그린(Green)'과도, '디지털(Digital)'과도, 심지어 '뉴딜(New Deal)'과도 관계가 없다는 지적을 해왔는데 그 실체가 베일을 벗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 일정은 통상 2주일 전에 확정되며 공개 전까지 철통 보안에 붙여진다. 보안이 뚫릴 경우 경호 등에 비상등이 켜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문 일정을 기획하는 이들, 그리고 방문을 받거나 초대를 받는 기업들과 관계자는 당연히 그 일정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갑자기 뛸 것인지를 미리 아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대가리가 깨져도 음모론이라 들고 나올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판을 설계하는 분들은 그저 대통령 일정 하나만 붙들고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 방문과 감사 인사는 그저 양념 수준이다. 다음 글에서 문 정부가 설계한 한국판 뉴딜과 주가 변동이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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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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