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테러' 후에도 공화당 지지자 55%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

미국을 둘로 쪼갠 트럼프...공화당도 쪼개나?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한 이후에도 공화당 지지자들의 71%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수치가 최근에는 55%로 줄었지만, 여전히 트럼프가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USA 투데이>와 서포크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55%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 지지자들 8000여 명이 워싱턴DC에 모여 집회를 가진 뒤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가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승인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중단시키는 난동을 부리고 이 일을 계기로 트럼프가 지난 13일 하원에서 임기 내 2번째로 탄핵을 당한 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일부가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한달여 만에 지지자의 4분의 1 가량이 돌아섰지만, 공화당 지지자들 중 과반은 국회의사당이 자국민 수천명에 의해 무장 점거 당하는 테러가 발생했는 데도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던 미국에서 민주주의 파괴 행위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화당 지지자들의 절반 이상이 옹호한다는 사실은 현재 미국 정치가 얼마나 지지 정당에 따라 '양극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또 오는 20일 낮 12시 바이든이 취임하고 트럼프의 임기가 종료되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공언한 것처럼 '트럼피즘'은 "끝이 아니라 긴 여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게 만든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 내 2번 탄핵소추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고,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오래된 관행조차 깨면서 퇴임하게 되는 트럼프 입장에서 이런 트럼프 지지자들의 존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배출한 공화당 입장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이 박수칠 일일까?

<USA 투데이>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트럼프가 40%대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대의원 과반수를 얻어 공화당 후보가 됐던 사실을 볼 때, 트럼프는 현재 2024년 가장 강력한 공화당 대선후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2024년 트럼프 대선후보는 '쉬운 경쟁 상대'일 수 있다. '의회 폭동'으로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무당파 유권자들에겐 '금기'에 가까운 지도자로 각인됐다. 현재 유권자의 58%는 트럼프가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아직도 트럼프의 정당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 11%만 트럼프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에 대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절대 다수인 85%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불성실하다", "여론에 영합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음모론'에 기댄 '트럼피즘'은 중도층까지 잡아야 하는 선거에서 결코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 2020년 대선과 지난 1월 5일 있었던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민주당이 2석 모두 승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2024년 대선 승리가 아니라 2024년 대선까지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당면한 목표인 트럼프는 바이든 취임과 동시에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마러라고)가 있는 플로리다주로 이동해 새롭게 "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트럼피즘'은 민주당보다 공화당에게 더 큰 숙제를 안겨준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는 인종주의를 앞세운 극우 정치인 트럼프에 기생해 4년 동안 집권세력으로 이익을 누리는데 급급했던 공화당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하원에서 트럼프의 두번째 탄핵안 통과 이후 공화당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며 트럼프가 '제3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정부는 '축제'의 자리여야 하는 대통령 취임식을 주방위군 2만5000명을 동원해 '군사작전'하듯 치른다. 바이든은 극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예열된 폭탄'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는데, 트럼프 임기 동안 활성화된 이 '폭탄'은 그의 취임식이 끝난다고 해체되지 않는다.

▲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DC에는 군 병력 2만5000명이 배치됐다. 이는 남북전쟁 이후 최대 병력이 수도에 배치된 것이라고 한다. ⓒCN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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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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