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17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달았던 지난 7일 출마 선언의 꼬리표를 뗀 것이다.
이로써 나경원 전 의원 등 10여 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과의 당내 경쟁이 본격화됐으며, 당내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안 대표를 포함한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오 전 시장은 '북서울 꿈의 숲 경사잔디마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향후 정권교체의 초석이 될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위해 야권이 통합되면 불출마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제 사전 통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앞서 안 대표에게 '마감 시한'으로 제시했던 이날까지 입당‧합당이 성사되지 않아 자신의 출마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해선 자세를 낮췄다.
오 전 시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에서 한 결단이었고 야권분열의 가능성을 사전에 100%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라 판단돼 행한 제안이었지만, 그에 앞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의 출마를 바라는 분들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으나 투표율 미달로 자진사퇴한 데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저 오세훈은 국민 여러분과 우리 사회로부터 누구보다 많은 혜택을 받았고, 시장직 중도 사퇴로 큰 빚을 졌다"며 "그 과정에서 미숙한 선택도 있었고, 미처 다하지 못한 과제들도 남아있어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큰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재선 시장으로 5년 동안 쌓은 '시정 경험'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서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 시장, 1년짜리 인턴 시장, 연습 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자신의 서울시장 경험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내 경쟁자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출직은 서울시장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며 "솔직히 난 대권 자체에 생각이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오 전 시장이나 안철수 대표 등이 서울시장을 대선 도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오 전 서울시장에 대해 "전임 시장이었다는 것은 장점인데, 10년 동안 너무 오랜 공백은 단점"이라고 견제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와 관련해 "시민들의 마음에도 부합한다"고 적극성을 보이며 "어떤 경선 룰이라도 좋다"고 했다.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안철수 대표도 야권 단일화를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후보 선출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인물 경쟁력을 앞세워 여야 후보들과 신경전을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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