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두번째 트럼프 탄핵안 발의..."내란선동 혐의"

빠르면 13일 탄핵안 통과시킬 듯...바이든 "내 첫번째 관심사는 코로나 부양책 통과"

미국 민주당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있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무장난입 사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의된 탄핵소추 결의안은 트럼프가 의회 폭동 사태와 관련해 내란을 선동했다고 지적했다. 또 시위대가 의회를 공격하기 직전 트럼프가 시위대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의사당에서 무법 행위를 권장하는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 210명이 서명한 이번 탄핵소추 결의안은 빠르면 13일 하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시켜 트럼프를 해임하라는 요구를 하는 결의안도 별도로 발의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을 수행하기 힘들어졌을 때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의 찬성으로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수정헌법 25조 발동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펜스가 24시간 안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13일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펜스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435석 중 222석)을 차지하고 있어 탄핵안 통과는 확실시 되고 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트럼프는 임기 내에 하원에서 2번 탄핵 당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그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돼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다만 트럼프에 대한 두번째 탄핵안도 상원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원을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상원으로 송부돼 탄핵재판을 통해 최종 해임 여부가 결정된다.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가결되기 위해선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들이 찬성해야 한다. 오는 20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직하기 때문에 상원 다수당이 민주당(50석 +부통령)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탄핵안이 상원에서 가결되기 위해선 공화당 의원 50명 중 1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또 바이든 취임 전까지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1월 19일 이전에 상원 회의를 소집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트럼프 탄핵안은 바이든 취임 후에야 상원에서 논의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퇴임 후에도 탄핵이 가능하다.

스테이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이날 "탄핵이 상원을 통과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의사당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동과 공격을 장려하는데 가담한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탄핵안 발의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6일 의회 폭동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이 중단됐으며, 폭도들과 경찰이 무장 대치하는 상황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총 5명이 사망했다.

한편, 취임을 앞둔 바이든 입장에선 임기 초부터 전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주요 정치 이슈가 되는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탄핵'은 다른 정치 이슈에 대한 관심을 빼앗는 '블랙홀'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이날 델러웨어주 월밍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은 "내 관심은 우선적으로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며, 두 번째로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탄핵 추진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답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아직까지 2차 탄핵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의회 폭동 사건으로 트럼프는 트위터 계정은 지난 8일부터 영구 정지 당했으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은 1월 20일까지 잠정적으로 정지 당했다. '트위터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던 트럼프 입장에선 발언할 수단을 상당 부분 빼앗긴 셈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11일 자신의 최측근 중 한명인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는 조던 의원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이유에 대해 "탄핵 마녀 사냥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조던 의원은 지난 2019년 추진된 첫번째 트럼프 탄핵에서 트럼프를 방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지난 6일 백악관 앞에서 워싱턴DC에 모인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라며 의사당 난입을 부추긴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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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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