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광풍 속, 초연결 시대 지역의 미래는?

[경재지리학자들의 시선] 2020년 회고와 2021년 전망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경제지리학자들의 학술 향연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지난 12일 국내에서 활동하는 51명의 경제지리학자들 및 관련 전공자들과 함께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학술 향연(온라인 참여자 약 160여 명)을 개최했다. (공동주관 : 한국지역정책학회, 산업클러스터학회 강원‧경상지회, 후원 :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물론 코로나 19로 인한 엄중한 시기여서 기조강연과 교육특강만 대면 강의와 비대면 청취 형태를 취했고, 모든 논문 발표들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이 향연의 목적은 산업, 기술, 일자리, 인구, 교육, 남북협력 등의 분야에서 대전환기를 맞이함에 따라, 이와 결부된 지역의 미래를 경제지리학적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지역의 미래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핵심 주제인 인구소멸, 접경지역, 지역산업, 경제지리교육, 산업클러스터 등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

이 향연에서 학술 논문 발표 분과는 총 8개로, 각 분과는 지역산업 회복력과 특성화, 지역균형 뉴딜 진단, 지역산업 가치사슬 진단, 산업단지와 산학협력, 인구소멸 지역과 산업발전, 접경지역 발전과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산업클러스터와 경제지리교육, 산업클러스터의 현재와 미래 등을 각기 핵심 주제로 다뤘다. 이를 통해서 우리들은 과거에 스스로 진단했던 '지역의 미래'를 회고해 보았으며, 앞으로 다가올 '지역의 미래'를 예측했다.

비대면-초연결 시대의 지역 회복력과 신활력을 위하여 : 불가능에 대한 도전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2020년 코로나 19 시대를 만나면서 디지털 기술 축적 30년 만에 삶의 양식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석영철, 축사). 이는 경제지리학적으로 접근성의 변화에 따른 입지 변화를 통해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이금숙, 기조강연). 또한 이러한 시기에 더욱 부각되어야 하는 것이 장소에 초점을 두고 리더십 역량 제고, 혁신 촉진, 지역 경제 관리 등을 중시하는 장소기반형 지역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이다(박삼옥, 교육특강). 이 두 가지 주제는 경제지리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관련하여 12일 당일 학회 발표 논문들의 근간을 형성했다.

코로나 19시대의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인적‧물적 자원들의 집중이 더욱 심화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가속화되고 있다(장재홍). 이로 인해서 지역 불균등 발전은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난제(한웅규)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회복력 있는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리쇼어링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내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극화된' 산업기반을 토대로 순환형 지역경제권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정준호). 이의 실천적 과제 중 하나가 울산과 경남 등 동남권 도시들 간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추진될 동남권 메가시티 프로젝트이다(남종석).

이는 기존 광역시‧도 단위의 지역산업 정책과 더불어 초광역적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역산업정책을 모색할 시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이상호).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판 뉴딜 정책과 연계해야 할 필요성과 그 실천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강영주).

다음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의 지역산업 육성 정책은 지역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클러스터 형성에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김경환). 그러나 이를 좀 더 보완하고, 정책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 지역산업 특화발전에 관한 투자 효율화 전략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정종석). 이는 첨단산업인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발전 과정에서 한 산업 내 다양한 세부 산업들이 지역 간 불균등성과 결합하여 성장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황인균)는 사례를 고려한다면 더욱 숙고해야 할 전략이다.

여기에 '기업가적 정신'에 기초한 혁신 주체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서 '시스템-사람 간 정합성을 추구하는 전략도 향후 지역산업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전봉경). 이는 비록 그 결이 다를 지라도, 지역 공동체 역할이 지역산업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필리핀 사례 연구(Andriesse, E.)에서도 입증되었다.

마지막으로 산업입지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국가산업단지의 노후화뿐만 아니라 전국에 472개에 이르는 농공단지 노후화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양원탁‧정미선). 그러므로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동력인 산업단지에 대한 재활력과 신활력에 초점을 둔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단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생산과 고용의 탈동조화 현상을 재고하면서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할 필요가 있고(홍진기), 캠퍼스 혁신파크와 같은 정책을 통해 대학 내 혁신형 산업단지 개발에 기초하여 신산학협력체제 구축도 절실하다(류승한).

아울러 산업단지 발전을 위해서는 물리적 시설도 중요하지만 인적 자본 정비‧확충과 공동체 결속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가 서울에서 대조적인 두 산업지역인 강남 테헤란 밸리와 서울온수산업단지이다.

강남 테헤란 밸리의 경우, 이 지역이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인적자본 형성에 있으며(이효선). 서울온수산업단지 경우, 단지 재생 거버넌스의 차별적 결과가 공동체 속성에 기인한 것(정혜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이는 사람의 문제가 지역산업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에서 우리 경제지리학자들은 새로운 불가능에 도전할 것이다. 먼저 인구 소멸이나 청년층 이탈로 고민에 빠진 지역들을 위해서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지역화 방안(허시영‧정은희‧김동현‧이연훈), 청년층 지역정착 유도를 위한 지역혁신 방안(김정임‧강종윤‧박제완‧권소담) 등과 같은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서 다양한 지역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또한 산업기술협력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며(강성룡), 우리나라 접경지역의 첨단산업화 방안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다(정성훈). 이를 위해서 우리 경제지리학자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지역발전에 토대가 되는 경제지리 교육(정성훈, 이종호)에도 많은 힘을 쏟을 것과 2021년에도 우리들의 새로운 시선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 한국경제지리학회는 <프레시안> 독자들을 위하여 2020년 한국경제지리학회 학술대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를 오늘부터 12월 31일까지 무료로 공유합니다. 연말을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함께 하시면서 '지역의 미래'를 돌아보시고, 예측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 글은 학회 발표에 근거하여 작성한 것이므로, 출처 표기는 발표자의 이름만 제시하며, 논의에 대한 근거와 세부 내용은 학술대회 홈페이지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발표자들의 본래 취지와 다를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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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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