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복직, 대통령에게는 어렵고 과한 일인가?

[기고] 출근한 누구나 안전하게 퇴근하는 그런 나라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겨울입니다. 외부에 한 시간 이상 있으면 발끝이 시리고 아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단식을 합니다. 시민들보다 경찰과 정보관이 더 많은 청와대에서 천막도 없이 그저 깔판하나 의지합니다.

10만의 시민이 국회에 중대재해가 일어난 사업장 기업주처벌을 위한 법을 마련해달라고 2020년 정기국회에 청원 하였습니다. 정기국회에서 법사위 안건으로 상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을 산재로 잃은 어머니가 아버지가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도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2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재라고 하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입니다. 사람의 안전과 평화보다 이윤이 우선인 기업주들의 탐욕이 빚어내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그런 기업주들에게는 벌금 몇 백만원이 고작입니다.

2011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고, 전국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만들어냈지만, 복직 협상에 걸림돌이 될까봐 자신만 빼고 해고자들을 모두 복직시켰던 진짜 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 그녀가 해고된 지 35년이 흘렀고, 올해 12월31일이면 정년이 됩니다. 그를 복직시키라는 열망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그의 복직을 요구했고, 정년퇴임이 8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회사는 그를 복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송경동

35년 동안을 블랙리스트 해고자로 살아와야 했던 민주노조운동의 상징, 인간해방 노동해방의 전령, 김진숙 지도위원의 정년 내 복직도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부당해고니 복직시키라는 법적판결도 나왔고, 부산시의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조속한 시일내 복직 및 명예회복 등 내용을 담은 특별결의안도 내주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암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고공농성 중인 벗 박문진을 살리겠다고 다시 길을 떠났던 김진숙입니다. 정의는 바로잡히고야 만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다시 생애 마지막 복직투쟁에 나섰다가 암이 재발해 다시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12월 8일 그리고 12월 17일과 18일 오체투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12월19일 전국 100여곳에서 420여대의 희망차량이 드라이브스루로 우리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아무런 응답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김진숙님 인터뷰 영상에서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라고 질문 합니다. 이제 제가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무엇을 더 해야 출근한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퇴근하고 김진숙님이 복직을 합니까? 알려주십시오. 뭐라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단식을 시작합니다.

차가운 바닥에 발이 시리고 손이 얼어도 몸이 떨리면서도 곡기를 끊어 탄원합니다. 대통령 문재인에게 사람을 살리는 결단을 내리라고 호소합니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법정관리사인 산업은행은 100% 지분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국책은행입니다. 회장도 정부가 임명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명백한 ‘사측’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청와대가 김진숙의 복직에 무관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정말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식을 합니다. 이제 겨우 3끼 굶었습니다. 네 아직 견딜 만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바라는 게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라 죽기를 바라는 것인지요?

가끔 그런 상상을 합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만나달라고 할 때 대통령께서 김용균을 만났더라면 지금 그 용균이는 살아있을 것입니다. 아들을 잃고 하루아침에 삶이 바뀐 고 김용균의 엄마 김미숙님의 단식 13일째입니다. 우리의 요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어렵고 과한 일입니까? 우리는 항상 외칩니다. 이윤보다 생명입니다. 생명을 택하는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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