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싸던 공화당, 트럼프 지지자들 협박에 직면하다

매코널 "바이든 승" 인정...트럼프, 공화당 후원금 '먹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불복 주장에 적극 동조하던 공화당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14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32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간접 선거로 선거인단 선거에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게 된다.

트럼프, '대안 선거인단' 꾸려 '불복 쇼' 이어갈 듯...152년 만에 후임 대통령 취임식 불참하는 대통령 되나?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 측은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네바다, 미시간 등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겼지만 이번에는 뒤집힌 경합주에서 '대안 선거인단(alt-electors)' 선거를 실시했다며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팀은 바이든이 승리한 주요 주에서 대안 선거인단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이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의회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그야말로 '쇼'에 불과하다.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불복' 주장을 계속할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있을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모아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행사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바이든 취임식에 불참할 경우, 역대 4번째로 후임자 취임식에 불참하는 전임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게다가 이는 1869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이후 15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공화당 1인자' 매코널 상원 대표 "바이든과 해리스, 당선 축하한다"

트럼프 측의 '선거 불복 쇼'에 공화당이 더 이상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은 15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밝혔다.

그는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전날 선거인단 선거를 거론하며 "선거인단이 의사를 표현했다"며 "나는 오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 대해 "우리의 차이를 넘어, 모든 미국인들은 처음으로 여성 부통령 당선자를 가졌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축하의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대통령 선거가 다른 결과를 낳길 희망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 시스템은 1월 20일에 누가 취임선서를 할지 결정할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인단 선거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매코널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별도로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매코널이 이날 공식적으로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하고 나섬에 따라, 그간 트럼프 불복 주장에 동조해오던 공화당 다른 상.하원 의원들도 입장을 정해야할 시점에 도달했다.

15일 정오까지 249명의 현직 공화당 상.하원 의원 중 210명의 의원이 "누가 이번 대선에서 이겼느냐"는 <워싱턴포스트>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들은 매코널 대표의 입장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가 이겼다"는 트럼프와 일부 측근들, 하원의원 2명(모 브룩스, 폴 고사)의 편에 설 것인지 입장을 정해야 한다.

조지아 상원 결선 투표,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란..."대선 결과 못 뒤집으면 공화당 안 찍어"

이제까지 공화당 정치인들이 트럼프의 '선거 불복' 주장에 동조해온 것은 트럼프 지지자들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역대 대통령 후보 중 두 번째로 많은 득표(7400여만 표)를 했다. 또 트럼프는 대선 패배 후 선거 불복을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달여 만에 1억5000만 달러(162억 원)가 넘는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등 여전한 '상품성'을 입증해 보였다.

문제는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과 '돈'이 더 이상 공화당의 것이 아니라는 지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여당으로 존재할 때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공화당의 지지자들에 포함이 됐지만, 대선 패배 후 퇴임이 결정되고 난 뒤 트럼프의 지지자들과 돈을 더 이상 공화당이 공유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간 트럼프와 '가상 현실 놀이'를 즐기던 공화당을 당혹스럽게 하는 '현실'이 내년 1월 5일로 예정된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 투표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조지아주는 원래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1992년 대선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바이든)가 이겼다.

이런 결과를 놓고 트럼프 측은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선거 부정"이라며 계속 우겼고, 공화당 출신인 데이비드 캠프 주지사와 조지아주 정부 관료들을 강도 높게 비난해왔다. 하지만 정치적 공세 만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에 14일 선거인단 선거에서 16명의 조지아주 선거인단은 전원 바이든에 투표했다.

이번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선거는 다음 회기 상원 다수당이 어느 당이 될지 결정 짓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현재 100석의 상원 의석 중 민주당이 48석, 공화당이 50석을 점하고 있다. 2석을 모두 민주당이 이길 경우, 상원 의장을 겸하는 부통령(해리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므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게 된다. 반대로 1석이라도 공화당이 이기면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아주 공화당 캘리 레플러, 데이비드 퍼듀 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특별한 주문'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향해 지속적으로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기다", "내가 이겼다", "조만간 선거 결과가 뒤집힐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다. 트럼프는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캠프 조지아 주지사가 선거 결과 조작으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80% 이상이 이런 주장을 믿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때문에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거 자체에 강한 불신을 표하며 이번 상원의원 결선 투표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 11일 CNN 보도에 따르면,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 결과를 조작한) 조지아주 정부를 불신하기 때문에 상원의원 선거를 하지 않겠다", "트럼프를 지키지 못하는 공화당에게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선거 유세 과정에서 공화당의 두 후보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지 못하고 있다고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지, 공화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트럼프 후원금, 조지아주 선거에는 한푼도 안 쓰여

또 대선 패배 후 선거 불복 관련 소송,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등을 내세워 지지자들에게 긁어모은 후원금도 대부분 트럼프의 퇴임 후 정치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14일 "트럼프의 공격적인 후원금 모금은 조지아의 두 상원 의석을 지키고 공화당 상원 다수당을 방어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돈은 트럼프의 향후 정치 활동을 위해 새로 출범한 정치단체의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후원금의 75%는 트럼프가 이번에 새로 만든 정치 단체인 '세이브 아메리카' (PAC) 자금으로 쓰이며, 25%만 공화당 전국위원회로 간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는 한푼도 쓰이지 않는다.

이 언론은 "트럼프의 이런 방식은 바이든과 대조된다"며 "바이든은 지지자들에게 25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금한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 자금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후보인 존 오서프, 라파엘 워녹, 민주당 전국위원회 간에 균등하게 분배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 조지아주 상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가운데). 왼쪽이 퍼듀, 오른쪽이 레플러 의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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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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