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끝 아니다" 우기지만 무위로 끝난 '선거 불복' 소동

14일 예정대로 선거인단 선거..."트럼프 2024년 대선 재출마 반대" 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연방대법원에 제기했던 관련 소송 2건이 모두 기각되고 14일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연방대법원의 텍사스주 소송 기각으로 대선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끝났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텍사스주 켄 팩스턴 법무장관은 지난 9일 연방대법원에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경합주 4곳의 대선 결과를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트럼프 뿐 아니라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17개 주가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26명도 이 소송을 지지한다고 서명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12일 텍사스주가 다른 주의 선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8일 공화당 의원이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를 무효화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도 기각한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기대와 달리 대법원이 대선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소송을 통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던 시도는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14일로 예정된 선거인단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지게 됐으며, 50개 주와 워싱턴 D.C가 선거 결과 인증을 마쳤다. 그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트럼프는 232명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선거인단 선거 결과는 내달 6일 하원에서 공식 승인 절차를 통해 확정된다.

앞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3일 인터뷰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불복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선거인단 선거가 끝나도 계속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이 사기라는 의혹과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 추진에 관심이 있으며, 이를 위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경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특검 임명 권한은 법무장관에게 있는데, '트럼프 충복'이었던 바 장관은 트럼프 '선거 불복' 과정에서 "대규모 선거 사기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트럼프 불복 소송 민주주의 약화" 56%..."트럼프 2024년 출마 반대" 57%

이런 가운데 미국 유권자의 과반 이상이 트럼프의 선거 불복 소송에 대해 부정적일 뿐 아니라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나왔다. <폭스뉴스>가 지난 6∼9일 여론조사기관 비컨 리서치와 쇼앤컴퍼니 리서치를 통해 전국 등록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소송이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의제기가 미국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의견에는 36%만이 동의했다.

물론 지지 정당에 따라 의견은 양분된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66%가 트럼프의 소송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고 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84%는 트럼프 소송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무당층도 절반이 넘는 56%가 "트럼프의 소송이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답했다.

또 "선거가 조작돼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37%,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58%로 조사됐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로 지지자들과 함께 2024년 대선 출마 출정식을 여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도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57%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트럼프의 차기 대선 도전을 원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 12일 워싱턴DC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 ⓒ AP=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들 워싱턴DC에서 격렬 시위...30명 체포, 4명 흉기에 찔려

한편, 이처럼 트럼프의 대선 패배가 아무리 부정해도 점점 현실로 다가오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12일 워싱턴DC에서 시위를 벌였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무기 소지, 폭동 등 다양한 혐의로 30명을 체포했다. 또 이날 오후 10시께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 트럼프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져 남성 4명이 흉기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경찰은 8명이 부상을 입었다.

트럼프는 이날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헬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위대를 격려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수천명이 선거 결과를 훔치려는 시도를 막으려고 워싱턴에 모이다니 대단하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트럼프가 탄 대통령 전용 헬기를 발견하자 크게 환호했다.

트럼프는 주말인 13일 버지니아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는데 이 골프장 앞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 지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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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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