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지지자 83% "바이든 승리 안 믿어"...무너지는 美 민주주의

'비겁한 공화당' 의원들...12%만 "바이든 승리" 인정

지난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지 한달이 넘게 지난 현 시점에도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중 26명만이 공개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인정했다. 하원의원 2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221명은 누가 승리했는지 명확하게 답하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249명의 현직 공화당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모두에게 "누가 이번 대선에서 이겼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거 결과는 이미 나왔다. 바이든 당선인(이하 직함 생략)이 각 주의 선거인증 결과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32명을 확보한 트럼프를 상대로 이겼다. 일반투표에서는 바이든이 7일 현재까지 8128만4062표(51.3%)를 얻어 트럼프(7422만1849표(46.9%)) 보다 706만여 표를 더 얻었다. 트럼프가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지만, 35개의 소송 중 34개의 소송이 지거나 기각됐다. 트럼프가 지난 주말에도 선거결과 인증을 다시 하라고 압박했던 조지아주는 7일 세번째로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했다. 2번이나 재검표를 했는데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212명 의원이 선거인단 선거에서 바이든 이겨도 '바이든 승리 인정' 못한다고 답변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본인 뿐 아니라 공화당 전체 의원의 88%에 해당하는 223명의 의원이 "바이든이 이겼다"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하원의원 모 브룩스(앨라배마), 폴 고사(애리조나)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답했다. 상원 의장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노스캐롤라이나) 등 지도부격인 의원들도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의 26명 의원만 바이든 승리를 인정했다.

상원의원(11명) : 라마 알렉산더, 셸리 무어 카피토, 빌 캐시디, 수잔 콜린스, 뎁 피셔, 제리 모런, 리사 머코스키, 밋 롬니, 마르코 루비오, 벤 새스, 패트릭 제이 투메이

하원의원(15명) : 돈 베이컨, 존 커티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앤써니 곤잘레즈, 윌 허드, 애덤 킨징거, 폴 미첼, 톰 리드, 덴버 리글먼, 프랜시스 루네이, 존 심커스, 스티브 스티버스, 프레드 업톤, 그렉 웰던, 돈 영

심지어 12월 14일 있을 선거인단 선거에서 바이든이 이긴다면 바이든 승리를 인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의원도 31명에 그쳤다. 위의 26명 의원에 상원의원 3명(린지 그레이엄, 찰스 그래슬리, 마이크 라운스)과 하원의원 2명(거스 빌리아키스, 켄 캘버트)만 가세했다. 브룩스와 고사 의원은 선거인단 선거에서 바이든이 이겨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나머지 216명 의원들은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승자가 최종 승자로 확정된다.

한편, 현재 상황에서도 트럼프가 계속 대선 승리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답변을 한 공화당 의원은 전체의 4%도 안되는 9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5명이 이번 회기를 끝으로 물러나는 의원들이다. 트럼프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답변 역시 비슷한 비율은 8명에 그쳤다. 미치 매코널을 포함한 232명의 의원이 모호한 입장을 밝히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비겁함'을 여실히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선거불복 소송

"반대한다" (9명)

상원의원(4명) : 라마 알렉산더, 리사 머코스키, 밋 롬니, 패트릭 투메이,

하원의원(5명) : 윌 허드, 애덤 킨징거, 폴 미첼, 덴버 리글먼, 프랜시스 루네이

"찬성한다" (8명)

상원의원 (3명) : 마샤 블랙번, 테드 크루즈, 린지 그레이엄

하원의원(5명) : 거스 엠 빌리라키스, 모 브룩, 폴 에이 고사, 존슨 티 스미스, 테드 요호

이들이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선거 결과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눈치' 때문이다. 바이든에 비해 704만 표를 덜 얻었지만 트럼프의 득표(7422만 표)는 역대 두번째로 높은 득표수다. 여전히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트럼프가 어느 정도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다.

공화당 지지자 83%가 바이든 승리 인정 거부

또다른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도 10명 중 8명 이상이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7일 <비지니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83%가 여전히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보도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17%만이 바이든 승리를 인정했다.

또 공화당 지지자들의 89%가 이번 선거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82%는 미국민들이 오보에 크게 노출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이겼다", "이번 선거 과정에 문제가 있다", "주요 언론의 보도가 문제가 있다" 등은 트럼프의 주장들이다. 공화당 지지자의 80% 이상이 이런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지아주 선거관료 "살해 위협에 시달려"-미시간 국무장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감금...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선거가 끝난지 한달이 지났고, 각 주의 선거인증까지 마쳐 더이상 우길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본인과 열혈 지지자들 이외에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조지아주,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등 주요 경합주에서 선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들은 살해 위협 뿐 아니라 무장세력들이 집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여 감금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 공화당 소속 가브리얼 스털링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포함한 선관위 관료들이 살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폭언이나 행동을 한번도 비난한 적이 없는데 이젠 그들을 멈춰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해서 안되는 일은 사람들의 폭력행위를 자극하는 일이다. 이러다간 누군가 다치고, 누군가는 총을 맞을 것이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지난 5일 미시간주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슬린 밴스 미시간주 국무장관의 집을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4살난 아들을 포함한 밴스 장관의 가족들은 무장세력에 의해 집에 감금된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

CNN은 7일 이런 상황에 대해 "트럼프 측은 한쪽은 '2+2=4'를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2+2=5'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 주장이 모두 타당하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의 행동은 민주주의 중심 이념 중 하나를 약화시키고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이기든 아니든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고 안전하게 실시됐으며, 미국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 트럼프 뿐만이 아니라 이들에게도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게 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왼쪽은 린지 그레이엄, 오른쪽은 미치 메코널 상원의원.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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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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