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시사만화상에 한겨레신문 권범철 '코로나의 역설'

전국시사만화협회 선정...우수상에 경향신문 김용민,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전국시사만화협회(회장 최민)는 올해의 시사만화상 대상에 한겨레 권범철 만평가의 만평 '코로나의 역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만협은 7일 "'올해의 시사만화'에 권범철 한겨레신문 만평가의 '코로나의 역설…(4월8일자 한겨레 그림판)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으며, 2020년 ‘올해의 시사만화상’ 대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종원 '올해의 시사만화상' 심사위원장(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심사평에서 "권범철 작가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가져온 코로나19 사태를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시사만화상 대상을 수상한 권범철 만평가의 2020년 4월 8일자 한겨레 그림판 '코로나의 역설...' ⓒ한겨레

하 위원장은 권 만평가의 작품을 두고 "온 세계가 코로나19를 치유할 백신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이 시점에 도리어 코로나19를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황폐한 지구를 복원할 또 다른 백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회복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는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와 북극곰을 비롯한 자연의 존재들이 읊조리는 '이제 정신이 좀 들어?'라는 말은 '이제 정신 좀 차려!'라는 준열한 꾸짖음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지구생태계가 파괴되어 전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더 큰 재앙을 맞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일깨워준다"며 "이 작품은 직격적 서술이 아닌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되는 글과 그림의 병치로 우리의 현실을 에둘러 말하는 시사만화의 본질과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는 점에서도 ‘올해의 시사만화상’으로서의 품격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의 시사만화상 우수상에는 김용민 경향신문 만평가의 '6·10, 민주항쟁 33주년…'(6월11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와 설인호 스트레이트뉴스 만평가의 '세월호 6주기를 맞은 탕자에게'(4월16일자, 스트레이트뉴스 웹툰)가 선정됐다.

▲ 올해의 시사만화상 우수상에 선정된 김용민 만평가의 2020년 6월11일자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6·10, 민주항쟁 33주년…' ⓒ경향신문
▲올해의 시사만화상 우수상에 선정된 설인호 만평가의 2020년 4월 16일자 스트레이트뉴스 웹툰 '세월호 6주기를 맞은 탕자에게' ⓒ스트레이트뉴스

전국시사만화협회가 2008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는 '올해의 시사만화상'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았으며, 올해 공모에는 국내 다양한 매체에 발표된 시사만화 중 총 172개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47편이 1차 예심을 통과했고, 2차 본심은 하종원 위원장, 박용규(상지대 교수), 백정숙(만화평론가), 최민(협회장)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전문가 심사단에서 진행해 대상 1편, 우수상 2편을 최종 선정했다.

올해의 시사만화상 시상식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과 회원들의 '우리 사회 공동체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추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 개최할 계획이라고 협회는 전했다.

최민 회장은 "올해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좋은 작품을 응모해 준 작가들께 위로 드린다"며 "좋은 시사만화는 좋은 독자가 만든다. 한 해 동안 응원과 격려로 함께 해준 독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 해 동안 인간 사회를 그리고, 시대정신을 그리기 위해 힘들고 고독한 시사 만화가의 길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달려온 이 땅에 시사만화가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 소개

전국시사만화협회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언론 개혁’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를 목적으로 2000년에 결성되어 올해로 20주년이 된 언론단체다. 각종 세미나와 출판, 전시회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해외 교류를 통해 한국 시사만화의 지평을 넓혀 왔다. 진보적 시각의 시사만화를 통해 시대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거리에서 광장에서 다양한 이슈의 시사만화전시회를 개최했다. 시사만화의 날 제정 및 국제시사만화포럼(IFEC) 개최, 프랑스 국제시사만화 살롱 참가 등 국제교류와 다양한 사업을 통해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도 ‘올해의 시사만화상’ 심사평

하종원(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심사위원장

▲하종원(선문대 교수) 심사위원장

코로나가 온 세상에 휘몰아치고 있다.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쓰나미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우리의 삶은 어느덧 진공상태가 된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로 무장된, 정지된 익명의 삶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아니 도리어 그동안 가장된 평화와 자의적 관행으로 덮어두었던 것들이 더 첨예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는 이 팬데믹의 혼돈을 기화로 슬며시 넘어가며 모른 척 묻어 버리려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올해의 여러 시사만화는 그것을 날카롭게 살펴보고 찾아내어 발언한다. 퍽퍽한 노동현장, 자본 권력의 위선과 추종, 국가의 위기대처능력, 언론의 정치 권력화, 강대국의 오만한 패권주의 등등. 그것들을 새삼 재확인하는 씁쓸함을 안은 채 두 편의 우수작과 한 편의 대상(‘올해의 시사만화상’)을 선정하였다.

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지만, 결코 난파되지 않은 철옹성의 공간 위에 떠 있는 세월호의 어린 영혼들의 존재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자리하여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 설인호의 ‘세월호 6주기를 맞은 탕자에게’를 첫 번째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또 다른 우수작으로 33년 전 6월 항쟁의 기억을 현실로 소환한 김용민의 ‘재용이를 살려내라’를 선정하였다. 이 작품은 민주화는 완료형의 목표가 아니라 진행형의 지난(至難)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여전히, 아니 더 과하게 펼쳐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의 배후에는 권력과 자본과 언론의 혈맹관계가 삼위일체의 카르텔로 불변한다는 구태의연한 사실 앞에 분노를 넘어 실소와 자괴감마저 든다.

대상인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두고 여러 의견을 나눈 결과 최종적으로 권범철의 ‘코로나의 역설’로 뜻을 모았다. 국가방역과 개인위생을 통해 극복해야 할 인류의 재앙으로 간주되는 코로나19 사태를 작가는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온 세계가 코로나19를 치유할 백신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이 시점에 도리어 코로나19를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황폐한 지구를 복원할 또 다른 백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회복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는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와 북극곰을 비롯한 자연의 존재들이 읊조리는 “이제 정신이 좀 들어?”라는 말은 “이제 정신 좀 차려!”라는 준열한 꾸짖음으로 다가온다. 지구생태계가 파괴되어 전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더 큰 재앙을 맞다들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 작품은 직격적 서술이 아닌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되는 글과 그림의 병치로 우리의 현실을 에둘러 말하는 시사만화의 본질과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는 점에서도 ‘올해의 시사만화상’으로서의 품격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코로나가 사라진 시사만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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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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