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플랫폼 경제와 그 적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산업 플랫폼 '딜'(협약)을 향하여

플랫폼 경제로 전환의 필요성

플랫폼(platform)은 '스마트'(smart)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는 핵심 용어다. 스마트화의 진전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지능적 연결을 강화시키는 것과 관련된다면, 플랫폼화는 다수의 참여자들 간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일정한 가치를 창출시키는 기반 구축 및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기초한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에 대한 반복적 사용과 공유에 따라서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때 수요자와 공급자 등 각 주체들 간에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의 활성화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토대가 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핵심 쟁점은 이 플랫폼을 강자가 지배할 수 있도록 하여 승자독식 체제를 유지시킬 것인가(예 : 구글의 플랫폼 경제), 아니면 플랫폼의 탈집중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승자의 이익 독식을 막고 공동이용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예 : 박영선 장관의 프로토콜 경제)로 크게 나누어질 수 있다. 결국 스마트화이든, 플랫폼화이든 간에 특정 기술 체계가 구축되면, 우리는 늘 '사람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지역산업 발전 측면에서 이보다 더 큰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점은 업종별 차별성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특정 산업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현재 플랫폼 경제에 다가가기에 재정적‧기술적‧교육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플랫폼 경제는 지역 간 격차를 통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이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성장의 조건이라면, 먼저 이에 대한 적들을 다음과 같이 파악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열린 플랫폼 경제와 그 적들

우리나라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분석한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김인철‧조재한‧김한흰, 2019,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기업 활용에 관한 연구, 산업연구원), 5G를 비롯한 모바일 기술 활용 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며, 블록체인 및 로봇 기술은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게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정보통신업, 도매 및 소매업 분야에 이러한 기술들의 활용도가 높으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기타 기계 및 장비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에서 활용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황 분석에 기초하여 우리나라 지역산업 플랫폼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적들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중소기업들의 낮은 스마트화 수준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플랫폼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의 경우 10인 이상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 비중이 2017년 기준 17.2%로 OECD 평균인 29.9%보다 훨씬 낮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80%가 스마트 팩토리 1단계(엑셀 등 기본 데이터베이스 활용)에 집중해 있는, 국가적 차원의 스마트 팩토리 수준과 유사한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우리나라 영세기업들의 경우 스마트화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며, 이러한 기업들이 대체로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근간을 담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플랫폼 경제를 둘러싼 이러한 기업 간 격차는 지역 간 격차를 바라볼 때, 더욱 심각해진다.

앞선 산업연구원의 보고서(김인철‧조재한‧김한흰, 2019)에서 제시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 1000여 개 기업들 중 약 73%의 기업들이 수도권인 서울(전체 52% 차지)과 경기도(전체 21% 차지)에 집중해 있다. 이를 통해서 비수도권 지역들의 플랫폼 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부의 뉴딜 정책이 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사람 간 격차를 고려할 때, 정부나 기업의 지원 영역이 어디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4차 산업혁명을 떠올릴 때, 흔히들 우수 사례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을 많이 제시한다. 그러나 필자가 2019년도에 참여했던 기업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발표한 독일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을 이끄는 인재 부족으로 인해 스마트화를 종종 포기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기업은 자동화된 체계로 스마트 관리-생산-마케팅 체계를 갖추어 놓았지만, 정작 이를 다루는 전문 인력은 소수에 불과해서 이 인력이 직장을 그만둘 경우 모든 업무는 멈춘다는 것이다.

'인재는 서울로 향한다'가 법칙으로 굳어져 가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보면 플랫폼 경제에 대해 하던 말도 멈추게 된다. 교육부 뉴딜이 아닌 '교육 뉴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간의 중첩성과 다원성 시대를 열어가는 지역산업 플랫폼 '딜'(협약)을 향하여

우리는 이제 철저히 공간의 이중구조인 대면 공간(물리적 공간)과 비대면 공간(가상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우리의 삶을 공간에 투영시키면서 포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2가지 매트릭스를 가지고 나와 타인을 결부시켜 가면서 다원적인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타인의 공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서 못다 이룬 균형 발전을 꿈을 가상 공간과 함께 펼쳐지는 중첩적이고 다원적인 공간에서라도 이룰 수 있을까? 지역산업의 영역에서 플랫폼 '딜'(협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같은 두 개의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할 지역산업 세계를 경제지리학자의 시선으로 그려보자.

먼저, 사람의 영역이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작고하신 이민화 교수님은 강연에서 플랫폼 경쟁력의 원천을,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제시하시면서 '회원들의 물 관리'임을 강조하셨다. 지역산업 플랫폼 '딜'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물 관리'를 위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즉, 이는 플랫폼 거버넌스(민관 협력적 통치체제) 확립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이를 지탱하는 힘은 교육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의 영역에서 스마트 공장이 확산되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인구 소멸 지역에 새로운 산업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모두는 인간들의 일자리 감소를 염려하겠지만, 이는 기계를 지배‧관리하는 새로운 일자리들의 창출로 상쇄'시켜야' 할 것이다.

아무리 컴퓨터가 슈퍼모드로 발전한다고 해서 개인 컴퓨터(PC)가 없어지는 시대가 왔던 것은 아니었으며, 실제로 우리는 개인 컴퓨터(PC)와 핸드폰이라는 1인 2개의 컴퓨터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자리는 PC 뿐만 아니라 핸드폰 영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창출되었다.

기술은 공학자가 개발하지만 그 선택은 사회가 하며, 그 실현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아직까지는 인간에 의해 개발된 기계가 사회와 공간을 선택하기는 힘들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공포심으로 인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일자리 창출의 기회는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생태계 측면에서, 지역산업 플랫폼 경제로 인해 산업 및 기업의 가치사슬이 재편될 것이다. 아울러 물리적 공간에서 산업 클러스터의 다양한 공유재(공동 장비 활용, 공동 마케팅, 공동 물류시설 등)와 가상 공간의 플랫폼 공유재(블록체인, 빅데이터 활용 역량 등 초연결성 공유자산)는 공존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산업의 물리적 공간에 형성되고 있는 클러스터와 더불어 가상-물리적 공간이 결합된 플랫폼 클러스터도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 지역의 경쟁력은 특정 산업의 클러스터 개수와 함께 산업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플랫폼 개수로도 측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플랫폼은 공간을 초월하여 운영될 것이며, 이를 보유하는 기업의 독식성, 편식성, 분배성을 둘러싼 논의는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산업 플랫폼의 운영방식이다. 이는 각 지역들이 고려해야 하는 지역산업 발전 방식에 해당한다. 지자체는 전략 또는 특화 산업과 함께 플랫폼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플랫폼은 공유와 독식이 어우러지는 경쟁 생태계의 원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역시도 민간기업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의 성격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게 하면서 책임적 투자를 전제로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을 간과한다면, 현재 공동 연구장비 지원 정책처럼 지역산업 플랫폼 정책도 '공유재의 비극'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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