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간의 도전...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모두 '길동무'가 되길

[노회찬정치학교를 가다] '언택트 시대' 2기 노회찬정치학교 수료식 하던 날

"노회찬 정치학교를 수강하면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문장은 '정치는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의로운 분배, 치우치지 않은 분배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죽음의 전 단계인 감염병 코로나가 '그들'에서 '당신'으로, 그리고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이 상황에 '공감'이란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나아가라'는 유언은 제게 한 사람이라도 더 공감하고 '그들'이 아닌 '당신'의문제로 받아들이라는 말로 이해됩니다.

변하지 않는 세상에 화가 나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나가 보려 합니다. '그들'이 '당신'이 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그게 노회찬 의원님의 정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뜻을 이어받아 저는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보려 합니다." (홍주리 수강생의 에세이 중에서)

지난 10월17일 시작된 노회찬 정치학교 2기가 11월28일 7주간의 막을 내렸다. 26명의 수강생은 "또 다른 노회찬이 되어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던 고(故) 노회찬 대표의 유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28일 노회찬정치학교 2기의 수료식이 열렸다. 코로나 시국에 따라 2기의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수료식 또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수강생들이 수료를 자축하며 각자 음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노회찬재단

코로나 시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노회찬 정치학교 2기'

코로나 시국에 시작된 노회찬 정치학교 2기의 최대 화두는 '코로나'였다. 2기의 부제는 '재난시대, 한국사회와 정치를 탐색하다'였다. 1기 정치학교의 수업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지만 2기의 모든 수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계획되면서 시작 전부터 걱정도 있었다. 오진아 노회찬 정치학교 교감은 "코로나 상황에서 모든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시작 전부터 참여율에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실제로 해보니 예상보다 출석률이 높았고 대부분 수강생이 수료했다"고 말했다.

강의도 '코로나'를 중심으로 기획됐다. 수강생들은 7주 동안 '코로나 재난 속 민주주의', '재난 시대의 정치 리더십', '재난시대의 복지', '코로나19와 불평등', '코로나19와 인권' 등을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이날 수료식도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수강생들은 각자의 집, 사무실 등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료식에 참가했다.

수강생들은 오프라인으로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사이였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함께 강의를 들으며 "내적 친밀감이 쌓였다"고 말했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윤인호 수강생은 "이런 강의는 보통 서울에 많다. 지방에 살다보니까 이런 강의가 있어도 그동안 참석하기 어려웠다"면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저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사회극, '정치인의 윤리'를 이야기하다

수료식에 앞서 수강생들은 각자 역할을 맡아 사회극을 진행했다. 사회극은 참가자들이 역할놀이를 통해 사회이슈를 탐색해 보는 활동이다. 진행은 최대헌 소셜디자이너Doing 이사(심리상담청자다방 대표)가 맡았다.

사회극의 주제는 사회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이 지역의 이해와 사회운동의 이해가 다른 경우에 겪는 윤리적 딜레마였다.

가상의 사례가 주어졌다. 공장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가 유입돼 도시가 활성돼 당론과 지역 여론은 공장의 설립을 적극 찬성하는 상황이라고 설정했다. 반면 이 국회의원은 환경운동가 시절에는 공장의 설립을 극렬하게 반대했다는 설정이었다.

가상의 사례였지만 사회극은 현실적이고 매우 뜨거웠다. 지역구 의원을 맡은 순현철 수강생은 "사회운동가 시절의 신념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이상 유권자들의 민심도 중요하다"며 "정치인으로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그 과정에 환경이 담보되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시민단체활동가를 맡은 전효식 수강생은 "순 의원의 급격한 변화를 보니까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 의원을 지지한 건 당론에 환경운동이 반영되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순 의원이 이런 식이라면 다음 선거에 낙선운동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순 의원이 속한 당의 당대표 역할을 맡은 김동아 모둠기록자(1기 수료생)는 "시민운동가 시절의 입장과 국회의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순 의원이 고려해야 하는 상황들은 환경단체 입장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 지역의 취업준비생 등 이해관계가 다양하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타당 대표도 논쟁에 합류했다. 순 의원의 당과 정적 관계의 타당 대표 역할을 맡은 예윤해 수강생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치인들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등장했다. 지역의 취업준비생 역할을 맡은 서정민 수강생은 "이 지역은 낙후해 지역 사람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빠지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꼭 공장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역할을 맡은 윤인호 수강생은 "순 의원에게 투표를 할 때는 공장 설립을 반대한다는 공약을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공장이 들어서면 손님이 늘어나 식당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경 보호도 매우 중요한 가치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수강생들은 각자 역할에 따라, 또 신념에 따라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부터 "공장 설립으로 가장 불리해지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뜨거웠던 토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한 가지 결론으로 모아졌다. 수강생들은 "정치인들의 딜레마는 정치인 개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시민이 참께 참여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7주간 이루어진 강의 속에서 수강생들은 민주주의와 토론의 가치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26명의 노회찬...함께 위기 극복해나가길"

사회극이 끝난 후 진행된 수료식에서 조현연 교장은 "지난 7주간 동안 꾸준히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열심히 참여해준 수강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이 7주의 과정이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데 소중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서로의 길동무가 되어 힘든 시기에도 함께 힘을 모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도 "코로나 상황이서 모든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걱정했는데 출석률이 높았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서 다행이다. 여러분들 모두가 노회찬이 되어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6411번 버스의 노동자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수료생 가운데 4명에게는 '오재영추모사업회'(회장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에서 지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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