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19 사망자 하루 1700명...사망자수 25만 명 넘어서

트럼프의 '코로나 정치게임'이 낳은 비극..."트럼프 지지자, 사망하면서도 코로나 부정"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난 17일(현지시간) 하루 170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6개월 중 최대 사망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18일 오후 6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148만5176명, 사망자 수가 25만29명으로 집계됐다(존스홉킨스대 통계).

문제는 이미 지역 사회에 바이러스가 퍼질대로 퍼져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 의과대학 교수는 18일 "어제 미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망자 수는 2-3주 전 감염자 수를 반영하고 있다"며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2-3주 전에 미국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7-8만 명이었는데, 현재는 하루 15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라이너 교수는 "2-3주 후에는 하루 3000명의 사망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 현재 47개 주에서 지난 주에 비해 10% 이상 더 많은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하와이에서만 신규 감염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스다코타와 아이오와도 지난 주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지만, 이들 주는 최근 신규 환자, 입원, 사망률이 최악의 상태여서 뒤늦게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규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감염자의 급증은 코로나 검사자가 증가했기 때문도 아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주동안 미 전역에서 코로나 검사는 11% 증가한 반면, 신규 감염자는 29% 증가했다. 검사시 양성 진단을 받는 숫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손 놓고 있으면서 바이든에 인수인계 거부

이처럼 환자와 사망자로 급증하고 있지만 연방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사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모더나, 화이자 등 백신 개발 중간 보고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성과"라며 숟가락을 얹은 것 이외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꾸린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자금 지원, 정보 접근 권한 등을 거부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가 계속 인수 인계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미국인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호소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태다.

중간 보고에서 모두 95%에 가까운 확률을 기록한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이 최종 단계까지 성공적으로 개발에 성공해 보급이 된다면, 빠르면 12월부터 의료진 등 최우선 필요 계층의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건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일반인들까지 접종 가능한 단계는 내년 4월께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백신 개발에 따른 효과는 빨라야 내년 봄이나 여름에나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정치화한 코로나...사우스다코타 등 일부 주지사들도 '코로나 정치 게임'

11월 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주지사들도 나름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는 이번주부터 3주간 모든 학교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레스토랑에서 실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새로운 규제책을 발표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오는 20일부터 바와 레스토랑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쇄하라고 긴급 명령을 내렸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오는 19일부터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 명령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황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 중 정치적인 논리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실내 모임 규제 등 예방 조치를 내놓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다코타 크리스티 놈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사우스다코타주는 최근 코로나 검사 양성 판정 비율이 58%가 나오고 하루 평균 1400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주 인구 대비 신규 입원 환자는 미국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놈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고 있다. 내년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연방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놈 주지사는 실내 모임에 대한 규제책을 발표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놈 주지사는 지난 7월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에게 '트럼프 얼굴을 새긴 러시모어 조각상'을 선물하는 등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역에서 대규모 확산이 예상되는 트럼프 유세, 트럼프 지지자들의 오토바이 행사 등의 개최에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 놈 주지사는 오히려 지난달 트럼프 유세에 참석해 "우리 지역 주민들은 자유롭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사우스다코타의 응급실 간호사인 조디 도어링은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이런 '코로나 정치 게임'으로 인해 지역 주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와도 일부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며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 중에서도 감기, 독감, 심지어 폐암과 같은 다른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중엔 사망하는 순간까지도 코로나19에 대해 부정하고 의료진에게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면서 "모든 간호사, 의사들이 동일한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힘들고 슬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노스다코타 주민들에게 마스크 착용 등 개인적으로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노인, 어린이, 유색인종, 시골 거주자...'코로나 정치 게임'의 피해자들

인접한 노스타코타주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주일 동안 노스다코타주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00만 명 당 18.2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더힐>이 보도했다. 노스다코타주는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인력이 부족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무증상인 의료인력은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주지사가 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줄곧 마스크 의무화를 거부해오다가 최근에야 "우리 상황이 바뀌었다"며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취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전국적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예방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시골지역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특히 시골지역 요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뉴욕 등 대도시 주변의 교외지역의 요양원에서 발생한 비극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1주일 동안 노스다코타, 위스콘신, 몬태나주 등에 있는 시골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2000여 명 발생했으며, 이중 19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게다가 시골 요양시설은 N95 마스크 등 보호장비가 부족하고 기존 직원이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빈자리를 메우기 어렵기 때문에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이 언론은 지적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들보다 시골에 거주하는 이들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3.45배 높은 것으로 CDC 조사에서 드러났다. 노스다코타 시골지역 요양원 관리자는 WSJ와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했지만, 코로나19는 들불처럼 번졌다"며 "지옥에 있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성인에 비해 감염률이 낮은 어린이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영유아, 아동, 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104만 명을 넘어섰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가 18일 보도했다. 이들 어린이 확진자들은 성인에 비해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다수였지만 지난 6개월간 67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들 중 135명 이상이 사망했다.

코로나19에 의한 인종적 건강 불평등 문제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CDC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칸 인디언이 코로나19로 입원할 확률이 백인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더힐>이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입원할 확률이 백인에 비해 4.2배 히스패닉, 아메리카 인디언, 흑인이 각각 4.2배, 4.1배, 3.9배로 조사됐다. 아시안이 코로나19로 입원할 확률은 백인에 비해 1.5배 높았다.

▲사우스다코타 지역의 코로나 검사소. 이 지역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화당 출신인 놈 주지사는 마스크 의무화 등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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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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