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하원의원 4명 탄생...입양인시민권법 통과 등 기대"

김동석 KAGC 대표 "위안부결의안 후속작업 필요하다"

지난 11월 3일 미국 선거로 제 117회 연방의회에서 한국계 미국인 의원이 4명이 탄생했다.

앤디 김(뉴저지주 3지구·민주), 메릴린 스트릭랜드(워싱턴주 10지구·민주), 영 김(캘리포니아주 39지구·공화),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주 48지구·공화)이 그 주인공이다. 30대 정치 신인인 데이빗 김(캘리포니아주 34지구·민주) 후보만 아쉽게 낙선했다.

불과 2년 전 앤디 김 의원의 당선에 20년 만에 한인 연방의원이 탄생했다고 기뻐한 것을 생각하면 "지각 변동의 변화"라고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대표는 말했다. 메릴린 스트릭랜드, 미셸 박 스틸, 영 김 의원은 최초의 한국계 여성 연방의원이라는 기록도 공유하게 됐다.

▲ 영 김 후보가 13일(현지시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한국계 4명이 미국 연방의회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릭랜드, 영 김, 앤디 김 의원. ⓒ연합뉴스

"연방의원 4명 탄생...이민, 입양인시민권 등 초당적 접근 기대"

오랫동안 미국에서 한인 유권자 운동을 해온 김 대표는 14일 선출직(임명직) 공직자를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섀도우캐비닛'(대표 김경미) 온라인 강연에서 연방의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의 소수계 입장에서 연방 하원의원 1명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정치적 영향력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는데 이번에 4명이나 한꺼번에 의회에 진출한 것은 지각 변동 수준"이라는 것.

민주당의 앤디 김은 이제 재선의원이 됐으며, 스트릭랜드는 타코마 시장 출신의 초선의원이다. 두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 성향의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공화당의 미셀 스틸 박, 영 김도 초선의원이다.

4명의 의원이 소속 정당이 다르지만 한인 사회가 직면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초당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전망했다.

"공화당이 이민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일지라도 공화당 소속의 이민 커뮤니티 내 의원들은 친이민 입장입니다. 저는 공화당에서 소수계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많이 탄생하는 것이 공화당 개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두 의원은 L.A 지역 의원들이라서 이 지역 한인들 다수가 직면하고 있는 스몰 비즈니스(자영업 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깊고 해결 의지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회기 때는 입양인 시민권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공화당 한인 의원이 2명이나 있으니까요.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이에 대해 직접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 30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는 더 나은 삶을 일구기 위해 미국으로 와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 가정을 지원하면서 일생을 싸워왔다. 모든 사람을 존엄하게 대하고 낯선 이들을 반기며 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게 나의 원칙이다. 나는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고칠 것이고 등록되지 않은 한국인의 시민권을 위한 로드맵을 제공할 것이며 수만 명의 한국인 입양아를 미국인으로 인정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입양인 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은...

국제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새로운 가정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아동이 태어난 나라에서 양부모가 거주하는 나라로 아동을 이주시키는 행위다. 아동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비자발적'인 국제이주 과정에서 이 아동은 태어난 나라의 국적과 언어와 문화를 박탈당한다. 따라서 입양아동에게 이 이주 과정에서 최소한의 안전권이 확보되는 조건은 이주한 나라의 국적(시민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대, 폭력, 파양 등 양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입양아동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보호나 사회적 개입이 필요할 경우, 혹은 입양아동이 성인이 되어 양부모로부터 독립을 할 경우, 입양인이 그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존의 국제입양은 이 가장 기본적인 조건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바로 입양인 개인의 피해와 고통을 야기했다.

클린턴 정부 시기인 지난 2000년 '아동 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이 연방 의회를 통과했지만, 이 법은 제정일(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의 입양 아동들에게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도록 했고, 당시 이미 성인이 된 많은 입양인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1945년부터 1998년까지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 중 2만5000명에서 4만9000명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들 중 절대 다수가 한국 출신 입양인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16만5305명 중 국적 취득 미확인자가 2만6822명, 이들 중 미국으로 입양된 이들이 1만9429명(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이다. '입양인 시민권법'은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16년부터 매 회기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5월 아담 스미스(민주당, 워싱턴-9) 의원과 랍 우달(공화당, 조지아-7)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H.R. 2731)도 안타깝게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입양인권익운동(Adoptee Rights Campaign), 홀트 등 20여개 단체가 전국 입양인 평등권 연대'(National Alliance Adoptee Equality)를 만들어 법안 통과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명의 한인 연방의원이 당선된 데다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까지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117회 회기 때문에 법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김동석 대표는 바이든 캠프에서 한인유권자연대가 발행한 정책자료집을 참고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한인 연방의원 4명 입성과 함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2007년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 후속 작업 필요하다"

▲ 지난 2007년 미 하원에서 열린 위안부 결의안 청문회. ⓒ연합뉴스

김 대표는 또 지난 2007년 미 하원을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H.Res 121)에 대한 후속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미일관계와 동등한 수준으로 미국관계를 이어갈 좋은 전략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7년 7월 30일 미 하원을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의해 19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동안 아시아, 태평양 여러 섬 지역의 식민통치 및 전시 점령 당시 일본 제국군이 젊은 여성들을 강제적으로 "위안부"라고 일컬어지는 성노예로 동원한 바 있음을 일본정부가 명확하면서도 번복 불가능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며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당시 결의안을 발의한 마이크 혼다 의원을 도와서 입법 로비 활동을 했던 김 대표는 "위안부 이슈는 한미일 관계에서 여전히 불덩어리"라면서 "이 결의안을 활용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때는 '전쟁 범죄', '여성 인권'의 이슈임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전쟁 범죄'로 부각시켜 끝까지 책임을 따져 묻고 재발 방지를 이유로 절대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지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가해자, 피해자의 문제는 피해자가 강자가 될 때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제가 유대계 미국인들의 로비 집단인 AIPAC회원으로 1998년에 가입했습니다. 에이펙은 미국의 군사력을 활용해 중동에 있는 자신들의 고국인 이스라엘을 지킨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치적으로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미국의 시민 입장에서 어떻게 미국 정치권을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회원으로 가입해서 노하우를 배웠고, 2007년 위안부 결의안 통과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됐습니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전쟁 당시 일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의원이 있어서 법안을 2월 1일에 발의하게 됐는데, 에이펙 실무자가 조언하기를 무조건 15일 안에 시민 1만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라, 그걸 들고 가서 의원 한명 한명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활동을 함께 하는 한국 유학생들을 포함해 정말 많은 분들이 한인마트 등을 찾아가 캠페인을 벌이면서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서 8000여 명 서명을 받았고, 8000장 서명 용지를 들고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습니다.

결의안 통과를 막으려는 일본 정부의 로비는 정말 무시무시했고, 집요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들은 '조용히' 움직입니다. 절대 시끄럽게 굴지 않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동원해 원하는 바를 성취합니다. 위안부 결의안도 일본의 반대를 뚫고 통과시키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이용수 할머니 등 실제 피해자들께서 의회에서 증언을 하게 된 힘이 컸습니다. 이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요 소재로 활용됐습니다.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이 결의안 통과 이후 당시 이용수 할머니 등을 만나 "위싱턴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직접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2015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의회에 와서 직접 연설을 하면서 퇴색된 측면이 있습니다.

결의안이 통과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이를 근거로 계속 묻고 따지고 문제 삼아야 합니다. 홀로코스트는 지금도 그렇게 합니다. 결의안 통과 당시 한국의 여성부와 작업을 해서 이 과정을 기록을 남기자고 했는데 정권이 교체(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되면서 흐지부지 됐습니다.

올해는 이 결의안에 서명자로 동의했던 의원들 중 현역에 남아 있는 의원들을 접촉해서 여성인권문제로 'HR 121 Caucus'를 결성할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7월 30일 의회에서 작은 기념식을 하기 했는데, 그걸 넘어서 코커스를 만들어 후속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미국 의회에서 시민 로비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이슈는 평화, 인권, 환경 이슈들입니다. 위안부 이슈는 이에 딱 부합합니다."

"한인 의원들이 한국인은 아니다...무조건적 기대는 금물"

김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기 위해선 한인들이 '미국 시민'으로 지역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범 시민으로 인정받지 않고서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고 그래서 한인들은 그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에이펙은 매년 총회를 마친 뒤 수만 명의 참석자들이 의회로 와서 유대인들이 원하는 법안 로비를 위해 지역구 의원 사무실을 찾습니다. 놀라운 장면이죠. 또 지역구 의원들을 위한 후원회도 자주 개최합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스라엘에 있는 가족, 친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할애합니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못 갔습니다.

한인들이 미국 시민이 돼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선 한국인들, 특히 한국 정치인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인들에게 한국은 고국이기 때문에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워싱턴 의회를 찾아오는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이 한인 의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는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이슈에 대해서 공화당 의원들은 다른 입장이나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에게 한국의 입장에 대해 설득할 필요가 있겠지요.

또 앤디 김 의원만 재선이고 다른 분들은 초선입니다. 3선 정도가 돼야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이해하고 이들을 더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프레시안(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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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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