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따라" 고등학생 혹사시킨 학교, 뒤에선 '포상금 잔치' 벌였다니

[기자의 눈] 여전히 모순된 구조 속에서 허덕이는 또다른 '준서'들

"기능대회 나가서 수상한다고 우리에게 무슨 이익이 생깁니까. 다 애들 잘되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 신라공고 관계자

지난 4월 8일 경북 신라공고에서 전국기능대회를 준비하던 이준서 학생(3학년)이 학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유가족은 학교에서 기능대회 출전을 강요했고, 이를 견디다 못해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준서 군은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왜 세상을 힘겹게 등졌을까. <프레시안>은 신라공고에서 벌어진 준서 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적해 기사화했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기능대회 잔혹사)

준서 군이 속해 있던 기능반은 기능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에만 집중했다. 메달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을 1학년 때부터 선발해 기능대회 맞춤형으로 키웠다. 이렇게 선발된 아이들은 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교육'이 아닌 '훈련'을 받는다. 정규수업도 대부분 받지 않고 오로지 '훈련'에 몰두한다.

학교의 기능반에서 진행되는 일인데 왜 '교육'이 아니라고 불릴까. 교사에게 직접 지도받는 게 아니라 2인1조로 묶인 선배에게 도제식으로 '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받는 '훈련'은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보다는 단순 기능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에 그친다. 자연히 선후배간 폭력과 강압 내지 폭언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기능반 학생들이 '메달 따는 기계'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준서 군 사고 이후 학교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기자 한 명 상대하는데 교장부터 교감, 지도교사, 담임교사 등이 모두 참석했다. 시종 일관된 태도로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기능대회를 준서 군이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을 뿐더러, 참여를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준서 군의 죽음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준서 군 스스로 장난을 치다 실수로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교육자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

준서 군에게 아무런 강요도 하지 않았다는 학교

<프레시안>에서는 신라공고 관련, 여러 제보를 받았다. 그중에는 자신을 신라공고 기능반 출신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도 있었다. 그는 준서 군의 죽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준서 군이) 2학년 때, 전국대회에 입상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준서 군이) 3학년 때도 역시 비슷한 성적을 올려주어야만 하는데 그만두겠다고 하니 본인(학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돈과 시간을 쏟아 부은 경주마가 달리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어떻게든 출전시키려 했을 것이다."

이 졸업생은 학교 측에 왜 힘들어하는 준서 군을 그렇게 기능반에 묶어 뒀는지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그렇다면 '왜'가 남는다. 왜 학교는 전국대회 입상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정말 순수한 '교육' 목적인가? 그 '교육'을 위해 학생을 '훈련'시키고 최상의 성적을 내도록 '경주마'처럼 채찍질을 했던 것인가? 일개 학생의 대회 성적이 학교에 무슨 이득이 되길래? 그것은 정말 '교육'이었을까? 의문은 계속 들었다.

그때 준서 군 기능반 지도교사가 했던 이야기는 아직 생생하다. 아이들을 기능대회에 나가라고 강요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입상을 한다 해도 학생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자신이나 학교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준서 군에게도 강요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유가족은 기능대회에서 준서 군이 받은 상금 중 일부를 지도교사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지도교사는 이 역시 받은 적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세상을 떠난 준서 군만이 알 뿐이었다.

▲ 신라공고 정문. ⓒ프레시안(허환주)

기능반 지도교사, 포상금으로 2000만 원 받기도

그러던 중, 학교 측에서 준수 군 관련, 거짓 주장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 19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대구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신라공고 메카트로닉스 기능반을 지도하던 지도교사 A씨는 2019년 당시 기능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했다는 이유로 6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이 포상금은 지방, 전국 기능대회의 메달 색깔과 숫자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2019년은 당시 2학년이었던 준서 군이 지방대회에서 동메달,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해다.

신라공고 지도교사는 다른 기능반에서도 상당한 포상금을 받았다. 지도교사 B씨는 2017년 자동차정비반에서 2000만 원을, 자동차차체수리반에서 1500만 원을, 2018년에는 각각 1800만 원과 1300만 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지방과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한 결과다.

메달 수상은 포상금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지방대회에서 입상할 시, 지도교사는 지자체상과 교육감상을 받고,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면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모범지도자 표창을 받는다. 학교의 경우 우수육성기관 표장(금상 300만 원, 은상 200만 원, 동상 100만 원)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능대회에서 입상할 시 지도교사는 지자체로부터 해외연수 및 우수육성교사 표창을 받고 승진 가산점도 부여받는다. 직무 관련 박사학위를 획득할 경우, 3점의 가산점을 주는데,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1.5점을, 은메달 1.24점, 동메달 1점 순으로 부여한다.

학교는 경기장 시설 훈련비를 지원받고, 학교장에게 해외 시찰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재료비 및 훈련비도 지원받는다.

학교 측에서 주장한, '학생들의 수상 여부는 자신들에게 아무 이득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사실들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이준서 군(왼쪽 끝). ⓒ프레시안

준서 군 아버지 "아이들이 목숨 거는 시스템은 그대로"

경찰의 수사 결과도 공개된 자료와 궤를 같이 했다. 준서 군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최근 신라공고 관계자를 강요죄 혐의로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다만 문제는 준서 군 사건 관련,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이들은 이렇다 할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준서 군 아버지 이진섭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가 교사 개인의 문제로만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지도교사가 자기 개인적으로 (기능대회 출전 강요 등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지도교사도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고, 강요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교사 한 명만 걸고 넘어간다면, 이는 꼬리 자르기식 밖에 안 돼요. 학교에 아이들이 메달에 목숨 거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예요. 이 시스템이 없어져야 해요."

이탄희 의원이 국감에서 "이준서 군은 교사, 학교, 교육청이 만들어낸 지나친 메달 경쟁의 피해자이다. 신라공고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9시간이 넘게 강압훈련을 받고 있을지 모를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기능반을 운영하고 있는 250개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긴급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이준서 군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기능대회를 준비하던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이 준서 군 개인에게만 국한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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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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