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서방에서 인정받지 못하는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에서 입관학이 환영받는 이유는?

2019년~2020년 중국의 웹상에서 '입관(入关, 루관)'과 '입관학(入关学, 루관학)'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였다. 본래는 웹상의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단어이지만 이제는 중국 인터넷 정치판(键政)을 넘어서 주변 어디서에든 쉽게 들을 수 있는 유행어가 되었다. 한 중국 네티즌에 따르면 회사 로비 커피숍에 앉아서도 얼굴을 붉혀가며 치열하게 입관에 대해서 토론하는 중국인을 만날 수 있다. '입관학'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을까?

2019년 12월, 웹상에서 산가오셴(山高县)이라는 닉네임의 필자가 '중국인은 명의 멸망이라는 역사에서 어떠한 교훈을 얻었나?'라는 질문에 300여 글자 분량의 답을 달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웹상의 수많은 젊은이와 필자들이 이에 공감하거나 이를 비판하면서 '입관'과 '입관학' 열풍을 이어오고 있다. 분명하게 인터넷 비주류 문화이다. 그러나 그의 답변이 현실에서 메이저급 영향력을 자랑하는 이유는 현재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입관, 입관학은 무엇인가?

입관학은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다. '어째서 중국은 서방에게 인정받지 못하는가?' 그리고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역사적, 지정학적 비유를 제시한다. 필자는 현재 국제사회 리더인 서방 국가들을 과거 중국의 명(明)에 비유한다. 당시 명은 스스로를 문명의 중심으로 여기며 주변 관외(关外) 이민족을 야만인 취급했다. 이민족이 어떻게 노력하며 명나라를 따라하려 해봐도 문명인이 야만인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그들의 오만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명에 있어 야만인은 어찌 해도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민족이 입관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산해관(山海关)을 넘어서 판을 엎고 그들을 제압하지 않는다면 명나라는 스스로 구축한 시스템 하에서 혜택을 누리며 영원히 관외의 여진족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것이다.

입관학이 보기에 현재의 서방(특히 미국)은 당시의 명과 같다. 서방은 다소 세력이 줄긴 했어도 여전히 국제사회 발언권을 독점한다. 관외의 중국이 노력해도 관내의 서구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해야하나? 과거의 이민족 여진족은 유학을 익히며 노력하고, 문맹과 야만의 타이틀을 벗으려 했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문명인에 있어 글을 읽은 야만인은 그저 다소 배운 야만인에 불과했다.

문명과 야만의 구분은 핑계였다. 실제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다투는 나라간 경쟁에 불과했다. 결국에 여진족은 불평등한 관계를 타파하려 산해관을 넘어서 입관한다. 그리고 명나라와 유학을 대체하며 스스로의 질서를 구축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무시해도 스스로 반성하며 부단히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입관하면, 다시 말해 기존의 판을 엎고 상대를 압도하며 그 영역을 장악하면 끝이다. 스스로 입관에 성공해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면 그들이 알아서 엎드리는 것이다. 중국도 영원히 만족하지 않을 누군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중국이 스스로 부강해져 자신의 질서를 수립하면 자연스레 현재의 미국처럼 편하게 잘 먹고 잘 살며 전 세계의 인정과 존경을 얻는 것이다.

중국은 입관과 입관학을 어떻게 보는가?

입관학은 중국이 그간에 가졌던 고민과 질문에 새로운 방향과 답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 중국이 발전하고 국제사회 강대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배척당하며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명쾌한 해석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잘못이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 혜택을 보려는 이들이 문제인 것이다. 중국인에게 익숙한 역사를 입장을 바꾸어 차용했기에 나아가 그동안 쌓였던 의문과 불만이 컸기에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또한 입관학은 문제와 약점이 존재하며 이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하나의 시스템 하에서 일부 국가가 혜택을 본다면 다른 국가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가설은 현재 다수의 명백한 반증이 있다. 나아가 이에 혜택을 보는 국가라 해도 혜택을 통해 내부의 모든 문제와 모순이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과거 여진이 명을 멸하고 청을 세우며 스스로 새로운 자신의 질서를 수립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른 이들은 서구가 부강한 것은 약자를 착취한 것이고, 중국이 미국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였기 때문이라는 단순하고 노골적인 주장에 반대한다. 그리고 미국이 압박과 봉쇄를 푼다면 중국이 현재 겪는 성장통, 산적한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믿느냐 반문한다. 현재 내부의 문제를 극복,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하지 않으며 입관만 외친하면 설사 미국을 넘어서도 결국 중국에서 고통 받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일부는 입관학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젊은이가 자국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현재의 세계 질서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답안과 교훈을 찾으려는 노력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와 다르게 신흥국 입장에서 세계를, 주변국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 문화적 상상을 통해서 21세기를 해석하는 것인데, 그에 따르면 이는 '투키디데스 함정'(새롭게 부상하는 국가가 기존의 강대국을 위협할 때 전쟁을 유발하게 되는 상황) 같이 학계와 현실에서 흔히 등장하는 일이다.

입관학 유행에서 무엇을 봐야하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입관학은 중국의 역사를 활용하여 현재의 중국과 미국을 해석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비록 전문적이지도 학술적이지도 않지만 일반인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주류 의견과 주장이 인터넷 플랫폼을 넘어서 이처럼 현실 세계에 널리 퍼지며 다양한 사람들에 크게 호응을 얻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입관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 제시한 해답이 중요하다.

그들의 주장은 중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과 세계에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기존의 시스템, 판을 엎고 자신의 세계와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에 중국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 어떠한 행동을 할지에 대한 하나의 선택이 된다. 비록 유일한, 정확한 답안은 아니나 중국 젊은이가 어떻게 작금의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하려 하는지 파악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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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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