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으로 두말 하는 정부?...10개월 전엔 "지역화폐 경제효과 커" 연구

지역화폐 폄하 연구 '서울 공화국' 대변?...이재명 "연구, 시기·내용·목적에서 엉터리"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정연)이 지자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고 오히려 손실을 키우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경기도는 물론 전국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를 '손실 덩어리'로 본 것이다.

문제는 역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12월 지역화폐가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는 점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인 조세재정연구원은 나라 살림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기관이고, 행정자치부 산하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역 균형 발전 등 지방자치 관련 연구에 특화된 기관이다. 같은 국책 연구기관이 서로 상반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낸 셈이라,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한 조정연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재까지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을 폈던 중앙정부의 정책들도 모두 실패한 게 된다. 또한 지역화폐를 사용해 온 지방정부와 지방 거주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조정연은 지역화폐 '손실덩어리'로 봐...행자부 산하 연구원은 "지역화폐 경제효과 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역화폐는 각 지자체에서 발행해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제한한 화폐다. 2016년부터 전국 53개 지자체에서 1168억 원 규모를 발행했고, 2020년엔 229개 지자체가 9조원 규모를 발행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43개 광역 기초단체의 절반인 177개 자치단체에서 발행 중이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2020년 지역화폐 내년도 발행 규모는 내년에는 발행 규모가 15조 원으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역 화폐는 기본적으로 발행한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지역의 소득과 소비를 지역 내에 묶어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TX 등 교통 수단이 발달하면서 기대됐던 지역 소비 활성화 등의 효과는, 정반대로 서울 등 대도시로 소비 여력이 빨려들어가는 '소비의 삼투압 현상'으로 나타났다. 지역화폐의 등장은 이처럼 소비가 서울 및 대도시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지역화폐는 액면가보다 10% 할인 판매된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메워지는데, 그 보조금이 올해엔 9000억 원 수준이다.

즉 서울 등 대도시로 소비가 집중되고 지역 경제가 피폐해지는 걸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각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에게 지역화폐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조정연의 보고서는 이같은 지역화폐 발행이 정부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정연은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해 지역 화폐 발행 효과를 분석했고, 유의미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동네 마트 등 일부 업종 매출만 늘었고, 지역 고용 효과도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지차게 부담하는 보조금 9000억원 중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제적 순손실이 460억원인 것으로 추산하는 등 지역 화폐 발행에 따른 손실이 2260억 원에 달한다고 봤다. 대안으로 조정연은 지자체를 불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정부 발행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지역화폐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했고, 나아가 "지역화폐보다 사업체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지행연)이 지난해 12월 낸 '지방자치 정책브리프' 제79호 '지역사랑상품권 전국발행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의 경제 효과는 크다.

물론 연구 결과의 전제가 되는 상품권 발행 규모 등이 조정연과 다르게 추산돼, 두 보고서의 단순 비교는 힘들다.

그러나 지행연이 보고서는 조정연의 보고서와 달리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가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역화폐 발행 보조금을 '지방 거주 가계의 소득'으로 보고 있으며 '지역 순환 경제'를 강조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보고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액은 가계의 소득증가로 볼 수 있다"며 "올해(2019년) 8월까지 전국 상품권 발행에 따른 '발행의 총효과'는 발행액 1조 8025억 원에 대하여 생산유발액은 3조 2128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 3837억 원, 취업 유발인원은 2만9360원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지행연은 "재정 투입에 따른 상품권 발행의 승수효과는 생산 유발액 기준으로 1.76배, 부가가치유발액 기준으로는 0.76배로 나타난다"며 "상품권 발행규모 이상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어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유통이 지역의 생산과 부가가치 증대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다"고 결론을 냈다.

불과 10개월 여 차이로 발행된 정부 연구기관 보고서가 결론에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지역화폐 비난 연구, 시기·내용·목적에서 엉터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같은 지행연의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조세재정연구원이라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지역화폐가 무익한 제도로 예산만 낭비했다며 지역화폐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며 "국민의 혈세로 정부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발표가 시기, 내용, 목적 등에서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첫째,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이자 현 정부의 핵심주요정책인 지역화폐정책을 정면부인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공약에 따라 본격적으로 지역화폐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1차 재난지원금도 전자지역화폐로 지급하였고, 홍남기 부총리는 '내년에 20조원 규모의 민간소비 창출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소비쿠폰 예산으로 1조 8천억원을 배정한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또 조정연의 보고서가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10~2018년 데이터를 이용했다며 "현재의 지역화폐 시행시기와 동떨어진다. 2년전 까지의 연구결과를 지금 시점에 뜬금없이 내놓는 것도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특히 "연구 내용 중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 소형매장을 사용하게 함으로서 소비자의 후생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대목은 골목상권 영세자영업 진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목표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 또한 다른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와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기재부와 협의로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왜 시의성은 물론 내용의 완결성이 결여되고 다른 정부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및 정부정책기조에 어긋나며, 온 국민에 체감한 현실의 경제효과를 무시한 채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하였는지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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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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