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불리한 환경에 놓인 낙후지역인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접경지역의 새로운 특수상황 인식하기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명시된 접경지역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잇닿아 있는 시‧군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민간인통제선(이하 "민간인통제선"이라 한다) 이남(以南)의 지역 중 민간인통제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군을 말한다. 다만, 비무장지대는 제외하되 비무장지대 내 집단취락지역은 접경지역으로 본다(제2조 제1호)'로 정의되어 있다.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접경지역의 범위는 15개 시‧군(인천광역시의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의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강원도의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춘천시)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다른 법률인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제2조 제7호)에서 접경지역은 '남북의 분단 상황 또는 지리적‧사회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되어 일정기간 동안 관계 중앙행정기관에 의한 행정지원 등 특수한 지원조치가 필요한 지역'인 특수상황지역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특수상황지역에는 도서개발촉진법에 의한 개발대상도서(성장촉진지역에 해당하는 도서는 제외)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접경지역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어떠한가? 아마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접경지역은 남북한 긴장관계로 인해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된 낙후지역의 일부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경제지리학적으로 보자면, 땅은 사람들의 생각대로 그 모습을 갖추어가기 마련이므로, 이와 같은 인식이 오늘날 접경지역을 만들어 왔다. 필자는 이제부터 우리가 접경지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존 인식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이 지역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기를 제안하고 싶다.

접경지역의 경제지리적 특징

접경지역이 지닌 첫 번째 특징은 극심한 낙후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낙후도가 가장 심한 상위 10%에 해당하는 22개의 지역에 접경지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그림 1). 인천광역시 옹진군과 강원도 화천군이 두 번째 그룹인 상위 10∼20%의 낙후지역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정성훈 외, 2019, '지역신활력산업 프로젝트 기획 연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 그림 1. 시‧군‧구 낙후도 분석

두 번째 특징은 15개 접경지역 간 극심한 불균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크게 경기도와 다른 두 광역시의 접경지역 간 격차도 있고, 경기도 내 접경 지역들 간 격차도 있음을 의미한다(그림 2).

▲ 그림 2. 접경지역 시‧군별 지역 내 총생산(GRDP), 자료: 통계청

세 번째 특징은 2013∼2019년 동안 접경지역의 실업률을 전국 평균과 비교해 보면, 접경지역이 실업률은 2017년 하반기만 제외하고는 전국 평균보다 낮으며, 실업률도 3% 미만으로 매우 낮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완전 고용상태이고, 경제지리학적으로 재해석하자면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과 실업률이 결합되어 하향 안정화된 지역경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태이다(경기도의 일부 도시 제외)(그림 3).

▲ 그림 3. 접경지역과 전국 평균 실업률 비교, 자료: 통계청

네 번째 특징은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15개 접경 지역들은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증가지역(파주시, 김포시, 양주시, 동두천시 등)과 감소지역 간 편차가 있었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지역이 제조업 및 지식기반서비스업의 종사자 수의 증가를 경험했다(정성훈, 2020,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혁신벨트 구상, 제23회 환동해 포럼,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이 글에서 살펴본 마지막 특징은 접경 지역들 대부분이 최소 1개 이상의 규제(예를 들면, 상수원보호구역 등)를 가지고 있다(국토연구원, 2019, 국토정책 브리프)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주민들은 '규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어서, 아무리 좋은 친환경적 지역발전 사업을 제안한다 할지라도 일단 경계를 하면서 사업을 파악하곤 한다.

접경지역에 대한 경제지리학적 시선

필자는 접경지역을 기존 전쟁과 통일이라는 인식에 찌든 위험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의 전진기지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은 존재한다. 고로 통일도 존재한다. 그러나 접경지역은 통일에 대한 인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특수상황이라는 인식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한 투자지역이다.

법률에 명기된 '남북의 분단 상황 또는 지리적‧사회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되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특수상황 지역이며, 더군다나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지역이 특수상황 지역이다. 필자의 주장은 기존 인식의 화두인 전쟁과 통일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을 오래 각인된 하나의 생각만으로 몰아가지 말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필자는 접경지역을 통일뿐만 아니라 북방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첨단기술 상용화 벨트로 육성(정성훈, 2009, '메가시티 서울의 기술상용화 네트워크 도시 형성에 관한 연구,' 공학교육연구, 18(1), 47-53)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접경지역을 수도권이 지니고 있는 높은 기술상용화 역량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신산업 육성과 확산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기업만이 아닌 대학 간 기술상용화 결사체를 통해 인력,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개성'이 아닌 접경지역에 '글로벌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을 제안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접경지역 간 긴밀한 협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지자체-주민들 간 결속력을 공고히 하는 '사회혁신벨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규제 트라우마를 제거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을 지정하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혁신벨트는 우선적으로 접경지역 주민들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연대와 이 연대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교육-산업-기술-제도-공간 혁신 간 기능적 연대를 핵심축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2020년 현재 우리 모두는 접경지역에 살고 있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간 접경지역, 코로나로 인한 바이러스 유동 공간과 안전 공간 간 접경지역 등 우리의 일상에 펼쳐져 있는 접경지역은 많다. 2020년 현재 법률로 지정한 인천, 경기, 강원에 이르는 접경지역들도 이와 같은 다양한 접경지역들 중 하나이지 유일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지점이 경제지리학자인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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