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 피하려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언택트 시대 사회복지 현장의 변화

복지관, 코로나 시대 새로운 일상을 만나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덮치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 대처하며 적응해가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고 아프면 회사나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 되었다. 함께 모여 일하고 회의하고 소통하는 것보다 어쩌면 발전된 IT기술을 기반으로 멀리 떨어진 개별 공간에서도 모두와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방역이 함께해야 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은, 이런 새로운 일상의 변화가 갑자기 찾아왔을 때 소위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누군가는 또 다른 차별과 심화된 불평등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복지관은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지역주민의 일상이 바뀌면서 복지관의 지원방식이 변경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차별과 불평등에 놓인 지역주민이 있다면 더 크게 신경써야 하는 것이 복지관의 일이다. 이제부터 코로나 시대 새롭게 만난 일상에 대처하는 사회복지 현장의 모습을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사례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장 최우선 원칙은 안전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하루는 방역기기로 복지관 구석구석에 소독액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독액이 뿌려진 복지관에 직원들과 이용자가 한둘 씩 찾아온다. 그들은 복지관 입장을 위해 정문 앞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다. 이후 열 체크를 하고 QR코드(방명록)로 자신의 방문 목적과 흔적을 남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이렇게 통과되면 좋으련만, 다시 한번 정지선에 멈춰 낯선 카메라 앞에서 발열 상황을 확인해야 복지관에 입성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의 난간, 프로그램실 문 손잡이 하나하나 소독액을 뿌려가며 닦아 놓았다. 프로그램실이나 복지관에 의자에는 '한 칸만 비워주세요'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고 프로그램실 식당에는 투명색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돼 나와 앞 사람 및 옆 사람을 보호해준다.

복지관에서 수십 명이 함께 참여하는 집단 프로그램은 중단되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최소 인원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참여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옆 사람과의 대화는 자제해야 한다. 이런 노력 덕에 코로나19로 복지관이 휴관 되더라도 최소한의 서비스로 장애인이 집에만 머무르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예방하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었다.

언택트 시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라

3월 이후부터는 분명 모든 복지관과 이용자에게 잔혹한 기간이었다. 새롭게 계획된 사업이 줄줄이 중단되었다. 복지관 프로그램이 중단되자 일상을 복지관과 함께하던 이용자들이 갈 곳을 잃고 집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보호자에게 전가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이 주를 이뤘다.

특히 발달 장애인들과 그 부모님들 어려움은 더 컸다. 1585명의 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설문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이 고립 스트레스를 다른 행동을 발산하는 비율이 87.8%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공격행동, 불안증세, 핸드폰 중독, 고도비만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와 어쩔 수 없이 실랑이를 벌이다 멍이 들거나 피부가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는 경우도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관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은 심리방역을 위한 카드뉴스 발간, 가족 단위의 가족돌봄휴가지원을 진행했다. 4월 '장애인의 날'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봄봄축제'를 온라인으로 진행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밑반찬과 생필품 키트, 마스크와 손소독제 키트, 가정 내 학습 키트를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하였으며 전화 상담으로 심리적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일하는 장애인을 위한 지원도 중요했다. 취업 현장에 방문하여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은 없는지 확인하고, 쉬운 용어를 활용한 코로나19 예방과 대응 안내지를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장애인이 정보에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였다. 선별진료소에 보완대체의사소통(AAC)판을 배치하는 일은 장애인이 코로나19 검사 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복지관 내 방역 장비를 활용하여 장애인 가정과 소규모 시설에 방역 활동을 실시하기도 하며 휴관 등으로 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단절된 사회에서 소통의 통로를 지속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들 지속하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직접 프로그램들도 플랜B란 용어 아래 속속 개발, 진행되었다. 유튜브, 줌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하고, 음식 키트를 이용자에게 나누고 밴드나, 유튜브로 요리 진행 영상을 공유하여 각 가정에서도 요리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였다.

▲ 방역 요원이 보완대체의사소통(AAC)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서부장애인복지관

개인별 맞춤 서비스로 감염병시대 서비스 공백 최소화해야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자체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기간 유일하게 줄지 않은 서비스 영역이 1:1 서비스 영역이며 개별 사례지원은 오히려 지원 실적이 늘었다. 전염병 시대 오프라인에서는 개별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 서비스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겠지만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들의 사회적 고립은 지속적인 문제로 남을 것이다.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 온라인 소통만으로는 지원이 부족한 이용자 등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믹스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복지관 중심의 서비스에서 탈피하여 지역사회에서 개인별 상황에 맞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이전을 돌려놓지 않을 수도 있다. 잠깐의 어려움이라는 안일한 생각보다 장기적으로 이용자가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지속해서 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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