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의 그림자를 경계하라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공간이 가지는 근본적 특성 고려해야

뉴딜은 대공황 탈출의 법칙을 제시했었다.

최근 글로벌 경제 공간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여줬다. 미중 무역 분쟁, 한일 경제전쟁, 코로나 19사태 등 글로벌 스케일의 파급력을 가진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보호주의 성향의 폐쇄적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고, 상당수의 국가들이 기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폐쇄하거나 그 활용도를 현격하게 낮추면서 더욱 많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는 방책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확대 방향은 단순히 생산유지 및 소비 진작이 아닌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 도입에 맞춰져 있다. 한국판 뉴딜이 바로 그것이다.

원래 뉴딜(New Deal)의 어원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스퀘어딜(Square deal:공평한 분배 정책)과 윌슨 대통령의 뉴프리덤(New Freedom:새로운 자유 정책)의 합성어로, 그 배경은 1929년 대공황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은 목요일'이라 불린 1929년 10월 29일 미국 주식 폭락사태가 그 시작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25%로 대폭 상승했고 공업 생산량은 3분의 1로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약 40%나 감소했고 전 세계가 대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루스벨트는 연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과감한 해결방법을 써야 한다는 뉴딜정책을 주장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단기간에 시장은 상당히 안정세를 찾는 듯하였다.

그러나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제품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량은 감소하게 되면서 과잉생산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나타났고, 가뭄, 모래폭풍과 같은 자연재해까지 나타나자 새로운 경제‧사회적 조치인 제2뉴딜을 시행했다.

제2뉴딜은 사회안전망 구성에 초점을 두었으며, 취로 사업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 WPA)을 통해 복지 제공보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1935년 시행된 사회보장법을 통해 사회보험제도를 정착시키면서 제2뉴딜을 성공시켰고 그 결과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 참조)

한국판 뉴딜은 새로운 시대의 진입 기준을 제시한다

미국이 추진했던 뉴딜정책의 추진목적과 진행방식은 한국판 뉴딜과 상당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국판 뉴딜은 시대가 지나면서 구체적 대상과 수단이 시대에 맞게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국가들은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난제들로 인해 1929년 검은 목요일 이후의 대공황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14일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초래된 무너진 경제사회의 질서 기준을 새롭게 재설정하려고 하고 있다. 세 가지 방향은 디지털, 그린(환경), 고용안정이다.

▲ 7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그린 뉴딜사업 첫 번째 현장 행보로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부안군 위도 인근 해상)를 찾아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DNA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또한 그린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저탄소‧친환경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과 그린 경제 전환으로 초래될 경제‧사회구조 전환과 노동시장의 재편을 통한 고용사회 안전망 구성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은 새로운 생태계 재편을 목적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의 대변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혁신을 추진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생태계는 원래 생태계적 체계(ecological system)가 원래의 단어로, 아서 탠슬리(Arthur Tansley)가 언급했다.

그가 주장한 생태계는 복잡계 이론에 기반하는데, 인간과 같은 생명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무기물 역시 새로운 환경을 구성 및 운영하는 주체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개방성(openness), 다양성(diversity), 상호작용성(interaction)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공진화되는 과정을 통해 작동하다가 변곡점을 통과하는 순간 새로운 혁신이 출현하게 됨을 말한다. 즉,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그린, 고용안정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매우 혁신적인 환경을 조성시킴으로써 산업 생태계를 포함하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공간을 창발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로 새롭게 구성될 공간은 무엇이 더 필요한가

한국이 기존 뉴딜정책의 프레임을 활용하는 시도는 안정적인 경제‧사회 구성을 위한 경험적 수행 방법을 활용한 시도로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운용체제를 국가적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이 전환점에서 어느 누가 먼저 안정된 공간 구성 및 운용 메커니즘을 확립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 메커니즘의 선점은 사실상의 미래사회의 표준을 제시하여 경제, 사회, 산업 등 다양한 방면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새로운 경제공간의 거버넌스를 확보하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뉴딜을 성급하게 시행하면 안 된다. 이 시도에는 현실 공간이 지닌 복잡성과 복합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실제적으로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존 뉴딜의 의도를 반영한다는 점은 좋지만 그 형식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 상황을 폭넓게 고찰하고, 구조적으로 가려져 있는 측면에 대한 다양한 예상과 해결을 위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통해 한국판 뉴딜이 부족한 측면을 깊이 고찰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경제공간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간들의 경우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들의 생활패턴은 동일시하여 특정공간에 포함시킬 경우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과 생활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노동자들은 단순히 잘 살고 못 사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여유있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

단순히 디지털과 그린만으로 노동환경과 생활환경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며, 인간이 지닌 다양성을 존중하여, 이를 유연하게 수용해줄 수 있는 공간구성이 필요하다. 즉,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미래사회가 오겠지만, 반드시 그 공간을 구성하는 행위자들은 다양한 특성과 선호도를 갖기 때문에 발전의 방향은 무조건 디지털과 그린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둘째, 고도화된 기술혁신이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비 생명체 행위자가 인간의 삶에 관여하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당장 현재 우리의 삶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겪을 불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혁신의 모든 결과가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에서와 같이 기술혁신의 결과물에 대한 관리 미숙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미치는지를 상기해야 한다.

셋째, 생태계의 논리에서는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 하면 도태가 되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지 못 하는 행위자들이 자연 소멸시키는 형식의 논리는 인간이 주가 되는 공간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방식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 현재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이 대폭 감소했다.

그렇다면 쓸모가 없어진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무조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새로운 형태로의 전환을 통해 진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란 말인가? 이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다가올 미래에서 스마트 팩토리나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활동영역이 줄어드는 예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사회고용안전망 정책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공급한다는 정책적 제안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자리란 결국 인간의 요구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넷째,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미래 경제공간이 구성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질적 행위자들을 흡수하여 공간 내부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발전 기제를 끊임없이 공급해줘야 한다. 즉,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기술과 인재를 지속적으로 우리의 경제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이들과의 다양하면서 활발한 교류를 통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야 공간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뉴딜에서는 이러한 이질적 행위자의 흡인과 공진화되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내는 공간 창출에 대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

우리는 미래의 공간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간은 단순히 우리가 디디고 있는 땅덩어리가 아니라 그 땅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위자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공통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토대이자 원동력이다. 따라서 한국의 뉴딜은 결국 공간이라는 범위에서 혁신을 지향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공간이 가지는 근본적 특성을 고려하여 미시적 활용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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