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 집권 시기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때는 노무현 정부 집권기였으며, 뒤를 이어 김대중 정부와 문재인 정부 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범 민주계 정부 집권기에 집값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히고, 분양원가 공개와 공시지가 현실화 등의 대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경실련은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올해 문재인 정부 시기 28년간 서울 소재 34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 8만 가구의 시세 변화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은 강남(강남 3구, 강동) 18개, 비강남 16개 단지다. KB부동산과 네이버 부동산, 다음 부동산 시세 자료가 원 출처다.
상승률 1위 노무현 정부, 상승액 1위 문재인 정부
경실련 조사 결과, 김영삼 정부 임기 초 1억820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값은 임기 말 2억2900만 원으로 26%(4700만 원) 증가했다. (표1)
김대중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2억2900만 원에서 3억9500만 원으로 73%(1억6600만 원)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는 노무현 정부 이르러 절정이었다. 노무현 정부 집권기 서울 아파트값은 3억9500만 원에서 7억6400만 원으로 무려 94%(3억7000만 원) 급등했다. 두 배 가까운 상승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이명박 정부 집권기에는 아파트값이 오히려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 서울 아파트값은 7억6400만 원에서 6억6300만 원으로 1억100만 원(13%)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6억6300만 원에서 8억4200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27%(1억7900만 원) 다시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8억4200만 원에서 올해 5월 현재 12억9200만 원으로 4억5000만 원(53%) 올랐다.
노무현 정부 집권기 서울 아파트 상승률이 가장 컸고, 문재인 정부 시기 절대 상승액이 가장 컸다.
강남-비강남 아파트 격차, 28년 사이 100배 벌어져
특히 강남 아파트값 상승이 전체 평균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전체 상승률과 마찬가지로 강남권 상승세 역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집권기 가장 두드러졌다.
김영삼 정부 시기 강남 아파트 상승률은 33%(6200만 원)였다. 임기 초 강남 아파트와 비강남 아파트 평균 가격은 각각 1억8500만 원과 1억7600만 원이었으며 격차는 900만 원대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강남권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강남과 비강남 격차가 커졌다. 노무현 정부 집권기 강남 아파트값은 4억8800만 원에서 10억1700만 원으로 두 배 넘게(108%, 5억2900만 원) 뛰었다.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2억5500만 원에서 4억8000만 원으로 88%(2억2500만 원) 뛰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말 강남 아파트와 비강남 아파트값 차이는 5억3700만 원으로 커졌다.
반면 이명박 정부 집권기에는 강남 아파트값이 10억1700만 원에서 8억5400만 원으로 1억6300만 원(16%) 하락했다. 비강남 아파트값도 4억8000만 원에서 4억4800만 원으로 3200만 원(7%)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다시 뛰었다. 문재인 정부 3년 사이 강남 아파트값은 11억3900만 원에서 17억2600만 원으로 5억8700만 원(52%) 올랐다. 비강남 아파트값이 5억2600만 원에서 8억300만 원으로 2억7700만 원(53%) 뛰었다. 강남권보다 비강남권 아파트값이 더 뛰어, 전체적으로 골고루 상승했다는 게 현 정부 집권기 아파트 시세 변화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정부 집권 초 900만 원이었던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는 올해 5월 들어 9억2300만 원으로 커졌다. 지난 28년 사이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가 100배 커졌다는 뜻이다.
만일 김영삼 정부 집권기 강남에 아파트를 구매한 이가 현재까지 이를 보유하고 있다면 아파트값 상승만으로 15억 4000만 원(25평 아파트 기준)의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경실련은 이에 반해 "이 시기 무주택자로 지낸 이라면 전세의 경우 3억1000만 원의 이자 손실을 입었고, 월세의 경우 4억5000만 원의 월세비를 부담해야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파트값 상승액과 전세 추정 이자, 월세 부담 등을 포함해 고려한 격차액을 적용하면, 강남 25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김영삼 정부 시기 아파트를 구입한 이와 월세로 지낸 사람의 격차액은 올해 5월 기준 19억9000만 원에 이른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도시재생 뉴딜이 집값 자극
경실련은 범 민주당 계열 정부 집권기 취한 정책이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에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대응책으로 2000년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이 정책이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의 시작이었다고 경실련은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강남 5층 이하 아파트의 재건축이 허가됐고,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이 시기 SH공사는 후분양제와 장기 전세 제도를, LH공사는 토지임대 분양(반값아파트)을 실시했다. 2009년에는 여당의 당론 발의로 토지임대 건물분양 특별법도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강남과 서초에 25평형 아파트가 1억5000만 원에 분양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분양 로또'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절대 분양가가 하향 안정됐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 시기 경기 지역에서 분양가 평당 1600만 원으로 5억 원에 분양된 아파트가 이명박 정부 들어 2억 원대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도권 미분양이 150만 호가 넘는 상황이 나와 아파트값 하락세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박근혜 정부 집권기인 2014년 말 경기 침체 대응책으로 내놓은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강남 재건축 특혜 남발 등이 최근 집값 상승세의 새로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 확보한 공공택지 역시 민간에 넘겨지는 등의 특혜 조치가 이뤄져 집값이 자극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도시재생 뉴딜 정책으로 아파트값을 자극했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취해진 임대업자 세금 및 대출 특혜가 주택 사재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경실련은 평가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임대업자가 지난 3년간 확보한 주택은 100만 채가 넘는다.
"국토부 발표 여전히 못 믿어...실효적 대책 내놔야"
경실련은 국토부가 엉터리 통계로 현실을 왜곡한다는 종전의 주장도 반복했다. 앞서 지난 달 23일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52% 올랐고, 이에 따른 불로소득이 493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상승률이 14.2%라는 반박 해명 자료를 냈다. (☞관련기사 : 경실련 "文정부서 서울 아파트값 52% 올라...불로소득만 493조")
경실련은 국토부가 여전히 '14.2%' 수치의 근거는 내놓지 않으면서 현실과 다른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 결과의 근거가 되는 아파트명과 적용시세를 밝히라고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난 28년을 돌이켜 보면, 노동을 하지 않고 서울의 아파트를 소유한 것만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며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시행 △반값 아파트 제도 시행 △공시지가 현실화 △임대사업자 특혜 제도 철폐 △개발 확대책 전면 재검토 △부동산 정책 관련 관료 문책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집값 상승 비판이 일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다고 했으나 이에 해당하는 이는 100명도 되지 않고, 집을 구입한 지 1년 만에 팔아 양도세 70%를 내놓을 사람도 거의 없다"며 "정부가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을 상대로만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는 한편, 용산 개발, 잠실 MICE 투자 등으로 집값을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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