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인종전쟁', 이번엔 흑인 레이서에 분노의 트윗

나스카 월러스 선수 "사랑이 미움을 이긴다"...나스카 "월러스 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느닷없이 미국 자동차경주대회 선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트위터를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부바 월러스가 그의 도움을 받고, 그의 편에 서서, 그를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했던 모든 위대한 나스카(NASCAR, 미국 자동차경주대회) 운전자들과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는가? 그 모든 것이 단지 또 하나의 사기(hoax)라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나? 그것과 깃발(남부연합기) 결정으로 (나스카는)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6일 올린 트위터.ⓒ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의 이날 트윗은 흑인 선수인 부바 월러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나스카가 남부연합기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월러스는 현재 나스카에서 컵시리즈에 모두 출전할 자격을 가진 유일한 흑인 선수다.

흑백분리를 찬성한 노골적인 인종주의자가 창설한 나스카는 남부연합기를 오랫동안 나스카의 상징처럼 마케팅에 이용해왔다. 그런데 지난 5월말 있었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나스카는 인종차별을 연상시킬 수 있는 남부연합기(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이 사용한 깃발)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남부연합기 사용 금지를 월러스 선수가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6월 21일 월러스의 차고에서 '누스'(백인들이 흑인들을 린치, 살해할 때 쓰던 올가미)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자신과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이자 협박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올가미'를 발견하고 월러스 선수는 나스카 측에 공식적인 조사를 요청했다. 나스카도 올가미가 월러스의 차고에서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주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 인종 범죄 차원에서 수사를 요청했다.

FBI 수사 결과, 이 로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차고에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FBI는 지난 달 25일 나스카의 1684개 차고 중 11개 차고가 문을 고정시키는 로프가 설치돼 있었는데, 월러스의 차고가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가미 형태로 이 고정장치가 발견된 것은 월러스의 차고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누군가 일부러 로프로 올가미를 만들어 설치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혹은 풀렸지만, 누가 왜 올가미 형태로 매듭을 지은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날 나스카 경기를 보고 트럼프는 월러스 선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세력이 백인 보수세력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독립기념일(7월 4일)을 기점으로 노골적으로 백인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문화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월러스 선수는 이날 "미국 대통령(POTUS)으로부터 나온 증오"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 발걸음 따라가는 다음 세대와 어린 세대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언제나 당신에게 던져지는 증오를 사랑으로 응답해라! 매일 증오를 사랑하라.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증오일 때도 사랑이 이긴다!"

안타깝게도 트럼프의 오랜 지원군이었던 나스카와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리아니)도 트럼프의 이번 트윗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스카는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나스카 측은 "올가미가 실제로 있었다"며 FBI 수사 결과와 관련해 트랙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모든 차고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나스카는 또 트럼프의 트윗이 논란이 된 후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월러스 선수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월러스 선수가 사과를 해야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와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바 월러스 선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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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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