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을 맞아 불꽃놀이 등 '역대급 축하 행사'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에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이어 독립기념일인 4일에는 워싱턴 DC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7시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워싱턴 DC 상공에서 미 공군의 특수비행팀의 '에어쇼'와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백악관과 미 내무부는 이날 가장 규모가 큰 불꽃놀이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독립기념일에 워싱턴DC에서 에어쇼와 불꽃놀이는 하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전국에서 80%의 행사가 취소된 상황인데, 대통령이 팬데믹 상황을 무시하고 축하행사를 강행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었다.
트럼프, 독립기념일 연설에 인종차별 철폐 시위 '맹비난'
트럼프는 4일 연설에서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며 "결코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1492년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 때 시작된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사우스다코타 연설에서도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기 나라를 증오하도록 교육받고 있다"며 미국의 가치와 생활방식을 보존하기 위해 좌파성향의 극단주의 공격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 사건 이후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모어 국립공원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4명의 전직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트럼프는 이날 이들 전직 대통령처럼 "가장 위대한 미국인들"을 기리기 위한 국립공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연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비난하는 등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보수주의자들에게 백인 우월주의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는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문화전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건전문가들,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가 코로나19 확산 촉진할까 전전긍긍
사우스다코다 행사에는 7500여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이기도 했는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를 포함한 행사 참가자들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물리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워싱턴DC 행사에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불꽃놀이를 즐겼다.
때문에 미국 보건 당국자들은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를 기점으로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미 전역의 7일간 평균 신규 환자 수가 이날 4만8321명으로 26일 연속으로 새 기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신규 확진자가 5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3일 연속으로 5만 명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많은 신규 환자를 기록하고 있는 플로리다에서는 3일 1만1445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난 4월 뉴욕주(1만1571명)의 기록에 근접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4일 오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283만6764명, 사망자 수를 12만9657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한편, 4일 트럼프의 최측근인 헤먼 케인(사업가이자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과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여자친구인 킴벌리 길포일(전 언론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흑인 지지자이자 핵심 측근인 케인 씨는 특히 지난 달 있었던 트럼프의 오클라호마 털사 유세에 참석한 뒤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대규모 유세를 강행하고 있는 트럼프 행보에 대한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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