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호한 '실업률 하락'의 진실은?..."완전 해고 오히려 증가"

"실업률도 인종 격차...실제보다 축소된 수치"...바이든 "11.1% 실업률이 축하할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간만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최악의 수준으로 증가한 실업률(14.7%)이 두 달 연속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6월 비농업 일자리가 480만 개 늘었고, 실업률은 전달의 13.3%에서 11.1%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오전 고용지표 발표 직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백악관에서 가졌다. 그는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에 대해 "역사적인 수치"라며 "오늘 발표가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반색했다.

트럼프는 "눈부신 뉴스"라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가)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계속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한 뒤에 코로나19 상황 등에 대한 질의는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핫스팟'을 옮겨 가며 지속적으로 확산되자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 이상으로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입장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경제불황이 계속 되면 재선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날 고용지표가 일시적으로나마 개선된 것으로 나온 것은 그에겐 매우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영구적 해고 비율은 오히려 증가...경기 불황 본격화될 것"

하지만 표면적인 실업률 감소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보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의 고용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매체 <538(FiveThirtyEight)>은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고용지표와 관련해, 지난 4월에 비해 영구적으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의 수가 상당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4월과 5월 실업자 중 88.6%가 "일시 해고"로 분류됐는데, 6월에는 이 숫자가 78.6%로 떨어졌다. "완전 해고"(permanent layoff)를 당한 실업자의 비율은 오히려 1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들이 다시 재취업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장기적인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4월 이후 실업률이 급증한 가운데 4월에 비해 6월 오히려 "완전 해고" 비율이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FiveThirtyEight 화면 갈무리

실업률 인종 격차 확인...라틴계>흑인>아시안계>백인

실업률에서도 '인종별 격차'가 확인된다. <쿼츠> 보도(6월 5일)에 따르면, 백인들의 실업률은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4월에 백인 실업률은 14.2%였는데 5월에는 12.4%로 떨어졌다. 반면 흑인들의 실업률은 두 달 동안 16.8%로 변화가 없었다. 라틴계의 실업률은 18.9%(4월)에서 17.6%(5월) 떨어졌지만 인종별 분류로 보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아시안계의 실업률은 두 달 동안 15%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저임금 일자리에 유색인들이 종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보인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이미 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에 처한 노동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가장 경제적으로 크게 피해를 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로 실업률에 포함 안 된 실업자 많아...실제 실업률은 더 높다"

<538>은 또 코로나19 사태의 특수성 때문에 노동부의 실업률이 현실보다 축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기타 이유(other reasons)"로 몇 주 동안 회사를 결근했다고 보고했고, 이들은 노동부의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을 그만둔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언론은 지적했다. 이들은 "실업률을 계산하는 방법이 감염병으로 인한 불황을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부의 고용지표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만약 4월에 이 노동자들이 포함되었다면 노동부의 실업률은 약 20%가 됐을 것이고, 5월에는 약 16%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38>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 6월에 가장 크게 회복된 업종이라는 점도 희소식이자 악재"라고 지적했다. 이 언론은 "3월과 4월에 830만 개의 일자리가 축소된 레저와 접대 관련 업종은 6월에는 210만 개의 일자리가 늘었다"며 "3, 4월에 240만 명의 일자리가 축소된 소매업도 6월에 74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6월 들어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증가하면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업종들이다.

바이든 "아직 1500만 개 일자리가 줄었다"

한편,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하루 5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으며, 실업률도 11.1%로 심각한 상황에 대통령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 적절한 처사였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 기자회견 이후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갖고 "축하할 승리가 아니다"며 트럼프의 이런 행보를 비판했다.

바이든은 일시적으로 일자리가 증가한 것이 좋은 뉴스라는 것은 인정하면서 "아직 1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팬데믹은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며 "나라가 '깊고 깊은 나락'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의 악화가 전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실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행동하라"고 주문하면서 "이끌어나갈 것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비켜서라"고 요구했다.

2일 오후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27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2만8000여 명이다. 지난 1일 하루 5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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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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