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을 걱정하는 사람들, 정의당을 말하기 시작합시다

[정의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①] '진보정치다운' 길을 되찾으려면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정의당 안팎에선 '혁신'을 둘러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나아가 정의당의 체질과 한계를 목도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길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우려, 정의당이 새롭게 제출해야 할 정치적 비전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에 의해 기획되기보단 대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고, 그만큼 한계도 노정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덧 6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위원회의 분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쌓인 문제덩어리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을 테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지역과 부문에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의 정의당 노선과 방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이후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들을 총론격의 문제의식, 정체성, 지역정치 활성화, 사회운동 정당, 지도체계와 의결체계, 청년 정치사업 등 분야별로 나누어 연재한다. 진보정당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편집자

하루하루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일찍부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저성장체제에 놓인 자본주의 체제의 안간힘은 힘겨워 보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심화되는 세계적인 불평등과 양극화는 좀처럼 극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환경과 생태의 위기는 논쟁의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 곁에 구체적으로 다가온 지 오래이다. 오늘도 아마존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전체를 혼란으로 빠트리고 있다. 젠더와 인종, 세대 갈등과 같은 전혀 다른 충돌이 문명 생태계의 전면적인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국제정치의 위기와 곳곳에서 발호하는 우익포퓰리즘의 흐름과 전통적인 좌파정치 세력의 추락은 이런 상황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진보정치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정의당이 새로운 진보정치를 제시하고자 한다면, 당의 혁신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당의 이념적 지향과 실천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이야기하는 '당의 혁신'은 과거의 당 활동에 대한 평가를 전제로 한다. 대표단은 사퇴하면서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동안 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이념, 전략, 당의 정치활동과 당 운영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당의 혁신이 '거기서 거기'인 몇 가지 개선안 정도의 내용으로 끝나면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혁신은 단지 선거 이후 관례적으로 한 숨 쉬어가기 위한 이미지 전략이나, 선거를 지나면서 나타난 당의 문제점을 에둘러 봉합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해진다.

당의 혁신안은 그동안의 정의당의 모습과는 다른, 진보정치의 새길을 찾기 위해 이제 정의당이 과감한 전환과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야 한다. 변화하는 세계, 불평등과 차별의 한국사회를 관통하며 '진보정당다운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배진교 원내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타깝게도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는데 줄곧 실패해왔다. 민주노동당 분열과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에 찾아온 위기에 대한 진보정당의 대응은 원인이 아닌 결과에 대한 진단이었을 뿐이다.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맞는 사회적 좌파의 새로운 노선을 정립하거나 좌파다운 의제를 제기하는 데 주저했고, 체제 내에서의 개혁이라는 한계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정의당의 우편향'이다.

정의당은 또 '반MB‧반박근혜 진보개혁 전선'이라는 함정에 빠져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둬버렸다. 민주당과의 변별점은 점차 사라졌고, 정의당 스스로 기득권 정치 체제 내에서 '수용 가능한 정도'란 프레임으로 자기 검열하기 시작했다. 사회운동과의 접점은 희미해졌고, 광장과 거리에서 노란 깃발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좌우 양편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

원내 정치로의 편향성은 더욱 심화됐다. 원내 사업과 원외 활동계획의 병행되지 않고 원내의 결정을 중심으로만 당이 움직였다. 원내에서 제기해야 할 의제가 사회운동과 연대하는 원외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원내 활동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정치가 반복됐다. 이것이 야기한 결과는 처참하다. 지역정치의 기반이 소실됐고, 지역구 출마자는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했다.

당의 분위기는 침체되어갔다. 지역 모임엔 소수의 당원만 모였고, 활동가들은 활력을 잃어갔다. '뭘 하든 바꾸기 어렵다'는 비관이 당내의 공기를 지배하고 있다. 당의 중요한 소식을 당 안의 시스템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보고 접하게 될 때의 당황스러움을 토로하는 당원들, 당 혁신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는 불만도 늘었다. 그러니 대다수 당원들은 지역과 현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거나 활동의 전망을 모색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 정의당 지도부는 이와 같은 정체 상태에 무관심했고, 산적한 문제들을 방기해왔다. 당 지도부는 지역과 부문의 의견을 청취하고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려는 노력보다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드라이브로 일관했다. 당 조직의 여러 모순은 그대로 둔 채, 외부 인사 영입과 이벤트 등으로 돌려막기만 했다. 혁신은 지체됐고 과제는 늘어갔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총선을 경과하면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으로는 압도적 여당의 탄생 하에 정의당의 원내 협상력이 현저하게 하락했다. 특히 민주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빈곤이나 불평등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등 진보정당에게 기대하는 정치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선거 이후 당의 활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출마했던 후보들 또한 선거 다음의 전망을 쉽사리 세우지 못하는 등 선거패배의 후유증이 쌓여가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심상정 대표와 부대표 전원이 사퇴했다. 당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새로운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정의당 혁신은 지도체제나 재정, 기술적 묘안 등 어느 한 가지 사안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의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세혈관에서 표피까지 총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당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이념과 정책과제, 의제에 있어서 전면적으로 민주당과 변별되는 사회적 좌파의 길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여의도 정치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운동 정당으로서의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활동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말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당원들과의 소통과 교육 혁신을 통한 역량 증진, 지역과 현장에서의 새로운 비전 수립과 구체적 실천, 지도체제의 혁신과 당내 민주주의의 제고, 정책 역량 증진을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 또한 이어져야 한다.

이는 당내 어느 의견그룹을 위해서도, 어느 지역만을 위해서도 아니다. 당의 생존과 성장이 걸린 문제이며, 반드시 열지 않으면 안 되는 다음 세대 진보정당운동의 길을 찾기 위해서다. 기술적 문제도, 소수의 과제도 아니다. 당 내외에 존재하는 모든 냉소와 한계 설정을 넘어서야 한다.

당의 모든 활동가들이 움직여야 한다. 혁신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혁신위의 입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이 과감하게 논의를 당내 논의를 촉발시켜야 하며, 당 전체가 시끌벅쩍해지도록 해야 한다. 보이지 않던 당원들이 다시 모임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아래로부터 위로, 위로부터 아래로 이루어지는 혁신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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