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서비스 유지'도 코로나 대책이다

[서리풀 논평] "코로나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긴급 진단이 필요하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자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관심이 한쪽으로 집중된 탓이겠으나, 이 또한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으니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다. 해당 통계를 다룬 한 언론 기사는 다음과 같다.(☞ 관련 기사 : <라포르시안> 6월 4일 자 '1분기 대구·경북서 900여명 '초과사망'...코로나보다 필수의료 공백 피해 더 커')

지난 2월 말부터 3월까지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경우 1분기 누적 사망자가 3978명으로 전년 동분기(3597명) 대비 10.6% 더 많았다. (중략) 대구의 1분기 사망자수는 2018년(4000명)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400~3500명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는 4000명에 육박했다.

코로나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이 '초과' 사망자는 어디서 온 것일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모두 조심했으니 독감이나 사고는 오히려 줄었을 것, 그러면 10%라는 수치도 현실보다 아주 낮게 잡힌 것인지도 모른다.

진단받지 못한 코로나 환자가 많았을까? 의료체계나 통계가 부실한 곳이라면 모르겠으나, 지금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러 전문가는 이른바 '필수' 보건의료가 멈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도 동의한다. 외국 여러 나라도 이런 사정이 비슷하니, 가장 유력한 설명이다.

의료가 필수라면 생명이나 장애와 관계가 있다는 뜻으로, 의료가 필요한 이유는 병이 중하거나 급한 탓이다. 다음 보도는 신장병과 투석 사례지만, 여러 질병과 환자가 비슷한 일을 겪었을 터.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받아주질 않는다. 투석한 지 4일만 지나도 심각한 상황에 내몰린다. 코로나19 사망보다는 투석으로 죽을 수 있다. ‘시스템’으로 만들어달라는 거다."(☞ 관련 기사 : <중앙일보> 6월 17일 자 '"코로나 감염보다 투석 제때 못 받아 죽을까봐 겁납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는 이처럼 의료기관 쪽만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층이면 특히 위험하다니까, 여기 해당하는 이들은 감염 가능성 때문에 전전긍긍이다. 당사자 스스로 꼭 받아야 하는 진료도 줄이거나 피하는 사례가 부지기수, 이 때문에 위험이 커지는 집단도 바로 이들이다.

필수 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건강이 더 나빠진 것을 코로나19 유행과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그냥 상관성을 넘어 코로나 대책과 방역은 처음부터 이런 건강 피해를 포함해야 한다.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코로나19의 직접 결과니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또한 방역이라 불러야 한다.

사람 중심으로 보면 한 걸음 더, 우리는 코로나 대응에 필수 의료를 넘어 필수 서비스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서비스를 건강 '관련'으로만 넓혀도 코로나의 파급 효과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시스템'이 흐트러지고 그 결과 (아마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사태를 주목한다. 여기에는 돌봄, 보건과 예방, 복지 등이 모두 들어있다.

A씨(64)는 최근 치매 진단을 받은 친언니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연락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접수가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중략) 건강보험공단이 접수를 중단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공단 직원이 신청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하는 일을 당분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매일경제> 3월 1일 자 '코로나에 멈춘 복지, 취약계층은 더 힘들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대응을 체제를 유지해왔던 충남 OO시 보건소가 일부 본연의 업무에 복귀한다. (중략)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읍면지역 만성질환자를 위해 오는 22일부터 12개 지소에서 요일별로 진료를 시작하게 된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6월 19일 자 '천안시 보건업무 일부 재개')

가정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중략) 코로나19로 인해 온 식구가 한 집안에 모여 있게 돼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이주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모여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마저 코로나19로 인해 약 4개월간 휴관을 해 상황은 더욱 암울했다.(☞ 관련 기사 : <뉴시스> 6월 19일 자 '코로나19로 악화?…"다문화 가정폭력 도와주세요"')

낮 시간에 갈 곳이 있을 그나마 일부는 괜찮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작년 겨울 낮부터 아니면 성인들은 3월 달부터 계속 휴관을 한 가정에 있으니까 24시간 가족과 생활한 거죠. 그러면서 엄마의 양육부담이 엄청 가중되면서 특히나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나 하는 우울증과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복합되면서...(☞ 관련 기사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6월 18일 자 '[인터뷰] 윤종술 대표 "잇따르는 죽음, 발달장애국가책임제 시행해야"')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것,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쉽게 눈에 띄는 일부만 뽑아도 이 정도다. 장애, 돌봄과 요양, 노숙인, 교정시설 등에서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었을까, 다 짐작하기도 어렵다. 뭉툭하게 말할 수밖에 없으니, 고통에 대한 무지가 바로 소외와 불평등을 나타내는 것 아닌가 싶다.

뒤돌아보면 새삼스러울 말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곧 올지도 모르는(그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재유행에 대비하는 태세를 다시 점검하자는 것이다. 단언컨대 장기과제가 아니다. 지금 바로 고치고 갖추어야 하는 현재 진행형 과업임을 강조한다.

전체 원칙은 '시스템'이 적어도 평상시 수준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꾸고 개선하는 것은 차후 과제, 지금은 어떤 상황에도 미리 준비한 '기본'이 유지되고 돌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도 중증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먼저, 긴급 진단이 필요하다. 2월 이후 거의 다섯 달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이 멈추었으며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모든 영역과 분야를 평가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준이 아니어도 할 수 없으니, 그 일이 '지금' 필요하다는 타이밍(적시성)이 더 중요하다. 여러 정보체계가 실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는 바로 시스템을 보강하는 작업. 아마도 사람을 늘리거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작업이 먼저일 것이다. 무조건 닫거나 중단하지 않고 기초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지역과 형편에 따라 안전을 높이는 기술, 일 부담이 커질 때 사람과 자원을 늘려 대응하는 틀을 준비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빠르고 과감했으면 좋겠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데는 지침과 시나리오, 그리하여 서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력을 비롯한 여러 자원을 미리 늘리고 교육하며, 일하는 방식을 새로 짜야 하며, 시스템 전체로는 꼭 실제처럼 작동해 봐야 한다. 몸과 장소까지 포함한 반복 훈련은 필수다.

하나 더. 국가와 정부가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나, 지금까지 우리가 본 바로는 놀라울 정도로 잘 모르거나 관심이 크지 않다. 또는 낙관적이다. 우리가 큰 목소리로 말해 당국을 바꾸어야 한다. 좀 더 시끄러워야 그들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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