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은 입 다물라"…다시 '말폭탄' 시대로?

北 "북남 관계에 시비질 말라", 美 "종교적 박해 지독해"

북한의 전방위 공세가 남한 정부를 넘어 미국까지 향했다. 남북 연락 채널을 차단한 북한의 조치에 미국이 실망감을 표하고, 종교적 자유 제한을 이유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1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권 국장은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이 남북 연락 채널 차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면서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는 논평을 낸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권 국장은 또 "북남 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등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내부 상황을 겨냥하며 남북 문제까지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권 국장은 이어 "북남 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면서 "미국의 그 '실망'을 지난 2년간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권 국장은 거친 언사를 동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거나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 관련한 내용을 피해가며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가 10일(현지시간) "북한이 종교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까지 들고 나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는 완전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종교적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취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교적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두 나라가 더욱 가까운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공식 천명한 것으로, 지난해 발표했던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았던 내용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이틀 앞둔 시점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보고서 발간에 맞춘 브리핑에서 "북한은 갈 길이 멀다. 종교적 박해 문제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지독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북한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길 요청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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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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