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까지 잠정 집계한 산재 사망자는 315명이다. 여기에는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중대재해로 사망한 38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5월에도 목재소 파쇄기에 끼여 숨진 청년 노동자, 일하다 쓰러져 죽은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1대 국회 개원에 즈음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 제도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에서 위와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섯 편의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얼마 전 구의역에서 숨진 김군의 4주기가 지났다. 많은 언론이 4년이 지났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많은 이가 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위험의 외주화가 일정 정도 해결되었다고 알고 있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 모두 김용균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가 법 개정으로 해결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 법으로는 구의역 김군도, 태안화력 김용균도, 조선소 하청노동자도, 건설 노동자도 살릴 수 없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구의역 4주기를 앞둔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건설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다쳤다. 5월 13일에는 삼척의 삼표시멘트에서 홀로 작업하던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이어 목숨을 잃었다. 광주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도 분쇄기에 노동자가 빨려 들어가 참혹하게 죽었다. 모두 산안법 개정 이후의 사고다.
개정 산안법 도급 금지 조항, 위험의 외주화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
그렇다면 김용균법이라고 이름 붙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은 어떤 것들인가? 유해・위험한 작업으로 인한 위험을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사내하도급 인가 대상 작업인 도금 작업, 일부 중금속(수은, 납, 카드뮴) 취급 작업, 허가대상물질 사용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했다.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화학물질(황산, 불화수소, 질산 또는 염화수소) 설비 작업(설비 내부 작업이나 설비를 개조·분해·철거·해체하는 작업)은 원청이 사전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도급을 줄 수 있도록 추가했다. 그러나 이것 뿐이다.
이 정도 도급 금지 범위로는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김용균, 구의역 김군과 같은 처지에서 일하는 수많은 하청 노동자가 여전히 하청으로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을 보면,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해 옆 사람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도 모른 채 원청의 공기단축 압박에 시달리며 일하던 38명의 하청노동자가가 죽었다.
개정 산안법은 이들을 전혀 보호할 수 없었다. 따라서 산재사망 기업, 특히 원청 기업을 처벌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OECD 국가 산재사망율 1위라는 불명예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코로나 19 위험도 비정규직에 집중
최근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에 대해 정부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사업장 방역 대책을 수립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침을 만들었다.
그러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와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의 집단감염이 벌어졌다. 이 사업장의 특징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밀집해서 일한다는 점이다.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는 유증상자가 실적 압박으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일을 해야 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는 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채 3%도 되지 않는 사업장이었다. 코로나 19 감염이라는 위험 앞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위태로운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노동자 안전, 진짜 사장인 원청이 책임져야
구의역 김군이 고친 스크린도어는 서울교통공사의 스크린도어다. 김용균이 만든 전기는 한국서부발전이 생산한 전기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배를 만든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들 기업 어디도 타격을 입은 바가 없다. 책임을 진 사람도 없다.
진짜 사장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직접 고용하고 그 책임을 다하라는 사회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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