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까지 잠정 집계한 산재 사망자는 315명이다. 여기에는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중대재해로 사망한 38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5월에도 목재소 파쇄기에 끼여 숨진 청년 노동자, 일하다 쓰러져 죽은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1대 국회 개원에 즈음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 제도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원회'에서 위와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섯 편의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LG화학의 계속된 사고와 죽음
5월 19일, 충남 서산의 LG화학공장 촉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LG화학 대전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사상자 3명은 실험 구역인 촉매센터에서 모종의 화학물질을 시험생산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5월 7일 인도 LG화학 공장에서 일어난 SM(Styrene Monomer, 산소와 결합시 독성을 띄는 오일성 액체) 유출 사고로 세계적인 규탄을 받던 LG화학인데, 이번 사고로 더 커진 규탄의 목소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5월 20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서산의 LG화학 공장을 방문하여 사과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과거만 돌아봐도 이는 면피성 발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20년 1월에도 LG화학공장 촉매센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LG화학은 다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LG화학은 2019년 5월 13일에도 유사한 폭발 사고로 자사 연구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3명의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거가 있다. 당시 LG화학은 충북 제천의 하청업체 설비를 빌려 화학물질을 시험생산했고, 설비를 소유한 하청업체는 LG화학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지 모른 채 위험천만한 실험에 협조해야만 했다.
당시 LG화학은 3명의 노동자가 죽었음에도 하청업체의 문제이지 자신과는 무관하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LG화학은 사고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덕분에 사고조사를 진행한 노동부와 경찰도 현장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만 확인했을 뿐이다. 구체적인 사고원인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계속되는 죽음을 만들어내는 LG화학의 파렴치한 책임회피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LG화학만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LG화학의 여러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고 원인조차 파악이 안 되는데 재발방지대책이 나올 리 없다. 고용노동부는 공권력을 사용하여 LG화학을 강제해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실질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진행하고 법 위반사항을 찾아 벌금을 부과하는데 그칠 뿐이다.
이에 더해 고용노동부는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의 안전이 실제로 개선되는지에 무관심하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시정명령과 권고를 내리지만 실제로 개선되는지는 문서로 확인할 뿐이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권고는 그저 권고로 그칠 뿐이며, 현장의 위험은 개선 없이 여전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항상 자신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관 1인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4513개이며, 정기감독이 이뤄진 사업장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애초에 그물이 너무 엉성해서 고기를 잡을 수가 없다. 감독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죽음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OECD 산재사망 1위 국가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한 해 평균 무려 2400명이다. 같은 죽음이 반복되는 참혹한 현실을 바꾸려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산재를 예방하는 구조가 작동되어야 한다.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위험한 요소가 무엇인지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또, 재발방지대책이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실제로 그 작업을 수행할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현장에서 실질적인 적용이 가능하다. 현장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미비한 점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개선을 만들기 위해서도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는 꼭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전체 사업장의 1%밖에 감독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자 참여는 가장 실질적인 산업안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 참여 제도는 내용이 아닌 형식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설치된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0.25%에 불과하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법적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가 강제된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스스로 진행하지 않는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맡긴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는 산재 예방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1996년 도입되었지만, 고용노동부 지청별로 1년에 2차례 진행해야 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협의회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설혹 협의회가 열린다 해도 형식적이라, 협의회 개최의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사외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현장 출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무용지물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시간 보장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산재사망의 80%를 차지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2020년 28년 만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기업의 생명을 팔아 이윤을 추구하는 파렴치함과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방기 속에서 산재사망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에 부족하기 짝이 없는 법 자체의 한계도 있겠지만, 애초에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엄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매년 2400여 명이 죽는 산재의 연속을 막기 위해서는 산재예방을 위한 노동자 참여를 확대하여 노동자가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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