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빌리티, 지역발전의 새로운 돌파구 될 수 있을까?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새로운 기술, 지역 경제와 만나면

거부할 수 없는 산업지형 변화의 중심, 미래형 자동차

과거 자동차 산업과는 달리 미래형 자동차 영역은 4차 산업혁명의 주된 기술인 인공지능, IT, 센서 및 통신(5G),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이 융합되는 플랫폼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첨단기술의 각축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내연차 기업뿐만 아니라, 전기동력 이동수단을 선보인 테슬라, 자율주행 영역에 진출한 구글,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한 삼성전자 등도 기존 사업 경계를 벗어나 미래형 자동차 시장의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미래형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1)들이 있다. 관련 키워드를 간략히 소개하면, 전기동력 기반의 '전기차', 연결성에 기반한 '공유 서비스', 스마트화와 관련된 '자율주행 서비스', 최적화된 즐거움의 '인포테인먼트' 등이 있다.

이 글에서는 미래형 자동차 전반에 대한 것보다 지역 육성 산업으로써 전기동력 기반의 이동수단으로인 e-모빌리티(2)를 중점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지역 불균등 발전 구조에서 어떻게 관련 지역이 e-모빌리티 산업육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지역산업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간략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불균등한 지역 경제지형, 바꿀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산업적, 지역적인 불균등 속에서 경제 성장을 지속해온 대표적인 국가이다(정성훈, 2016)(3). 이러한 불균등 발전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참여 정부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펼쳤으며 그 중의 하나가 비수도권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산업육성정책이다. 지역산업육성정책은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관련 산업과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련의 지원내용과 수단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현 시점에서 지역 간 불균등 발전,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었다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그 중 김재훈(2017)의 연구는 이 글의 주요 대상 지역인 강원도와 전라남도의 위상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산업구조와 지역에 따른 등위집단 네 개가 계층구조를 이루는데 이들을 시점별(99년, 14년)로 비교하면 지역별로 지위변동이 있었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제조업 주변에 속한 지역들의 이동이 역동적으로 나타난 점으로, 수도권은 충남과 충북을 포함한 광역대수도권으로 광역화되었고 동남권도 경북이 포함되어 더욱 확대되었지만, 아래 표1을 참고해보면 알 수 있듯이 전라남도와 강원도, 제주도는 지위의 변동이 없었다.

아래 표는 산업 계층구조에서 지역등위성의 변동을 1999년과 2014년 각각 비교한 것인데 △I집단 : 서비스업의 중심적 지위를 가짐 △II집단 : 산업구조의 계층적 지위에서 가장 낮은 주변적 지위를 차지 △III집단 : 한국의 수출경제를 주도하는 선도산업과 성숙산업에서 특화도가 가장 높음 △IV집단 : 성숙산업에 특화된 제조업의 주변 지위를 지님 등의 속성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 2017, 산업구조 변동과 지역 등위성 : 최근 지역 간 격차의 추세를 중심으로, 공간과 사회 27(2) ⓒ김재훈

이러한 지역 불균등 격차의 확대는 지역균형발전이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데, 그 이유는 불균등 격차의 이면에는 다양한 구조적 원인과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전남과 강원 지역은 우리나라 자본축적의 경제발전 궤적에서 소외되어온 제조업 불모지역인데 해당 지역의 위치가 변동되지 않은 점이 이를 반영한다.

왜 지역은 e-모빌리티 산업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미래형 자동차 산업으로의 이행은 결과적으로 산업지형 변화를 초래하는데, 그 주된 관점은 지역에서 e-모빌리티 산업의 육성을 통해 불균등한 경제지형을 조정이 가능한지에 맞춰진다. e-모빌리티 산업 육성 노력과 투자의 결과가 '장밋빛'으로 끝날지, 아니면 '공염불'로 끝날지에 대한 상반된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라남도는 e-모빌리티 산업육성의 선도주자이다. 영광 대마전기자동차산업단지에 친환경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 구축사업(12~18년, 총779억 원), 최근 e-모빌리티 미래자동차 관련 사업(19~24년, 총 1060억 원) 등을 통해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규제자유특구사업에 e-모빌리티가 선정됨(19~21년)에 따라 여러 법률·제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였다.

강원도는 전라남도보다 후발주자이지만, e-모빌리티 산업단지를 횡성군에 조성('16년)하고, 강원도형 상생형일자리모델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순수 도비를 통해 R&D지원사업(19~23년간 200억 원), 도내 이전기업과 민관합동으로 e-모빌리티 거점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상생형지역일자리지원사업, e-모빌리티기업지원센터구축지원사업 등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에서 좋은 결과가 더해진다면 e모빌리티산업 육성 기반이 공고해질 것이다.

필자는 전라남도와 강원도가 e모빌리티산업(특히 초소형 전기차)을 육성하고자 하는 이유에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완성차기업(대기업) 중심의 수직통합구조에 편입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초소형전기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많은 기업들의 시장진입 문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둘째, 틈새시장의 특성으로 중소기업의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아직 초소형전기차 시장은 틈새시장의 특성이 강하다. 따라서 기존 대기업(르노삼성)뿐만 아니라 중소, 중견기업 심지어는 타업종의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캠시스(전남 이전)는 휴대폰 카메라모뷸,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이었으며, ㈜디피코(강원 이전)는 자동차설계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쎄미시스코는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공정장비 기업이지만 해당 시장에 진출하였다.

셋째로 지역중심산업으로 육성시 다른 산업과 달리 지역에 대한 다양한 유발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신성장산업으로 지역내 세수확대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가지는 경제적 영향력, 그리고 기존 지역전략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미래형 자동차 산업의 도입을 통해 연관되는 산업 분야를 혁신적이며 미래적 형태로 이행시킨다는 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기업보다 중소, 중견기업을 유치하거나 육성하는 지역 차원의 전략적 측면은 매우 합리적이다.

해당 산업의 육성에서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할 요인도 존재하는데, 필자는 대표적으로 초소형전기차 관련 정책적·제도적 제약 요인을 꼽는다. 이와 관련된 이슈 몇 가지를 언급하면, 초소형전기차 보급정책과 관련하여 우정사업본부의 구매기준에서 국산부품의 적용비율 확대, 자동차전용도로 진입금지 등 기존의 법률·제도와의 충돌 등이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자동차전용도로 진입 허용 이슈를 들자면, 운전자 안전성 담보를 위해 안전장치(에어백, 주행보조 장치 등)의 의무적 설치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생산단가를 상승시켜 가격경쟁력을 상실시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산업‧경제지형 변화 이끄는 지역산업정책 되어야

자본 및 자원의 축적이 미흡한 지역일수록 어떻게 지역을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자본축적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에 의해 형성된 불균등 구조를 생각한다면 지역산업육성정책이 실패했다거나 잘못된 투입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불균등 구조를 탈피하고 새로운 발전경로를 찾기 위해서라도 지역산업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거부터 지속된 지역산업정책의 틀과 관점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것은 아니다. 지역산업정책이 근 20여 년간 이어져오면서 여러 비판점과 대안이 제시된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지역별로 선택과 집중의 산업육성 논리에 대한 개선과 함께 지역외부, 더 넓게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산업 네트워크 연계성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의견 외에, 추가적으로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변화 등 산업적 위상과 위치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적응(adaptation)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의 위치(position)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의 관점도 지역산업정책에 도입되어야 함을 제시하고 싶다. 이를 위해, 진화적 관점에서 다양성, 선택성, 유전성의 개념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세부적으로, 초소형전기차 산업에 관련 제품과 기업의 다양성을 촉진시키고, 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내수시장 중심의 제로섬(zerosum) 게임에 있지만, 해외시장 진출 및 점유율 확대를 통한 포지티브섬(positive sum) 게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원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지역산업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라남도와 강원도, 그리고 다른 지역들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여기서 제시하는 지역 간 협력의 형태는 산업적 특성에 기초한 구심점을 기반으로 협력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 예로, 초소형전기차 등 신규 제작 자동차의 안전도 확보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자기인증제'의 시험‧인증 관련 지원기능이 해당 지역들에 구심축이 되도록 지원함으로써 관련 기업과 산업 간의 연계가 가능한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필자 주석

(1) 메가트렌드 랩, 2018, 오토테크 트렌드: 미래자동차; 김유진 외, 2018, 전기차 시대가 온다; 권용주, 2019, 자동차의 미래권력

(2) e-모빌리티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모든 이동수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1인용 이동수단의 퍼스널모빌리티(PM), 자율중행 기능 등 기존보다 스마트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모빌리티, 초소형전기차인 마이크로모빌리티를 포함하는 개념이다(한국교통연구원, 2017, 스마트모빌리티 브리프, KOTI 1(3)). 즉, 전기로 구동하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목적과 기능 등에 따라 탈것(Riding Thing)을 분류한 것이 e-모빌리티며, 이에 서비스를 접목하면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되며, 앞서 언급한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 서비스 등이 관련된다.

(3) 정성훈, 2016, 한국 지역불균등 발전의 해부 : 영국과 이탈리아 부, 불균등, 지역발전 경험으로 부터의 교훈, 한국경제지리학회지 19(2), pp.330-342.

황인균 팀장은 현재 (재)강원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에서 첨단산업팀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불균등발전', '지역산업', '지역산업정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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