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안성 쉼터 가격 논란, 그 오해와 현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농촌 주택 가격 형성 원리는 도시와 다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인권운동가가 지난 7일과 25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하여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전대표(현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의혹과 비판을 제기했다. 이후 정의연의 활동 전반에 대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져 연일 뉴스를 도배하더니, 급기야 검찰의 압수수색에까지 이르렀다.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이용하여 기부금을 받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였는지 여부는 추후 검찰 수사, 회계 장부 감사 등을 통하여 밝혀질 것이다. 다만 아직 일본으로부터 진심어린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불거진 일들이 안타깝다.

이번에 흘러나온 의혹 중 하나가 바로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이다. 정의연은 2013년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후 7년만인 지난달 4억2000만 원에 매각하여 3억3000만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구입 가격이 당시 인근 단독주택 시세와 비교할 때 과도하게 비싸다는 의혹, 윤미향 당선인과 친분이 있던 같은 당 이규민 당선인의 소개로 구입한 것을 두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부동산을 허위로 비싸게 구입한 것인지,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인지 여부는 검찰수사를 통하여 밝혀질 일이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아온 지난 7년간 이렇게 이상한 거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농촌지역에 소재하는 단독주택의 특성을 통한 가격형성원리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정의연에서 구입한 단독주택이 소재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은 서울에서 약 90㎞정도 거리에 위치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하나 충청북도와 접경한 농촌지역이다. 토지가격이 서울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서울은 아무리 변두리 지역이라도 3.3㎡당 최소한 1000만 원 이상의 시세가 나간다. 안성시 금광면과 같은 농촌지역의 경우 토지의 지세, 위치, 취락이나 교통시설과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건축을 위해서 필요한 토목공사의 난이도 등에 따라서 토지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서울 대지가격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은 저렴하지만, 건축비는 도시와 농촌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농촌지역 주택의 가격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부분이 바로 투입된 건축비용이다.

정의연이 구입한 안성 주택의 경우 평당 600만 원의 건축비가 투입되어 총 건축비가 4억8000만 원가량이라고 한다. 농촌주택 치고는 많은 건축비를 들인 편이지만, 비현실적 가격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수요가 없는 농촌지역에 환가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입한 건축비가 적절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이런 주택의 가치는 매도 가능한 시장가격보다 사용가치가 더 중심이 된다.

서울의 경우 워낙 토지가격이 비싸다보니, 감정평가 시 굳이 토지와 건물가격을 나누면 토지가격이 전체 부동산가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반대로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오히려 토지가격보다 건물 가격 비율이 훨씬 커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을 건설하는데 투입된 비용을 모두 더하여(적산하여) 산정하는 감정평가방법을 바로 원가법이라고 한다. 투입된 건설비용을 적산하여 산출하므로 여러 평가방법들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감정평가방법이다. 그러나 이 원가방법이 항상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시장가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큰 비용을 투입하여 부동산을 건설하였더라도, 구매하는 사람이 없다면 원가보다 더 낮은 금액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고, 오히려 원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주더라도 계속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면 더 높은 시세가 형성될 수도 있다.

부동산 하위 시장의 특성에 따라서 원가법과 거래사례비교법은 서로 불일치한다. 따라서 감정평가사는 원가법과 거래사례비교법을 모두 산정한 후에 가격이 불일치하는 원인을 검토하고 시산가격 조정을 통해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즉 모든 부동산은 동일한 평가방법에 따른 감정평가가격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평가조건, 평가 목적, 시장 상황 또는 제도의 취지, 평가자가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모두 다른 가격을 갖게 될 수 있다.

단적으로 안성 주택의 경우 정의연에서 7년 전 구입한 금액은 토지매입비, 토목 건축비를 모두 적산하여 원가법을 반영한 7억5000만 원이었다. 이후 건축물의 물리적 감가상각과 디자인 구식화 등으로 인한 기능적 감가상각, 인근지역에 수목장터 등이 생기면서 발생한 경제적 감가상각 등이 주택 가격에 반영되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농촌지역에서 이러한 유형의 주택 수요가 없어 시장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게 형성되어 4억2000만 원에 매도하게 되었다면, 이 부동산의 시장가치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실제로 투입된 원가와 시장가격간의 괴리로 인한 임대료 분쟁 시 감정평가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층고가 11m에 전기설비 300㎾정도의 용량이면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하기에 충분한 건물이었는데, 건물주 측에서는 층고 13.5m, 전기설비 1000㎾를 설치하느라 훨씬 더 많은 건축비가 투입되었으므로 임대료를 더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본래의 용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설비로 인한 건축비 지출은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임대료를 평가하였다.

최근 계속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10년 분양전환 임대주택의 경우, 택지비를 포함한 건설원가가 2~3억 원에 불과한데, 현재 시점의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비준가격은 8~9억 원에 이른다. 이 경우 어떤 가격으로 분양전환가격을 결정해야 할지는 오롯이 제도의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판단의 영역이다. 당시 서민 주거안정 등을 목표로 하여 임대주택부지는 건설원가의 80% 수준에서 공급되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어디에 귀속할 것인지의 문제가 본질이고, 감정평가방법을 원가 또는 시가로 할지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에 투입되는 비용은 해당 부동산의 본래 용도와 기능에 맞게, 제도의 취지에 따라, 부동산이 소재한 지역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어야 시장가치에 수렴한다.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회 정의, 분배, 개별적 특성 등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판단해야한다. 지금으로서는 안성 주택 고가 매입 의혹에 관해 쉽사리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폭등세를 보여 온 서울 아파트의 경우에는 불안 심리, 투기심리에 따른 가수요에 의하여 건설원가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시세가 부풀려졌고, 정부는 건설 원가를 한도로 하여 분양가격을 결정하겠다는 분양가상한제라는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저금리와 맞물려 투기적 가수요가 폭발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건설사 등은 불안, 투기 심리와 욕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였다. 아파트단지 내에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수영장, 게스트하우스, 사우나, 독서실은 물론이고 아이스링크장까지 커뮤니티시설로 제공하겠다며 조합원들을 유혹하는 재건축단지까지 나타났다.

아파트 건축비를 포함한 커뮤니티시설의 건축비(원가)가 아무리 많이 투입되더라도 분양가(시장가격)가 이를 훨씬 상회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욕망에 물든 사람들은 거주하면서 계속적으로 부담하게 될 커뮤니티시설의 유지, 관리 비용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시설이 부동산의 가치를 올려주고, 투기 수요를 유입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끝없이 올려 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반면 농촌지역에는 투기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적고, 구매수요가 희박하고, 아무리 좋은 자재로 큰 건축비용을 투입하여 집을 지어놓는다고 하더라도 감가상각만이 발생할 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농촌지역에서 개인 취향을 한껏 반영하여 지어진 고급 주택들은 투자 상품이 아니라 사치품에 가깝다. 개인의 취향과 개별적 입지조건은 표준화되기 어렵고 다양성과 개별성이 크다.

윤미향 당선인이 7년 전에 안성이 아니라 서울에서 7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였더라면, 아마 15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후원금을 가지고 부동산투기를 했다고 비난받았을지 모르겠다. 7억5000만 원에 구입한 주택이 4억3000만 원으로 하락한 상황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이미 투기판으로 변질되어버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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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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