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제안했다. 문 의장은 오는 29일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국회의장 임기를 마친다.
문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사면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면서도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사면 검토 제안은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국정 운영 방향으로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적폐청산에서 통합론으로 기조를 바꿔 새로운 개혁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21대 국회에서 누가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다면, 과감하게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을 할 것을 제의한다"면서 "그 중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사면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놓칠수록 논의가 확대되기 때문에 지금 타이밍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또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으로 시작했지만 그게 지루해진다"면서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이를 정치보복의 연장으로 보는 세력이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개혁 동력을 상실한다. 이걸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 의장은 "그 분(문 대통령)의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아마 (사면을)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간담회 내내 통합에 방점을 둔 문 의장은 "통합으로 돌아가는 측면에서 국회를 무시해선 안 된다"며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도 당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 때 야당 당사를 모두 방문했다. 그 마음을 왜 지금은 못 가지나. 지금은 더 가져야 한다"며 "여야정 협의회를 왜 못 여나. 이럴 때일수록 더 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지 밀어붙일 생각하지 말고 통합을 생각하면 이런 적기가 없다"는 것이다.
또 "열린우리당 때 봤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당선됐어도 오만에 의해서 어느 순간 궤멸하고, 말실수로 지리멸렬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통합에 방점을 더 찍어야 하고 그럴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그는 거듭 "정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자기의 이상 실현을 위해 정권을 잡아야 하는 투쟁적, 쟁취적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모든 사회적 동물들의 싸움을 조율하는 통합의 측면이 근원적으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둘 중 하나를 먼저 고르라고 하면 통합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이어 21대 국회의 과제로 "촛불의 제도화를 위한 첫 번째는 개헌"이라며 "최소한 내각제로 바꿔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내각제를 하면 모든 권력을 국회가 가져가는데, 불신 받는 1위가 국회라서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그래서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는 책임총리제라는 중간다리를 거치자는 게 내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총리 2명을 뽑아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고르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개헌 방식과 관련해선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 왜 대통령 탓을 하나. 국회가 하면 되지 않냐"고 했다. 그는 "대통령은 개헌안을 이미 국회에 냈는데, 이를 국회가 다루지도 않았다"며 "그런데 대통령에게 바꿔서 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고 했다.
이 밖에 문 의장은 "김종필 전 총리가 말했던 '정치는 허업'이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나날"이라면서도 "아쉬움은 남아도 내 정치 인생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며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소회를 밝혔다.
자신의 정치 인생 가운데 가장 기뻤던 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을, 가장 슬펐던 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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