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19 사망률, 가난한 지역이 최대 15배 높았다

가난할수록 고통받는 코로나 사태...미국인, 의료보험 입장 변화 없어

5월 19일(현지시간) 현재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31%, 사망자의 28%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시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국이다.

미국 중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뉴욕이다. 뉴욕주는 19일 오후 현재 35만2천여 명의 확진자, 2만2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세계의 부자들과 가난한 이민자들이 모두 거주하는 뉴욕은 코로나19 사태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뉴욕 보건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의 코로나19 사망률이 가장 부유한 동네의 사망률에 비해 15배 높게 나타났다. 뉴욕은 지역별 우편번호로 분류한 뒤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집계해 이같은 통계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브루클린 인근의 스타렛 시티(Starrett City) 지역으로 나타났다. 인구 구성 비율이 흑인 40% 이상, 라틴계나 히스패닉계 25%가 넘는 이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주민 10만명 당 444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뉴욕 맨해튼의 부유한 백인 거주지역인 그래머시 파크(Gramercy Park)로 주민 10만 명 당 31명으로 조사됐다.

마크 레빈 시의회 보건위원장은 19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정말 가슴 아픈 통계로 이 도시의 도덕적 양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극적인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번 통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가난 + 주거 환경 + 기저질환 등 맞물려 사망률 높아져...미국 전체에서 흑인의 사망률이 다른 인종에 비해 2배 높아

이처럼 빈부 격차에 따라 코로나19 사망율이 크게 영향을 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가난한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은 원격 근무가 불가능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았다.

둘째, 이들은 집세 때문에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세들어 사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셋째, 가난한 이들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도 아파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않아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비 걱정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을 키운 이들도 많았다.

가난한 이들이 부자들에 비해 코로나19로 피해가 크다는 것은 미국 전역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APM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흑인계가 43명으로 다른 인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라틴계는 19명, 아시아계는 18명, 백인계는 17명으로 조사됐다. 흑인들의 사망률이 2위를 차지한 라틴계에 비해서도 2배 넘게 높게 나타난 이유는 상대적으로 고연령자가 많고, 기저질환자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국민들의 삶이 크게 영향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반 가까운 미국인들의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는 등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민주주의 기금과 UCLA 네이션스케이프 프로젝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1%가 전국민에게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월 조사 때보다 전국민 의료보험에 동의하는 응답자가 오히려 1% 줄어든 결과로, 코로나 사태가 의료보험에 대한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층을 위한 보험 가입 지원에는 응답자의 63%가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이 역시 지난 2월에 비해 소폭(2% 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업 등 단기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 대한 식량 원조 등 구호정책에 대해선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79%가 찬성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정책에는 절대 다수의 미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의료보험 체계 등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위에서 지적된 것처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민주주의 기금 연구책임자인 로버트 그리핀은 "코로나 사태로 미국인들의 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이 하루 아침에 변화하지는 않았다"며 "아직 의료보험의 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기금+UCLA 네이션스케이프 프로젝트는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로, 이번 조사는 4월 29일부터 5월 6일 사이에 실시되었으며, 6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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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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