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시진핑 방한 준비 본격 나선 듯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코로나 19 이후 격해질 미중 갈등, 한국의 선택은

중국 당국이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의 방한 준비에 본격 나선 것 같다. 중국의 양회가 끝나고 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더 안정되면, 그리 늦지 않은 시기에 방한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는 얼마 전에 있었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 등과 관련, 다시 한번 "우스트라다무스"라는 소리를 들었다. 중국과 관련된 전망과 분석 등이 줄곧 그대로 적중했기 때문에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에 빗댄 별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필자는 처음부터 "김 위원장의 신변 및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다"는 것과 함께 "중국 의료진이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급파되었다"는 설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이 모두 적중했는데, 이러한 '신통력(?)'을 토대로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중국 지인들로부터의 연락 등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의 방한은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머지않았다고 여겨진다.

시 주석 방한과 관련된 원초적 질문, 그는 왜 방한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중국은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향후 전개될 포스트 코로나 정국을 고려할 때, 그 필요성은 더 증대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로 인해 급격히 악화된 한중 관계의 회복을 위해, 즉 '사드 정국'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해 진작부터 그들 나름대로 힘써 왔다.

중국은 2016년 7월 사드 배치 당시에는 절대 배치하지 않겠다던 우리 측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분노하며 다양한 제재 조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과는 달리, 중국은 사드 배치 후 약 3개월 가량 지난 시점부터 "한중 관계 악화는 서로에게 좋지 않으니"라고 하며 달라진 자세를 보였다.

당시 중국 대학에 재직 중이던 필자는, 다양한 중국인 지인들로부터 이와 같은 '기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내년(2017년)은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한중 양국에서 이를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양국이 사드 정국에서 벗어났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은 어떤가?"라며 우리 측에 이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중국이 먼저 사드 제재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조치를 철회한 뒤에 고려해볼 일"이라며 강경하기만 했다.

이후로도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표면과는 달리, 사드 정국을 탈피하고자 하는 그들의 내심을 우리 측에 내보이기 위해 줄곧 다양한 시그널을 보내왔다. 그럼에도 사드 정국이 아직까지 지속되어 온 것은, 이러한 간접적이고 우회적이며 표리부동한 '중국식 시그널'을 우리가 채 읽어 내지 못한 이유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의 대중 외교력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사드 정국에서 가능한 한 조속히 빠져 나오려고 했던 것일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을 들 수 있다.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해 우리가 미국에 더 근접해 간다면 중국에게는 결코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견강국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게 부상했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대립하고 있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우리가 어느 쪽에 더 근접해 가느냐에 따라 동북아가 냉전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새로운 구도가 전개될지가 좌우될 정도로 우리의 위상은 강화됐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정국을 맞이하며 우리에 대한 미중 양국의 구애와 압박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인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국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가능한 조기에 방한을 성사시켜 한국이 미국 편으로 너무 다가가지 못하도록 해둘 필요도 있는 것이다.

▲ 지난 2019년 12월 23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진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는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청와대

그럼 우리는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것인가? 향후 점점 더 첨예해질 미중 양국의 대립 국면이나 침체된 우리의 경제 재건, 그리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포스트 코로나 정국에서 미국은 우리를 자신 편에 더 묶어두기 위해 다양한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미국의 편에 묶여있을 수는 없다. 당장 중화권까지 합치면 중국은 우리 교역의 35% 정도에 해당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게다가 한중 관계가 더 악화되게 되면,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국가안보에 미칠 부정적 여파 또한 대단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경' 단위의 엄청난 경기부양책을 준비중인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민심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최대 현안으로 불거져 나온 위생이나 환경, 의료 및 건강 관련 분야에 막대한 예산 투입을 통해 대대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이들 분야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외국과 협력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자신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등의 국가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할 수는 없다. 이는 곧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 및 관련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고려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중국 카드"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 측은 우리 측에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곱지만은 않은 우리 민심을 고려할 때,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잘 견뎌내야 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우리의 대미 협상에 있어 유용한 '카드'요,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나름의 논리 등을 만들어 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중 양국은 코로나19 책임에 대해 서로가 선임하는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각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 이를 토대로 자기편에 서도록 종용하고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코로나19 책임에 대해 전염병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전문가들에게 규명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우리의 입장을 정하겠면서 시간을 벌고, 향후 양국의 추이 등을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국익 최적화 등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 나가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거나 "샌드위치" 운운하는 약소국 시절의 외교 마인드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G1과 G2라는 고래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며 상생하는 돌고래와도 같이 주도적이며 진취적인 중견강국의 "돌고래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중 양국의 대립이 한층 격화될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이뤄질 시 주석의 방한은 중견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 우수근 교수는 유튜브에서 <우수근의 한중일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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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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