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수수료 갑질, 중국에도 있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플랫폼 경제'는 대안일 수 있는가?

'플랫폼 경제', 그 자체로 '공유경제'는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의하면 현재 진행 중인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의 확산과 정보처리 능력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초로 한다. 즉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물리적·생물학적 영역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인 '디지털 경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발전의 핵심은 사물과 사물, 기계와 사람, 제품과 시스템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되고 유통 및 소비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 및 비용의 제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호응하여 디지털 경제를 실현할 핵심 기제로 이른바 '플랫폼'(Platform)이 주목받고 있다. 플랫폼이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중개)해 주는 온라인상의 인프라를 의미하는데,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를 추출하고 통제·독점하는 핵심적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기존 IT기업을 비롯해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앞 다투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그야말로 '플랫폼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 기업의 경제행위가 마치 그 자체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거나 혹은 공유경제의 가치를 저절로 실현해 줄 수 있는 요술 방망이로 오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사적소유에 기초한 영리 사업체일 뿐이며,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는 공유경제의 가치보다는 보다 많은 이윤 창출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코로나 위기 속 폭발한 한국과 중국 '배달 플랫폼 기업'의 전횡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이러한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음식 배달앱 사업체인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제도를 기존 정액제에서 주문 성사 건당 5.8%의 정률제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했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로 규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인 '메이퇀'(美团)이 최근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상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으며, 이에 따라 '광둥성 음식서비스업협회'를 비롯한 각 지역 음식업 협회에서 이를 독점 경영의 문제로 인식하고 현지 관할 감독국에 제소했다.

이들 업체의 수수료 인상은 '코로나 19'로 인해 음식배달 플랫폼에 대한 외식업주들의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했고, 또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와 겹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정도로 체감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이처럼 양국의 최대 배달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관련 정책을 개편하는 일이 가능한 것은 인수합병을 통한 독점기업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배달의 민족'이 그동안 함께 배달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합병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의 98.7%를 점유하는 거대 독점기업으로 등장했다.

중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온라인 배달업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 시기에 '어러머'(饿了么)와 '따오지아메이스회'(到家美食会) 등 다양한 온라인 배달플랫폼이 잇따라 설립되었다. 이후 배달 음식사업은 신속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2017년부터 온라인 배달업 시장의 통합과 합병의 시기를 맞는다.

2017년 8월에 '어러머'는 중국 최대의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운영하는 배달플랫폼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卖)와 대규모 온라인쇼핑몰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宝)가 운영하는 '코우베이와이마이'(口碑外卖)를 합병했다. 또 다른 거대 온라인 배달업 플랫폼인 '메이퇀'(美团)도 '따중디엔핑'(大众点评)과의 합병을 통해 '메이퇀와이마이'(美团外卖)를 설립하고, 2018년 9월에는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 홍콩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 온라인 배달업 시장은 '어러머'와 '메이퇀와이마이'라는 양대 산맥이 각축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되었으며, 이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이다. 이렇게 거대 독점기업으로 등장한 양국의 배달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타 업체와 출혈을 감수하고 가격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졌으며, 그야말로 업계의 막강한 권력자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플랫폼을 활용한 대안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플랫폼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적소유에 기초한 영리 사업체이기에 이윤창출의 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자체로 대안적인 경제 패러다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 간을 매개하는 온라인 인프라로서의 플랫폼이 갖는 긍정적 특성과 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업의 수익만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적 경제 패러다임을 고민할 필요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의 각 지자체에서 실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공공 배달앱'도 그 사례일 수 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는 지역 상품권인 군산사랑상품권을 결제수단 중 하나로 채택하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거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위챗(한국의 카카오톡과 유사)의 공중계정이나 배달 프로그램을 통한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플랫폼에 기반한 협동조합 모델이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커먼즈(commons)와 플랫폼을 결합한 실천 방식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플랫폼 경제를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소비·교환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인식을 넘어, 플랫폼 자체를 공동으로 소유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고 향유하는 대안적 경제 패러다임으로 적극 사고할 시점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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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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