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도 '트럼프 월드'는 굳건하다?

[2020 미 대선 읽기] 충성파 기용...매도스 비서실장 중심으로 재선 준비

'트럼프 월드'(Trump Worl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에선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다보니 그의 정치 문법이나 측근들이나 모두 워싱턴 정가에선 '생소'했고, 집권 후에도 이어진 이 독특함(더 나아가 비상식)을 통칭해 '트럼프 월드'라고 불렀다.

'트럼프 월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도 이런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7일(현지시간) 오후 8시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39만6416명, 사망자는 1만2813명을 기록했다.

어쩌면 외부의 위기라는 변수는 오히려 내부의 결속을 더 다져야할 필요성을 더 크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최종 목표는 올해 11월 3일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 즉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다.

백악관 대변인 전격 교체, 정보기관 감찰관 한밤중 해고

7일(현지시간) 백악관 대변인이 전격 교체됐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한번도 하지 않은 채 9개월 만에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백악관 대변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 대변인인 케일리 매커내니가 발탁됐다. 31세의 변호사 출신인 매커내니가 백악관 대변인으로 임명된 것은 매우 파격적인 기용이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그는 자기가 직접 트럼프 선거캠프로 찾아갔었다고 한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 출신으로 멜라니아 여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그리셤은 멜라니아 여사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최근 '트럼프 월드'의 갑작스런 인사 조치는 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마이클 앳킨스 미 정보기관 감찰관을 해고했다. 앳킨스 감찰관은 작년 처음으로 미 의회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보고했던 인물이다. 그의 보고는 감찰관 업무에 속하는, 감찰관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밤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앳킨스 감찰관을 해고한다고 했고, 다음날인 4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직접 이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앳킨스 감찰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가짜 보고서를 의회로 들고 갔다"며 "정말 끔찍한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앳킨스 감찰관은 30일 이내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며 그 자리에 "내 신뢰를 듬뿍 가진 사람이 올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충성파'를 기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상원 탄핵재판에서 부결 결정이 나자마자 탄핵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 미국대사 등을 경질한 바 있다.

앳킨스의 경질에 대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방정부 소속 공직자인 감찰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감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정직과 효율을 위한 감찰관 위원회' 회장인 마이클 호로위츠 법무부 감찰관은 성명을 내고 "앳킨슨 감찰관은 감찰관 사회에서 정직성과 직업적 전문성, 법의 지배와 독립적 감찰에 대한 신념 등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감찰관 사회는 우리가 관장하는 기관들에 대한 공격적이고 독립적인 감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호위무사' 메도스 비서실장의 진짜 역할은?

일련의 인사 조치의 배후는 마크 메도스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7일 메도스 비서실장은 그리셤 대변인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주요 참모 가운데 첫 교체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메도스 비서실장의 오랜 참모인 벤 월리엄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좌하다가 국방부로 자리를 옮겼던 알리스 파라 등 메도스 실장이 신임하는 측근들도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겨 공보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지난달 6일 임명된 메도스 비서실장은 트럼프 정부의 4번째 비서실장이다. 전임인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권한대행은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사실상 '대가성'이 있는 것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샀고, 교체가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그의 후임으로 메도스가 발탁된 것은 '트럼프 월드' 내의 권력지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그의 기용은 백악관이 '선거체제'로 돌아섰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메도스 실장은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강경 우파 성향의 의원이다. 4선의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그는 지난해 10월 하원 탄핵조사 당시 하원의원 30여 명이 탄핵조사장에 난입해 점거 농성을 벌였는데 이를 주도하기도 했다. 상원에서 탄핵재판을 진행할 때 변호인단(하원의 공화당 의원들로 구성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탄핵재판 기간에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을 했다고 한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바로 다음 날 성명을 발표해 2020년 하원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겠다며 '충성 맹세'를 하기도 했다.

메도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재 백악관의 권력 핵심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메도스 실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도 가까운 사이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백악관 내 권력투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와 사위인 쿠슈너에게 밀려 백악관을 떠났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탄핵 국면에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역풍에서 지키겠다며 '워룸'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외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방카 측근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신임하는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도 지난 2월 2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와서 쿠슈너 보좌관과 함께 일하고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최근의 트럼프 진영의 상황에 대해 "백악관이 선거체제로 갔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초선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다운 선거 캠페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략에 있어서는 스티븐 배넌의 말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코로나19 관련 브리핑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미시건, 오하이호, 플로리다 등 4-5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를 겨냥한 발언을 주로 하고 있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을 하지 않으면 부동산 사업체를 포함한 '트럼프 왕국'이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반드시 재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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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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