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9.11 같은 일주일"...미 코로나 사망 1만명 목전에

WP "트럼프, 1월초 정보당국의 경고 무시...침몰하는 미국"

"앞으로 1주일이 대부분의 미국인이 삶에서 가장 힘들고 슬픈 주가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진주만 피습 사건과 (200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 등이 공격 당했던) 9.11 테러와 같은 순간이 될 것이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 서비스단(PHSCC) 단장, 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

"우리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신규 환자 발생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사망자의 감소를 1-2주, 혹은 그 이상 늦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죽음이 이어지는 것을 볼 것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불행히도 이번 주는 나쁜 한 주가 될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AID) 소장, 5일 CBS 인터뷰)

트럼프 "세계대전 때처럼 많은 사망자 발생할 것"

4월 6일부터 앞으로 1-2주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을 미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구성원들이 일제히 내놓았다. 5일 오후 8시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33만6131명, 사망자는 960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사이에 확진자는 2만3000여명, 사망자는 1119명 늘었다.

가장 피해가 큰 뉴욕주는 5일 오후 확진자가 12만2000여 명, 사망자가 4100여 명으로 이미 9.11테러 당시 사망자(2996명)의 숫자를 훌쩍 넘어섰다. 미시간, 루이지애나, 뉴저지,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나, 플로리다 등은 모두 확진자가 1만 명이 넘어선 지역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적인 수준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미국의 주와 자치령은 총 41곳에 달한다.

애덤스 단장은 "앞을 30일 동안 모든 사람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터널 끝에 빛이 있다"고 예상했다. 4월 한달 동안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4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비유하며 "유감스럽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아마도 이번주와 다음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에는 뉴욕주 사망자 수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을 언급한 뒤 "아마도 좋은 징조일 것"이라면서 "사망자 수에서는 끔찍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동시에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라며 다시 낙관적인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4일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지침을 바꿔 공공장소에서 일반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다른 나라) 대통령, 총리, 독재자, 왕, 여왕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며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월초 정보당국 경고 무시...9.11 연상"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자 '트럼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부터 정보당국과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에 대해 보고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미국이 전시에 준하는 대응을 하고 있지만 결국 침몰할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 실패는 9.11테러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1월 3일 중국발 코로나19 발병에 대해 첫 공식 통보를 받았고 미 정보기관도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0일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판단 착오로 미국은 감염자 추적.격리에 필요한 진단장비 개발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의료체제는 코로나19 보호장국도 조달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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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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