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한국계 10대, 의료보험 없어 치료 거부당한 후 사망

뉴욕 센트럴파크가 '야전병원'으로..."뉴욕은 탄광의 카나리아"

뉴욕의 심장인 센트럴 파크에 '야전병원'이 설치됐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역인 뉴욕의 현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30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의료 물자는 일주일 분량 밖에 없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쿠오모 "뉴욕은 탄광의 카나리아...이 바이러스에 면역된 미국인은 없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정적이라서 미안한데, 주위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있고, 24시간 내내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며 뉴욕의 참혹한 상황에 대해 강조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호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트 대통령의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나서서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것은 정치 행사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이것은 언론과 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쓰나미가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제공 물자를 모아야할 때다. 폭풍이 오기 전에 일을 하지 않으면, 폭풍이 몰아치면 너무 늦는다.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를 그만 두고 과학자들의 말을 잘 들어아. 그렇지 않으면 죽을 필요가 없는 사람도 죽게 될 것이다. 이게 요점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의 참상이 뉴욕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 상황을 뉴욕 만의 상황이라는 주장은 부정당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이 나라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바이러스에 면역된 미국인은 없다. 당신이 캔자스에 살든, 텍사스에 살든 상관 없다. 뉴욕 사람들의 면역 체계가 다른 미국인과 다른 것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뉴욕은 탄광의 카나리아일 뿐이다."

▲센트럴파크에 등장한 야전병원 ⓒAP/ 연합뉴스

30일 오후 8시 현재(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16만887명, 사망자는 2975명에 이른다. 이중에서 뉴욕주 확진자는 6만6497명, 사망자는 1218명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마스크, 의료진이 훔치거나 숨겨놓아서 부족" 주장에 뉴욕 간호사 '격노'

한편, 뉴욕은 마스크와 방호복 등 환자들과 대면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의료 장비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N95 마스크는 재사용하는 게 당연시 되고 있고, 커피 필터나 손수건 등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방호복이 부족해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일하는 간호사 등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소방대원, 의료진들의 상당 수가 환자들을 돌보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지난 27일에는 코로나19로 간호사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일 브리핑에서 한 뉴욕 병원의 마스크 사용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하면서 "마스크들이 어디로 가는 거야, 뒷문으로 나가는 거야? 어떻게 하면 (일주일에 사용하는 마스크 량이) 1만에서 30만 장까지 갈 수 있냐"며 의료진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팻 케인 뉴욕주 간호협회장은 "대통령은 뉴욕에 와야 한다. 그가 여기에 와서 내게 직접 도둑질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현장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의료진에게 말도 안되는 누명을 씌운 대통령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고 터무니 없으며 현재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감각하다"고 비난했다.

▲미국 뉴욕시에서 간호사들이 의료진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CNN 화면 갈무리.

한인 고교생 의료보험 없어 치료 거부...코로나19로 미국에서 숨진 최초 10대

한편,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최초 10대 환자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더선>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대 환자는 월리엄 황(17세) 씨다.

황 씨는 코로나19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으나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 당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심장마비가 발생했고, 소생술을 받았지만 숨졌다고 한다. 렉스 패리스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시장은 황 씨의 사망에 대해 "응급치료시설을 찾았지만 병원이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의 미국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때문이다. 2018년 기준 2750만 명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병원비가 걱정돼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황 씨의 사례는 이런 미국 보험 시스템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우치 소장에 이어 벅스 백악관 조정관도 '사망자 20만 명' 예측

한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이어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도 30일 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최대 20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벅스 조정관은 "160만-22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라며 "우리가 다함께 완벽하게 대응한다면 10만-20만의 사망자 범위에 이를 것이지만 그마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파우치 소장도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수를 10만-20만 명으로 예측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의과대학의 건강 측정 및 평가 연구소(IHME)는 지난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는 4월 중순까지 병원들의 수용 능력을 훨씬 초과할 것이며, 7월까지 미국에서 3만8000-16만2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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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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