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소장 "미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에 이를 수도"

트럼프, 코로나에 굴복 "사회적 거리두기 4월 30일까지"

미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 현재 14만1125명, 사망자가 2458명이 넘어서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자 지난 24일 경제를 위해 부활절인 4월 12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백악관의 코로나 태스크포스(TF) 일일 브리핑에서 "부활절은 너무 이르다. 모험을 할 수 없다"며 4월 30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된 지침(10명 이상의 모임 금지)을 4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하면 할수록 이 모든 악몽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며 6월 1일까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월 12일'이라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하며 '경제활동 재개'를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미국이 중국으로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을 뿐 아니라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또다시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3개 주에 강제격리 명령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는 백악관 회의에서 사실상 봉쇄를 의미하는 강제격리 조치가 증시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권한 사이의 갈등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고집'을 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3개주 주민에게 앞으로 14일간 꼭 필요하지 않은 국내 여행은 자제할 것으로 촉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파우치 소장 "미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에 이를 수도"

이런 가운데 백악관 코로나 TF의 핵심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예측모델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수백만 명, 사망자는 10~20만 명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는 움직이는 목표물이기 때문에 예측을 고수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추세가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될 것이다. 내일도, 확실히 다음 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19일 오후 확진자가 1만1000여 명, 사망자는 164명으로 집계됐는데, 불과 열흘 만에 확진자는 13배, 사망자는 20배가량 증가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파우치 소장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처럼 큰 수치는 믿지 않는다"면서 파우치 소장에게 직접 발언할 기회를 줬지만, 파우치 소장은 동일한 전망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핫 스팟' 뉴욕, 의료장비 부족해 '쓰레기 봉투' 입은 간호사 등장

미국에서 현재 가장 상황이 심각한 뉴욕주는 현재 확진자가 5만9513명, 사망자가 965명으로 집계됐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사망자가 수천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현재 뉴욕이 2001년 9.11테러 사태를 방불케 하는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응급을 요청하는 911 전화는 보통 하루 4000여 건 걸려오는데, 지난 26일에는 7000건이 넘는 응급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는 9.11 테러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통화량이라고 한다.

또 인공호흡기 등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 장비뿐 아니라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의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뉴욕 브루클린의 한 응급구조사가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심정지 환자를 돌보느라 갖고 있던 제세동기 배터리가 방전됐다"고 안타까워했으며, 또 다른 응급구조사는 자신의 스카프와 커피 필터로 '수제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고, 또 다른 요원은 N95 마스크를 며칠 동안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은 이미 의사, 간호사, 소방대원 등 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까지 뉴욕 소방국 대원 206명이 확진자 판정을 받았고, 지난 27일에는 뉴욕 시나이 웨스트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주일만에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뉴욕의 한 병원에선 코로나 19 사태로 의료 장비가 부족해지면서 간호보조사에게 쓰레기봉투를 보호복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한 병원에서 의료 장비 부족으로 쓰레기봉투를 방호복 대신 입고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 페이스북에 이 사진이 올라와 큰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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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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