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서류 냈다"...적십자사 "받았지만 참고서류"

LG "담당자가 잘못 답변"...LG·적십자사, 입장 바뀐 이유는?

대한적십자사의 면역검사시스템 입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된 <프레시안>의 기사([단독] 적십자사 입찰 논란 눈덩이...재입찰도 유찰)가 22일 오전 발행된 직후 LG화학 홍보팀에서 연락이 왔다.

적십자사의 4월 입찰 재공고의 응찰 서류 중 하나였던 런컨트롤 시스템(시약의 반응성 관련 실험) 운영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과거 식약처 인증 서류로 대체했다는 <프레시안>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LG화학 실무 책임자는 지난 20일 <프레시안>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또 적십자사는 지난 21일 <프레시안>에 보내온 서면 질의서 답변을 통해 동일하게 "식약처 서류로 갈음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LG화학 홍보팀에서 이를 번복하고 나섰다. 홍보팀 관계자는 <프레시안> 기자와 22일 오전 전화 통화에서 "(<프레시안>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실무 책임자가 서류 제출 상황을 잘못 알고 틀린 답변을 했다"면서 "지멘스 독일 본사의 진단기계를 이용해서 런콘트롤 실험을 하고 서류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입장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프레시안> 기사에서 보도한 것처럼 지난 3월 입찰 당시에는 한마음혈액원의 지멘스 면역장비를 이용해 런콘트롤 실험을 해서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데, 4월 재입찰에서는 한마음혈액원이 지멘스 장비 사용 요청을 거부해서 독일 지멘스 본사의 장비를 사용해 실험을 수행했다"며 "LG화학은 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고 입찰 과정에서 어떤 특혜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독일 지멘스사와 콘소시엄으로 3월 입찰과 4월 재입찰에 참여했고, 두 번의 입찰 모두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LG화학이 첫 번째 답변과 다른 입장을 밝히자 적십자사도 21일 보낸 답변서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22일 오후 <프레시안>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LG화학의 런콘트롤 관련 서류를 받긴 했지만 적십자사가 요구하는 해당 서류가 아니라서 참고 서류로만 활용했기 때문에 식약처 허가 문서로 갈음했다고 답했다"며 "LG화학이 입찰에 참가한 시약들은 오픈 시약으로 전용 장비를 사용하는 시약이 아니기 때문에 식약처 해당 허가 문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적십자사는 21일 답변에서는 LG화학으로부터 받은 런콘트롤 관련 서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다가, 22일 LG화학이 이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힌 이후에야 "참고 서류로 활용했다"며 서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LG화학과 적십자사는 <프레시안> 기자에게 첫 번째 취재 당시 했던 말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또 적십자사가 입찰의 '필수 서류'라고 밝힌 런콘트롤 시스템 운영에 대한 서류에 대해서도 LG화학과 적십자사는 서로 다른 입장이다. LG화학은 지난 3월 입찰에서는 한마음혈액원을 통해 실험을 해서 증빙서류를 냈고, 4월 재입찰에서는 독일 지멘스 본사를 통해 실험을 해서 증빙서류를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3월 입찰과 4월 입찰에서 낸 LG화학의 서류가 모두 참고 서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적십자사는 두 번의 입찰에서 모두 LG화학의 시약에 대해서는 식약처의 허가 서류 검토로 적합성을 판정했다고 밝혔다.

적십자사와 LG화학의 설명을 종합하면, LG화학은 범용장비, 범용시약으로 입찰에 참여해 서류심사 단계에서 성능평가 서류는 필요하지 않았으며 한마음혈액원과 지멘스를 통해 장비와 시약의 호환성 테스트를 참고 서류로 제출했다. 범용장비와 범용시약의 경우 식약처 허가서만으로 서류를 심사하고 이후 적십자사는 성능평가 단계에서 스펙 및 성능 테스트를 진행해 적합, 부작합을 판정한다는 것이다.

면역진단은 헌혈 받은 혈액의 안전성 검사 중 하나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혈 받은 다량의 혈액에 에이즈, B형 간염, C형 간염, 백혈병 등 4가지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기존 면역검사시스템이 노후화되었다면서 공개입찰을 하려 했으나 계속 무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입찰은 일부 외국 기업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2017년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당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과정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바란다"며 적십자사에 기관 경고를 내렸다. 적십자사는 2018년 2월 1일 입찰을 재개했지만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이어 적십자사는 4월 26일 재공고를 냈지만 지난 21일 유찰됐다. 4월 재입찰에는 미국 애보트사, 한국 피씨엘, LG화학과 지멘스의 콘소시엄 등 3개 업체가 참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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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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