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 개악'에 '뿔'난 노동계, 또다시 막힌 대화

민주노총, 대화 거부하며 총파업 결의대회...한국노총도 동참할 듯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국회가 28일 본회의를 열고 개정안을 통과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논의하자 곧바로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본격 실력행사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르익은 노사정간 대화의 물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은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8일, 국회 정문 국민은행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 저지 총파업 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비판했다. 수도권대회인 이날 대회에는 5000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수도권에서 뿐만 아니라 울산,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전국에서 총 8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한다.

ⓒ프레시안(허환주)

김명환 "노동존중 표방한 이 정권이 일방 처리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 무대에 오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산입범위 확대 개정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만원의 행복을 이루겠다던 최저임금 공약은 산입범위 확대로 절망이 되었다"며 "개악될 법은 임금인상 자체를 무력화 하고, 임금양극화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김 위원장은 "또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단순한 '의견청취'로 개악해도 된다고까지 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이른바 '상여금 쪼개기'를 언제든지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임금에서 일정금액을 상여금 항목으로 쪼갠 뒤,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임금을 낮추려는 꼼수가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현 정부와 여당을 지목하며 "노동존중을 표방하는 이 정권과 여당에서 지난 정권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국회를 동원해 일방 처리하고 있다"며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가능하지 않듯이, 노동자 없는 평화와 번영은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투쟁결의문'을 발표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식대와 교통비, 그리고 상여금을 더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을 뿐인, 전체 노동자 4분의 1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자체를 봉쇄하려 한다"며 "그래놓고도 저들은 이제 최저임금 두자릿 수 인상률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총파업이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파업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우리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모든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민주노총임을 선언한다"며 "우리의 파업은 여전히 저 국회 안에서 활개 치는 친재벌, 반노동 적폐를 청산하라고 요구하는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늘 총파업이 결코 끝이 아니다"라며 "친재벌, 반노동 적폐의 완전 청산을 위한, 그리고 정부 노동정책의 실질적 대전환을 다시금 촉구하는 2018년 대투쟁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조합원과 이를 막는 경찰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프레시안(허환주)

ⓒ민주노총

겨우 물꼬 튼 노사정 대화, 앞으로는?

이날 민주노총 현대자동차지부는 최저임금 개정안에 반대하며 2시간 파업에 들어갔고, 세종공업, 덕양산업, 현대모비스 등 주요 자동차 부품사를 포함한 40여개 사업장에서도 2시간 이상 파업에 돌입했다.

또한, 기아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은 조합원 교육 및 간부파업 등으로 이날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직 수가 민주노총 규모에 비해서는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자기네 조합원과 별반 상관없는 최저임금 이슈에 이렇게 파업 카드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노동계에서의 실망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판단한다.

민주노총에서는 최저임금 개정안 관련, 이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에 도출하지 못했으니 차기 최임위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했으나, 국회에서는 시간이 없다며 자신들이 직접 처리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기 충분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떠한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여기에 한국노총도 가세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제도가 무력화된 만큼 최저임금위원 참여는 더는 의미가 없다"며 "한국노총 출신 근로자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자리위원회, 사회적 대화기구 등의 불참 여부를 두고도 최저임금법 개정안·비정규직의 정규직·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등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제시할 해결책을 보고 불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이후 끊겼던 노사정간 대화의 고리가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겨우 연결됐으나 이 고리는 또다시 끊어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