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은 제2의 4대강사업

[함께 사는 길] '청정 제주' 아닌 '쓰레기 섬' 될 것

1991년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시작으로 중앙정부와 제주도정은 관광개발을 명목으로 난개발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지금까지 관광정책은 양적 팽창에 중점을 두며,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호텔 등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건설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러한 대규모 관광개발정책은 결국 난개발을 초래하면서 화산이 만든 숲, 곶자왈을 파괴했고, 제주도에만 남아 있는 목축문화유산인 마을 공동목장이 매각되었고, 외지자본에 의한 부동산 개발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주민 증가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교통체증 심화, 생활쓰레기의 폭발적 증가, 하수처리 용량 초과, 지하수 고갈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제2공항 계획 부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산평(수산벵듸)은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이 설치된 역사적인 장소다. ⓒ양수남

'제2의 난개발 시대' 몰고 올 제2공항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15년 말에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통해 제주도에 '제2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1991년의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제1의 난개발 시대'를 열었다면 제2공항은 '제2의 난개발 시대'를 오게 할 것이 분명하다.

국토부는 제2공항을 통해 2018년까지 제주공항 연간 이용객을 약 3100만 명으로 증대시키고, 2045년에 46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토부의 제2공항 계획 논리는 제주도가 환경생태계적 측면, 공간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드러냈다. 그러므로 제2공항은 제주도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연간 1600만 명을 넘어섰고, 1일 평균 관광객 수는 약 4만3000명을 돌파했다. 현재(2017년 통계) 제주에서 발생하는 1일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184톤으로 2010년 84톤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관광객이 배출하는 쓰레기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제2공항으로 인해 더 많은 관광객이 유입된다면 제주도는 '청정 제주'가 아니라 '쓰레기 섬'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부족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OECD '2050 환경전망'(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용 수자원 대비 물 수요의 비율이 40퍼센트를 넘어 OECD 국가 가운데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2015년 제주의 인구증가와 개발 수요 예측에 따라 제주도의 지하수는 하루 3만9000톤이 부족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위치한 제주도는 최근 물 부족 사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며, 해안 지역 용천수는 이미 지하수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제2공항 개발에 따른 관광객 증가와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제주도민의 유일한 생명수가 부족해질 것이다.

제2공항 개발과 이에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각종 대규모 토목 건설과 도로 확충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 골재 수급난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제주도민에게 재앙을 몰고 올 제2공항은 결코 제주도의 장밋빛 미래가 될 수 없다.

'에어시티' 발표한 제주도

제주도는 지난 3월 15일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 사전규격공고를 통해 제2공항계획을 기정사실화하고 주변에 신도시를 만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원희룡 지사가 공항부지 발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에어시티 건설의 본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4대강사업과 같은 토건사업을 통해 건설 경기와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는 MB식의 허무맹랑한 발상이다.

이는 현재 제2공항 계획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검토용역의 부실 문제에 대한 재조사를 추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한계에 다다른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은 전혀 검토할 여지가 없다는 의사의 표시로서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공공자원을 지키고 보전해야 할 도지사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행위다.

작년 12월에 제주도당국은 제주도 공항확충지원사업단 소관 예산으로 총 15억 원을 편성하면서 이 중 6억 원을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으로 배정했고 성산읍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공항건설이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항 주변지역에 지원할 방법을 찾겠다는 것으로 아직 집은커녕 땅을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편의시설과 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사업이다.

하지만, 이 예산은 원안 그대로 제주도의회를 통과했고 제주도는 현재 사전타당성검토용역의 부실 문제 재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서 이 예산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제2공항 사업을 국토부가 주관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권한이 없다며 늘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적극적으로 제2공항 주변지역에 도시를 추진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는 제2공항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토건-부동산 투기세력을 위한 돈 잔치

늘어나는 공항 이용객을 수용하기 위하여 제2공항을 만든다는 국토부와 제주도의 논리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이며 결국 제2공항은 신도시건설 등을 통해 토건세력과 부동산 투기세력의 이익을 위한 돈 잔치라는 의혹을 거둘 수 없다. 제주도에 또 하나의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도시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미 환경생태수용력을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제2공항과 얼마 안 떨어진 성산읍구좌읍 중산간 지대는 비교적 보전이 잘 돼 있는 곳으로서 오름 밀집 지대이며 광활한 초원(벵듸)과 곶자왈을 품어 안고 있는 제주도의 보물과 같은 곳이다. 게다가 제2공항 계획 부지와 직선거리로 5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수산평(수산벵듸)은 70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이 건설된 역사적인 장소이며 초원 형태가 매우 잘 보전된 곳이다. 제2공항이 건설되고 에어시티마저 만들어지면 결국 이곳은 서부지역 중산간 난개발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다.

원희룡 지사는 취임 초기, 제주 100년을 그리는 미래비전 수립 용역을 통해 제주도의 미래지향을 '청정과 공존'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금 원희룡 지사의 손가락은 청정과 공존으로 가리키며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제2공항 계획과 에어시티 계획이 그대로 강행될 경우, 청정과 공존은 철저하게 파괴될 것이다.

원희룡 지사는 지금이라도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 사전규격공고를 철회하고, 제주도의 미래 지향이 과연 제2공항과 신도시 건설을 통한 '제2의 토건시대'의 부활인지 해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설정한 미래 비전마저 부정한 것으로서 제주도지사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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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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