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진 강용석을 어찌 욕하리오

[김종배의 it] 개그맨 최효종 고소는 의도적 자폭?

피식거리지 말라. 분기탱천하지도 말라. 강용석 의원은 그렇게 단순하게, 일방적으로 평가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정치적 십자가를 지려 한 것이다. 자기 한 몸을 내던짐으로써 우리 정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자발적으로 정치의 모든 죄업을 한 몸에 이고 짐으로써 국민적 각성을 유도하려 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죄를 사하려 함이 아니라 그들의 실상을 까발리려 자기 한 몸을 내던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수없는 죄목을 안김으로써 국회의원들을 다시 보게 만든 것이다. 그러니 그를 욕하지 말라.
▲ 강용석 의원 ⓒ프레시안 자료사진

■품위손상죄 = 강용석 의원은 고매한 의원 신분을 망각하고 개그맨과 '맞짱'을 뜸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국회의원은 가슴에 금배지 달고, 머리에 무스 바르고, 몸에는 양복 걸치고, 발은 반짝 구두로 감싼 채 양탄자 위만 걸어 다녀야 하는데도 저잣거리에 나가 멱살잡이를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고매한 품위에 칼질을 해버렸다.

■여당 명예훼손죄 = 강용석 의원은 국회의원 전체의 품위를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집권 여당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강용석 의원이 고소를 운운함으로써 최효종 씨가 언급한 집권 여당의 존재가 더 깊게 각인된데다가, 강용석 의원 자신이 집권 여당 출신이란 점이 다시 확인됨으로써 집권 여당 전체를 속 좁고, 개념없는 존재로 몰아가버렸다. 집권 여당 전 대표의 '자연산' 발언에 자신의 성희롱 발언을 얹고, 현 대표의 '기자 아구창' 발언에 자신의 '개그맨 아구창' 고소건을 덮음으로써 어쩔 수 없이 집권 여당이 딸려오게 만들었다.

■영업방해죄 = 강용석 의원은 공천과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영업 비결을 까발리는 데 결과적으로 크게 공헌함으로써 그들의 앞길에 자갈을 깔아버렸다. 집권 여당 수뇌부에 잘 보여야 공천을 따고, 선심성 헛공약을 남발해야 당선될 수 있다는 영업 비밀을 개그맨이 언급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고소 때문에 영업 비밀이 더 많이, 더 넓게 공개되도록 함으로써 다른 국회의원이 핵심 영업을 수행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버렸다.

■이익침해죄 = 강용석 의원은 국회의원의 알토란같은 세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금전적 손해를 부를 환경까지 조성했다. 국민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마구잡이로 월 1000만 원 세비 시대를 열었는데 이에 초를 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화급을 다투는 중대 국사가 한둘이 아닌데도 쓸데없는 일에나 신경 쓰며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월 1000만 원 세비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사실을 '뽀록내고' 말았다.

■신상털기죄 = 강용석 의원이 국민들에게 자기 존재를 다시금, 강렬하게 각인시킴으로써 동료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 행적을 가감없이 노출시켜버렸다. 성희롱 발언으로 국민적 비난이 쇄도하는데도 시간을 질질 끌면서 제명만은 피하려 했던 동료 국회의원들의 이전 행적이 어리석었음을 환기시킴으로써 직무유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의 자질과 도덕성까지 국민의 입에 회자케 했다. 국회의원들의 실체를 '홀딱' 벗겨버린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세상사 이치는 어긋남이 없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고, 되로 주면 말로 받는 법이다. 강용석 의원은 몸을 던진 것이다. 개그맨을 고소해 국회의원들을 고발하려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한 몸, 아낌없이 내던진 것이다. 이런 그를 누가 욕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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