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링크로 장사? 언론은 야한 뉴스 넘치길 바라나?

네이버-언론-정치권의 '댓글 통제' 공모?...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지난 9일 드루킹 댓글 논란에 대응해 뉴스 서비스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댓글 정책 개편 △인간 편집 배제 △아웃링크 도입 고려로 정리할 수 있다.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댓글 정책의 경우, 앞으로 네이버 대신 개별 언론사가 해당 기사에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댓글 편집권을 내려놓고, 댓글 사용자 계정 패턴 감시를 강화한다. 드루킹 사태에의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소셜 계정 댓글 작성을 제한하는 등의 추가 조치도 내려진다. 임박한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 기간까지 정치·선거기사 댓글은 최신순으로만 정렬하고, 사용자가 댓글 영역을 클릭했을 때만 볼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말했다.

기사 댓글까지 살펴보려는 적극적 이용자만 뉴스와 댓글을 함께 보도록 하고, 댓글을 보는 이용자도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찾기 어렵도록 해 메크로 등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네이버 편집권, 과연 내려놓나

오랜 기간 '언론 네이버' 정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컸던 편집권의 경우, 네이버는 사람의 편집 업무를 내려놓고 인공지능 에어스(AiRS)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안에 AI 헤드라인 추천과 개인 추천 관련 사용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키로 했다.

또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가칭 '뉴스판'을 신설해 언론사의 편집권을 보장한다고도 밝혔다. 뉴스판은 모바일 앱 기준,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형태로 후면 배치하고, 네이버 전면에는 뉴스를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앱은 검색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사용자 개인 관심에 초점을 맞춘 뉴스를 사용자가 직접 편집하는 가칭 ‘뉴스피드판’도 신설키로 했다.

허나, 당장 의문이 생긴다. 인공지능 편집은 편집이 아닌가. 인공지능 학습 경로를 개발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뉴스 편집에서 사람이 완전히 손을 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이 편집 기준 학습을 충분히 할 정도로 관련 데이터가 쌓인다손 쳐도 AI가 추천한 기사가 곧 중요한 기사라 보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여성의 신체를 노출한 기사가 중요한 기사로 선택되고, 중요한 시사성을 지닌 기사는 노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많은 언론학자들이 네이버의 이번 발표를 두고 '편집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관련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웃링크 도입 추진...?

네이버의 세 번째 주요한 계획은 구글식 아웃링크 도입을 "적극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는 큰 문제가 있다. 당장 광고수입 극대화를 요구하던 언론사부터 아웃링크로의 변화를 두려워한다. 네이버가 제휴언론사 7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웃링크에 찬성한 언론사는 단 한 곳뿐이었다. 미래 예측이 어려운 만큼, 변화 자체를 언론사가 두려워한다.

이용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줄곧 사실상 기사 콘텐츠 하도급 업체로 전락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언론사가, 정작 판을 깔아주니 입을 다무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녹록치 않다. 뉴스 소비 플랫폼이 개별 언론사에서 포털과 소셜미디어로 변화한 건 이미 일어난 일이다. 이에 따라 어뷰징과 가짜뉴스, 자극적인 콘텐츠, 광고성 기사가 판을 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아웃링크로의 변화는 오히려 어뷰징 등의 문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B2B 업체로 전락한 언론사에 네이버 등 포털은 기사 공급처다. 즉, 중요한 뉴스 소비자다. 이 소비자가 사라진다면, 언론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뉴스 유통량을 늘리고, 소비자 구속력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광고수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자극적 기사 생산에 더 골몰할 공산이 크다. 자칫 잘못하면 지금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일각에서 네이버가 오히려 이런 상황을 바라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목소리 크고 힘 센, 한 마디로 골치 아픈 소비자이자 공급자인 언론을 상대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길이 아웃링크일 수 있다는 이유다.

댓글 통제, 올바른가

이번 네이버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따로 있다. 댓글 정책이다.

네이버가 새 정책 방향(방안이 아니다, 이번 네이버 발표에서 구체성은 없다)을 제시한 근본 원인은 드루킹의 댓글 여론 조작 사태다. 정치적 이슈가 네이버 때리기로 옮아갔고, 이에 네이버에 불만을 가진 언론계가 호응하면서 거대 이슈화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 발표에서 여론의 초점은 자연스레 댓글 통제 정책에 맞춰졌다.

이러한 정책 변화를 양산한 정치권-네이버-언론사 3자 누구도 댓글 통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리라 우려하지 않는다. 댓글 통제 문제는 기본적으로 헌법상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 문제와 충돌할 공산이 큰데도,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수호해야 할 언론은 물론, 입법 기관인 국회마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온전히 '업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이해한다는 방증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네이버의 정책 방향 발표를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온전히 언론 매체의 시각,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만 이 이슈가 다뤄진다는 것"이라며 "뉴스 소비자 영역이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댓글 문제의 경우, 입법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건드리는 꼴이 되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드루킹 사태는 이용자 문제임에도, 시스템을 건드리려는 위험한 발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보도하는 언론과 네이버에 관해 그는 "오직 공급자와 유통자의 입장에만 서 있다"며 "뉴스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민인데도, 시민권에 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 네이버는 뉴스 정책 개편 방향만 제시했지, 방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네이버와 언론사, 시민이 함께 모여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사와 네이버는 시민이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는지, 어떻게 댓글 문제를 생각하는지를 청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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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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