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이라는 새빨간 거짓말

[기고] 0.82%에 불과한 부동산 실효세율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19% 오르자 '보유세 폭탄'이라는 말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당시 널리 회자됐던 '세금폭탄'의 다른 버전인 셈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보유세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전에 고작 공시가격이 오른 걸 보고 보유세 폭탄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언론들의 행태가 어처구니 없을 따름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들의 보도만 봐도 '보유세 폭탄'운운하는 소리가 터무니 없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그래도 … 高價 아파트는 실거래가 반영률 50%대 그쳐'라는 제목의 보도를 보자. 이 보도를 보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15억400만 원이다. 이 주택형의 올해 최고 실거래가(26억8000만 원)보다 11억7600만원 낮다. 공시가격 반영률이 56%에 불과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공시가격은 6억8800만 원을 나타냈다. 같은 주택형은 지난 3일 13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공시가격 반영률이 50%에 그쳤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10%이상 올랐지만 고가주택의 경우 실거래가 반영률이 고작 50%대에 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경제〉보도를 보며 공시가격은 앞으로도 한참 더 올라가야 함을 알 수 있다.


다음 〈이데일리〉의 '껑충 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이 기사에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는 공시가격이 6억8800만 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10.3% 올랐다. 이에 따라 재산세는 작년 156만5000원에서 올해 180만3000원으로 15.2% 늘어난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전용 84.3㎡의 올해 재산세는 187만4000원으로 작년 대비 30만5000원(19.4%) 더 내야 한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작년 6억2400만 원에서 7억700만 원으로 13.1% 올랐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실거래가가 10억 원은 족히 될 아파트들이 내는 보유세(1주택자인 경우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재산세만 납부한다)의 실효세율이 0.2%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이 기사가 친절히 설명하듯이 그마저도 재산세 인상률 상한제(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 3억 원 이하는 전년도 세액의 105%, 3억∼6억 원 이하는 110%, 6억원 초과는 130%를 넘지 않도록 제한)가 적용된다.


심지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는 주택들의 실효세율도 터무니 없이 낮다. 이 기사에는 '재건축을 앞두고 집값이 급등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 보유자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총 397만 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270만6000원과 비교하면 무려 46.7% 늘어난 것이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작년 9억2000만 원에서 올해 11억5200만 원으로 25.2%나 올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7.47㎡ 보유자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해 936만9000원을 내야 한다. 작년 673만1000원에 비해 39.2% 늘어난 것이다. 공시가격이 19억7600만 원으로 21.7% 오른 탓이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보유세 실효세율이 0.3~0.4%내외에 머무는 걸 알 수 있다.

정리하자. 공시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실거래가반영률은 여전히 매우 낮다. 낮은 실거래가반영률(그것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80%만 반영된다)에 더해 이명박 정부에서 후퇴시킨 재산세 및 보유세 과세구간과 세율이 부동산 보유자들의 어깨를 너무 가볍게 만들고 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매년 국민총생산의 30%를 웃도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소수의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집중되는 대한민국에서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0.82%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보유세는 국민총생산과 비교해도, 총조세와 비교해도 너무 낮다. 그런 마당에 '보유세 폭탄'이라는 한가한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보유세가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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