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전기, 핵폐기물 처분비용 생각하면 과연…

[함께 사는 길] 고준위핵폐기물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 ⑤

단기저장시설? 그거라면 시간을 벌어볼 수 있잖아. 그리고 사실 정부와 한수원 책임이지. 내가 책임질 일은 아니잖아

정부는 처분장이 지어질 때까지 핵발전소 부지 안에 건식저장 방식으로 단기저장시설이라는 것을 지어 포화상태에 이른 임시수조를 대체하자고 합니다. 당장에 불안하게 보관되고 있는 조밀 습식저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최종 처분장이 언제 지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기약 없는 희생을 또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용후핵연료의 책임이 핵발전소 주민들에게 있을까요? 굳이 책임의 크기를 따지라고 한다면 대책 없이 핵발전을 운영한 한수원과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유지한 정부 책임이 가장 클 것입니다. 또한, 핵전기를 사용한 이라면 그 누구도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히나, 당장 원전에서 제공하는 전기가 싸다면서 전기를 물 쓰듯 많이 사용한 대기업의 책임이 큽니다. 핵발전소 전기는 초고압송전탑을 타고 수도권으로 전달됩니다. 대기업 본사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습니다. 핵발전소 주변 주민이 아니라 수도권 시민들에게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책임이 더 큽니다.

▲ 전기에너지로 밤을 휘황찬란하게 밝힌 도시. ⓒ함께사는길(이성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건식저장시설을 만들지 않으면 핵발전소의 핵연료를 교체할 수 없으니, 핵발전소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단기저장시설이라는 건식저장시설이 최종처분장이 되는 것이 아닌지 항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핵발전소 전기를 쓰는 수도권 시민들은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핵폐기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면 그 전기를 쓰지 않겠다는 정도의 인식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핵폐기물을 책임질 수 없다면 핵폐기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핵발전소를 멈추면 됩니다. 양동이에 물이 넘칠 것 같으면 수도꼭지를 잠그듯 핵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핵 발전을 중단시키는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을 천명했고,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해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전기를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을 개정했습니다. 원전사고 위험이 있고 무책임한 핵폐기물이 나오는 원전은 차례대로 가동을 멈추고 대신 다른 발전소를 가동하고서도 전기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에 가동한다는 세부적인 규칙을 세울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합니다.

▲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핵발전소 때문에 경제적, 심리적 피해를 받고 살지만 이들의 호소와 요구는 크게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들에게 핵폐기물은 주요한 골칫거리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신규 원전을 금지하고 노후원전을 폐쇄한다고 했지만, 연간 핵폐기물 발생량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핵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다른 전기가 충분하다면 핵폐기물이 나오는 핵발전소는 우선 중단하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수명이 남아 있어도 조기 폐쇄할 수 있어야 하고 가동률도 최대한으로 낮춰야 합니다.

다행히 현재 전력은 부족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아돌고 있습니다. 지난 2월 6일 한파로 인해 전력수요가 8823만 킬로와트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예비율은 14.56%나 됐습니다. 1년 중에 전기를 가장 많이 쓸 때도 핵발전 10기 이상 분량의 전기가 여유로 남습니다. 24기 원전 중에 10기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미 발생한 핵폐기물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분비용부터 제대로 산정해야 합니다. 10만 년을 견디는 안정적인 지하암반을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하암반에 처분하는 비용을 산정한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10만 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분비용을 제대로 산정한다면, 과연 핵발전 전기가 싸기만 할까요? 시급성만을 내세워 책임과 비용을 미래세대와 지역주민에게 언제까지나 떠넘겨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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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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