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세계를 향한 '갑질'을 멈추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트럼프-시진핑, G2의 무게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지난 8~11일(현지 시각)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博鳌论坛)이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10일 기조연설을 통해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균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하여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미중 간의 무역 갈등과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갈등을 일으킨 주요 요지는 '중국과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지나치게 크니 이를 줄이자'와 '지식재산권 침해나 강제기술 이전 때문에 미국이 입는 경제적 손실이 크니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자'라는 것이었다. 시 주석의 연설이 이와 상통하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그러나 미중 간의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대미 무역 25년째 흑자

중국의 해관(海关) 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중국의 대미 수출입 총액은 3조 9500억 위안으로 수출액이 2조 9100억 위안, 수입액이 1조 400억 위안이다. 대미 무역 흑자액이 전년도 대비 13% 증가한 1조 8700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1993년 미중 무역에서 62억 7000만 달러 첫 흑자 달성을 시작으로 2017년 2758억 달러를 기록하며 약 40배 증가했다. 중국의 흑자는 곧 미국의 적자로 이는 2017년도 미국 전체 무역 적자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정도다. 이러니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에게 으름장을 놓을 만하다.

하지만 미중 간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중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생산기지를 이전한 다국적 기업이 원인이다. 중국은 중간재를 수입한 후 이를 가공하고 조립하여 다시 세계로 수출하는 가공무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러한 가공무역이 중국의 무역 흑자 규모를 왜곡하고 있다. 가공무역 대부분의 수익은 다국적 기업이 가져가고 중국은 매우 적은 가공수익만을 얻고 있으므로 중국의 대미 수출액 중 많은 부분이 다국적 기업의 소득이지 중국의 것이 아니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로 형성된 가공무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위협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노동과 자본의 모순이지 무역 불균형을 일으킨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수출입 제품의 구조적 문제도 원인이다.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노동집약형 제품과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소수의 지식집약형과 고부가가치 제품만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수출관리 제도가 매우 엄격하여 군사목적으로 사용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기술제품의 경우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대중국 기술제품 수출 제한은 증가했다. 미국은 보편화된 일부 과학기술 제품까지 수출 제한을 하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기술집약형 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지 않고 있으니 오히려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난 10일(현지 시각)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중국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미국이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첨단 과학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도 통제하다 보니 무역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틀린 관점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적자를 줄이려면 무역 분쟁을 일으키기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미국인의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 흑자를 내고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린다면 미국은 달러를 기반으로 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만이 해결 방안

미국은 결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수입을 줄이는 것이 아닌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미국은 제조업의 경쟁력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는 장기간에 걸쳐 미국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나 지식재산권의 보호 강화는 전적으로 중국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의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지 않기 때문에 무역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왜 미국이 그럴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중국의 기술 도용이나 모방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이 대중 수출을 확대하여 양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결국 중국이 얼마나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양국 간 무역 분쟁을 종결시킬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다.

G2의 무게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소위 말하는 G2 국가이다. 그런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과 자존심만을 위한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은 결국 세계 경제를 향한 갑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자랑을 하며 국제사회가 어려움에 직면할 시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막상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오면 '우리는 개발도상국 중 경제대국으로 국내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다. 하지만 G2로서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역할 또한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중국은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 역시 달러를 기반으로 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보호무역을 무기 삼아 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 국가가 G2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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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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