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9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서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9일 이 전 대통령을 340억 원대 횡령과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BBK 주가조작 피해자들이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지 178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다스(DAS) 비자금 횡령(349억 원대), △다스 법인세 포탈(31억 원대), △다스 관련 직권남용, △삼성 뇌물(67억 원대), △국정원 자금 상납(7억 원대), △공직임명 대가 금품수수(36억 원대), △3402건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세부적으로 18개 혐의) 등이다. 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법)상 횡령 및 특가법상 조세포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이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1994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총 339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조성된 비자금은 정치활동비, 개인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또 선거캠프 직원 7명 급여 4억3000만 원, 개인 승용차 구매비용 5395만 원을 다스 법인자금으로 지급하게 했다. 김윤옥 여사와 사용한 다스 법인카드 사용금도 5억7000만 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들 범죄 사실에 포괄일죄를 적용, 횡령액을 약 349억 원으로 봤다. 포괄일죄는 동일한 범죄가 수차례 반복될 경우 이를 하나의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으로 마지막 범죄가 끝난 시점을 공소시효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또 직권을 남용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재수 전 LA총영사 등에게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 원을 반환하는 과정에 개입하게 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청와대 직원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 씨 사망 이후 김 씨 명의의 다스 지분과 부동산 상속 및 상속세 절감방안을 검토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총 67억7400여만 원을 대납하게 한 것으로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김 전 기획관 등을 통해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총 7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도 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 측이 공직 임명과 사업 편의 등을 대가로 받은 돈은 공여자 별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2억6230만 원 △김소남 전 의원 4억 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5억원 △손병문 ABC상사 대표 2억 원 △지광스님 3억 원 등 총 36억623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이 전 회장과 김 전 의원에게서 받은 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아울러 퇴임 이후 불법 정황이 기록된 문건을 포함해 대통령기록물 3402건을 영포빌딩으로 유출, 은닉한 혐의도 있다.
검찰, MB 국정원-사이버사 정치 개입 수사 계속한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이 전 대통령 공소장에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 등에 대해선 적시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인 10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검찰은 우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들을 중심으로 먼저 재판에 넘겼으며,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로 기소할 전망이다.
우선 국정원, 군 사이버사 정치 개입 사건 관련 혐의가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은 이유는 검찰은 아직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상납했다는 특활비 가운데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수수했다는 10억 원,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입막음용으로 전달했다는 5000만 원 등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 씨가 다스를 통해 편법 지원을 받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 조사를 시도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면담을 거부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으로 확인하지 못한 사항들은 재판에서 피고인신문 절차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추적해 몰수·추징보전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과 관련 "공소유지 전담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 전 대통령 사건 심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피고인 측의 본격적 공방 전 주요 쟁점과 공판진행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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